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경비니 보안원이니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예 없는 존재인 양 여기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제법 보게 된다. 원래 전근대사회에서도 사람이 아닌 여성, 아이, 천민, 이민족 등은 아예 인구통계에서도 빠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세금도 내지 않고, 병역도 지지 않았으며, 대신 죽여도 살인이 되지 않았었다. 그런 의미일까?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인천국제공항 신규채용TO가 줄어들 것이다. 보안요원들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해서 기존의 정규직들에 불이익이 가게 될 것이다. 또 뭐가 있더라? 하도 뭣같은 소리라 눈여겨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아,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바로 노조 만들어서 직렬도 옮기고 급여도 더 올리려 할 거라고? 직장생활 한 번도 안 해 본 티가 바로 팍 난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냐?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만든다고 없는 TO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냥 기존에 외주로 주던 인력 가운데 다수를 자회사에서 직고용하고, 그리고 그 가운데 일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직고용한다. 원래 잡혀 있던 TO이고 멀쩡히 인건비도 지불되던 인력인데 단지 그 고용형태만 바꾸는 것 뿐이다. 외주용역이라고 아예 TO도 없이 돈도 안 주고 부려먹는 게 아니라 몇 명의 인력을 얼마의 돈에 쓸 것이란 내용의 계약까지 다 맺고 돈도 지불한 뒤 외주용역업체의 책임 아래 인력들을 관리하는 것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때 원청에서 용역업체에 지불하는 인건비에는 용역업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건물의 출입통제를 엄격하게 하려면 보안요원이 30명 정도 필요하다. 그러면 보안요원 개인당 연간 3000만원으로 계약하면 용역업체는 그 가운데 자기들 쓸 몫을 제하고 실제 보안요원들의 임금을 책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30명에게 3000만 원 씩 지급하는 총액 9억이 한 해 원청이 지불하는 인건비인 셈이다. 그리고 용역업체는 이 3000만 원 가운데 자기들이 쓸 얼마간을 제하고 실제 보안요원들의 급여로 책정하게 된다. 이 가운데는 보안요원들이 쓰게 될 복장이며 여러 집기들에 대한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중간에 용역업체 빼고 원청이 보안요원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인건비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몫 가운데 절반을 급여로 더해주고 절반은 원청의 몫으로 가져간다. 괜히 노동자를 위해서도 직접고용의 형태가 더 낫다 말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용역업체 몫까지 책정된 전체 인건비 가운데서 실제 보안요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를 올려주며 복리후생까지 포함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소리다. 즉 용역업체의 몫으로 빠져 있던 TO와 인건비가 인천공항공사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일 뿐 새로운 TO와 인건비 지출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원래 없던 인력도 아니고, 오히려 그동안 계속해서 근무하던 인력들일 텐데 단지 고용형태가 바뀐다는 이유로 TO가 줄고 인건비가 는다는 건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한다고 생산직으로 사무직으로 바꾸고, 기술직을 전문직으로 바꾸는 식의 직종전환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보안요원 10년 하다가 사무직 하면 참 잘 하겠다. 이 역시 패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심각하게 문제란 거지?

 

그냥 정규직 시켜주겠다는 것도 아니다. 전체 보안요원 가운데 전문성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실제 검색을 담당하는 보안검색요원들만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함으로써 신분과 대우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바로 공항에서 X레이와 검색기로 금지물품의 반입을 찾아내고 혹시 모를 불온한 침입의도를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이들이다. 그런데도 정규직 전환을 천명한 2017년 이후 입사자들은 시험까지 치러야겠다. 이전부터 정규직 전환여부도 모른 채 열심히 묵묵히 일해 왔던 이들은 면접과 인성검사만으로 합격시켜주고, 그 이후 입사자들은 이미 공지가 되었으므로 시험까지 치러서 합격자만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겠다. 불합격자들도 구제할 방법을 마련하겠다. 역시 아무 문제가 없다.

 

연봉 5천만 원은 일단 개구라인 게 밝혀졌다. 아무도 사실확인같은 건 않고 기사부터 배설하고 있었다. 사실 연봉 5천 쯤 받아도 별 문제가 안되는 일이기는 하다. 매일같이 인천국제공항까지 멀리 출퇴근하면서,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긴장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가운데 밀수나 혹은 테러와 관련되었을지 모르는 승객의 소지품을 찾아내는 중요한 임무까지 수해야 한다. 그동안 별 일 없었으니 문제지 미국도 9.11이후 아예 관련관청에서 공항 보안요원들을 직고용하는 형태로 바꾸고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인천국제공항 등에 주로 지원하는 경비학과 가운데는 사격훈련까지 하는 곳도 있는 뭐가 그리 잘나서 마음대로 무시하고 그러는가.

 

역시 세상물정 모르는 것들이란 것이다. 지금 대부분 기업들에도 직렬이 다른 무기계약직이 적잖이 있을 텐데 과연 그들이 직렬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거나 하는 경우가 실제 있기는 하던가. 다만 복리후생 면에서 정규직을 기준으로 조금만 더 챙겨주었으면 하는 바람 정도는 있을 것이다. 원래 기분 문제인 것이다. 노가다 뛸 때도 새참 안 나오면 참 기분 거지같았었다. 그러니까 묻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자신들이 문제라 여기는 부분이 도대체 어디의 무엇인가?

 

그냥 신분제인 것이다. 정규직이란 신분이다. 비정규직 역시 신분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마땅히 해결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노력과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응징은 필요하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하는 것은 자격이 되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아니라 생각하는가. 역겹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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