예를 들어 얼마전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 했을 때 아주 난리가 난 이유란 하나다. 어떻게 채용되었는지 모르겠다. 당연하다. 대기업 제외하고 직원 뽑으면서 필기시험까지 치고 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마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필기시험 없이 이력서와 면접만으로 채용하고 있을 것이다. 필기시험이라는 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그렇다 보니 대부분 그런 경우 채용이나 취업이란 알음알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구인광고를 내고 지원자 가운데 뽑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왕에 아는 사람 소개로 찾아오는 쪽이 더 신뢰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소한 그 아는 사람이 보증인 역할이라도 해 줄 것 아닌가. 일하는 도중 사고를 치거나, 혹은 못해먹겠다고 뛰쳐나가거나 하면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다. 원래 대부분 급여도 고만하고 대우고 고만한 일들이라 오래 마음잡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 소개로 쓸만한 사람을 소개받고, 혹은 아는 사람 소개로 자기 처지에서 나쁘지 않은 직장을 소개받았다. 과연 그런 것을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어차피 하려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하겠다고 해도 믿을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는 입장에서도 여기서 계속 마음 붙이고 일해도 좋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 경우 중간애서 중개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서로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 아니란 말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지원자들을 테스트하고, 일단 채용하고 나서도 낙오자는 단호히 떨어내고 새롭게 더 나은 인재를 모을 수 있는 대기업들과 사정이 다르다. 그러고서도 결국은 일단 고용해서 일 시켜보고 얼마나 잘하는가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계속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래서 중간에 소개하는 사람이 있으면 뭐가 그리 문제가 되는가.

 

인턴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인턴이라고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인턴으로 시작해서 잘만 하면 정규직도 시켜주마던 거짓말이 사기였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 벌써 오래전 일이다. 더구나 학생 인턴은 채용과 상관없는 그냥 경험쌓기다. 당연히 인턴을 하는 입장에서도 어차피 돈도 못 받고 그냥 자기 시간 써가며 경험이나 쌓는 정도이고, 인턴을 받는 입장에서도 도움은 전혀 안되고 괜한 시간과 비용과 수고만 낭비할 뿐이다. 그런 인턴을 두가 시험씩이나 치러가며 뽑을 것이고, 또 시험봐서 뽑겠다면 지원할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냥 지원서류에 경력 한 줄 넣겠다고 그 수고를 기꺼이 감수할 당사자도 그러라고 자기 비용과 수고를 들일 기업이나 단체도 없다. 그러면 남은 건 하나다. 추천이다. 부모나 혹은 주변의 인맥을 이용한 부탁이다. 그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단 것이다. 인턴이란 것은.

 

이준석도 국회에서 인턴한 것 가지고 또 난리더만. 그런데 어쩌겠는가? 국회 입장에서도 인턴십을 뽑는데 무슨 정식으로 공고를 하고 시험까지 치러가며 뽑기에는 너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인턴을 하는 입장에서도 고작 서류에 경력 한 줄 더 써넣는 것 가지고 일일이 준비까지 해가며 시험도 치르고 면접도 보고 하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다. 사실 굳이 국회여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조국 전장관의 자녀들이 혹은 대학에서, 혹은 지인의 로펌에서 인턴을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반드시 그곳이었어야 해서가 아니라 당시 그들이 인턴을 할 만한 곳이 자신들의 인맥으로 그 정도가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였다면 부모님의 직장이나, 혹은 주변의 지인들이나, 아니면 나를 좋게 보던 담임 등을 통해 인턴할 곳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선택지가 없다. 여기서 인턴하면 좋겠다. 그러면 한다.

 

이런 걸 가지고 특혜니 뭐니 떠드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란 것이다. 만화책 보다가 우연히 마음이 맞아 창업한다는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도 아주 없지 않다. 물론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그렇게 사람 구하는 회사가 제대로 된 회사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덕분에 구직활동 할 때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이 또 더 들어가기도 한다. 단골만화방이라 주인 소개로 공장에서 일할 기회도 얻게 된다. 시험봐서 들어가는 대기업이 아닌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주먹구구로 대충 들어가서 맞춰 일하는 세계에 익숙한 나에게 그래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논란인 것이다. 인턴이라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그렇게 대단한 일이던가 하는 것이다. 연봉이 한 4천 쯤 되나? 인턴하면 바로 명문대 들어가고 대기업 들어가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것인가? 아니 고작 인턴 몇 개 더 했다고 대학에서 바로 합격시켜주는 경우가 현실에 있기는 할 것인가. 입시담당자들이 병신인가? 고등학교 수준에서 어떻게 인턴을 운영하는지도 전혀 모른 채 생활기록부만 믿고 뽑게.

 

그래서 언론이 지랄을 하는 것이고, 또 대중들은 넘어간 척 더불어 지랄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안다. 인턴이란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그래서 대부분 인턴이라는 것도 딱 그런 수준으로만 운용되고 하는 것이다. 기왕 배우려 왔으니 지금 하려는 일들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을 검색해서 가져오라. 혹은 과제로 내 준 책이나 논문을 읽고 리포트를 써 오라. 관련한 다른 강의나 혹은 자격증을 취득해서 실력을 인증하라. 그래도 되는 이유는 그래도 되는 정도의 인턴이기 때문인 것이다. 몰라서 넘어간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넘어가고 싶었던 것일까?

 

굳이 시험을 치르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 이유는 모두가 그것을 바라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대학 연구실에서 잡일이나 하는 인턴인데 해보겠냐고 물으면 몇이나 그러겠다고 대답할 것인가. 그 지루하고 잡다한 일들을 매일같이 성실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 것인가. 아니더라도 다른 인턴도 얼마든지 있다. 괜히 폼나는 인턴만 찾는 것이 아니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때 필요한 공정이란 어떤 공정이어야 하는가.

 

확실히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 바라보는 것도 너무 다르다. 인천공항공사라 하니 시험봐서 들어가는 사무직만 생각한다. 정규직만 되면 모두 사무직이 될 수 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는가? 정규직이 되어도 여전히 보안검색요원이고 급여나 복지도 거기서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 온 세계가 그런 세계일 테니까. 저들의 공정이 나의 공정과 다른 이유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우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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