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구인사이트 뒤져보면 경비나 보안요원 월급 300 가까이 준다는 곳이 제법 많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자주 올라온다. 몇 주 간격으로 계속해서 사람 구한다는 광고가 올라온다. 무슨 뜻이겠는가? 그만큼 사람들이 잘 그만둔다. 구인광고 볼 때 반드시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구인광고가 자주 올라오면 그만큼 일이 힘들거나 뭣같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여겼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공항경비 정도면 그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겠는가는 생각도 들었었다. 나름대로 전문적인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업무강도도 약하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까지 매일 출퇴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 보안 일이 교대근무로 이루어져 있으니 낮밤도 매번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나라의 첫째 관문으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그냥 어중이떠중이 데려다가 잠시 쓰고 다시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고생하면 그만큼 오래 붙잡아 놓기 위해서라도 그만한 보상은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 해 복리후생비 포함해서 4천만 원, 글쎄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월급 300만 원 정도면 인천국제공항의 경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에 있고, 대부분 주거지와도 가까운 곳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리 많이 그만둔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주들이 좋아하는 젊은 직원들은 대부분 잠시 거치는 일자리라 여길 뿐 어지간해서 오래 있으려 하지 않는다. 말한 그대로다. 일 이전에 교대제로 인해 낮밤을 바꾸며 생활해야 하는 자체가 너무 고되고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한창 사람들 만나며 즐겨야 할 나이라면 대부분 사람에게 익숙할 일주일 단위의 패턴과 벗어난 시간감각이 성가시기만 하다. 그렇다고 그 일 오래 해서 미래가 있는가면 그것도 아니다. 승진해봐야 반장, 조장이고, 그런다고 대단한 권한이나 의전을 받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급여도 딱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근속수당이나 더 받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월급쟁이가 월급 오르고 직급 오르는 것 말고 무슨 보람이 있다고 그런 일에 평생을 바치겠는가.

 

인천국제공항이라고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알기로도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 이직률이 꽤 높은 편이다. 이직률도 높은데 잘 구해지지도 않는다. 물론 월급 더 많이 주면 더 잘 구해지기는 할 것이다. 정규직으로 고용도 안정시켜주고 급여며 복리후생을 높여주면 일단 들어와서 더 오래 버티며 일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멀리 인천국제공항까지 매일 셔틀버스 타고 출퇴근해야 하고, 더구나 낮밤 바꿔가며 교대근무를 해야 하고, 그렇다고 다른 경비일처럼 보는 눈 없다고 잠시 풀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얼마의 급여를 보장해주면 직원들이 이직하지 않고 오래 남아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인가. 그런데도 고작 연봉 3600만원에 복리후생비 400만원 정도 더해서 4000만 원의 비용조차 아깝다 한다면 나라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은 누구더러 지키라 해야 하는 것인가.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말이다.

 

어차피 같은 정규직이라고 해도 보안요원으로 채용된 사람이 사무직으로 바꿔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보안요원은 계속 보안요원으로 남는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정규직인 만큼 매번 계약연장이라는 요식을 갖출 필요 없이 바로 정년까지 계속 남아서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생긴다는 정도다. 그런다고 보안요원 오래했다고 부장을 달겠는가? 이사가 되어 보겠는가? 말했듯 보안요원의 급여란 자체가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근속수당 얼마간 더해지는 이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승진도 안되고, 급여도 안 오르고, 대신 재계약이 안되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리스크만 줄어든다. 과연 그런 일을 얼마나 많이 정규직이라고 좋아라 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좋은 일자리인데 아무리 계약직이라고 근속기간도 짧고 이직도 많아서 매번 사람 쓰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겠는가. 정규직으로 달라졌다고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 것이 있기는 하겠는가. 하지만 정규직이라 하니 왠지 배알이 꼴린다.

 

정말 웃긴다는 것이 사실 정규직이고 급여 많고 승진까지 보장된 일자리라면 생산직 가운데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생산직도 잘만 하면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런데 안한다. 사람이 없다. 말 그대로 알바다. 처음 이슈가 불거지게 된 계기인 단톡방의 게시물에서 말한 것처럼 고작 잠시 스쳐지나가는 알바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마 하도 주위에서 그렇게 떠드니 진심으로 그리 믿어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정규직이 되면 다른 정규직 사무직처럼 연봉 5천만원도 받을 수 있게 될 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믿고 질투하고 분노하고. 그런데 어쩌나? 주위에 공항 특수경비 잠시 하다 너무 힘들다고 때려치고 나온 사람이 있어서 안다. 급여가 많기는 한데 그보다 일이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계속 남아 있었으면 하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냥 뛰쳐나오고 말았다. 과연 정규직 시켜준다고 공항 보안요원 하라고 한다면 그 사람들이 실제 하려고 할 것인가. 되도 않는 소리란 것이다.

 

언론이 이슈를 만드는 것이다. 그냥 어느 한 사람의 의도한 것이든 아니면 모르고 떠든 것이든 주장 하나를 마치 사실인 양 확산하며 사회적 혼란과 분란을 부추긴 것이다.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았었다. 실제 공항공사 측에 문의해서 과연 사실인가 여부를 확인조차 않은 채 자신의 추측과 상상으로만 기사를 채워 보도하고 있었다. 어째서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바닥인 것인가. 하다못해 주위에 경비나 보안 알바 뛰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만 봤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기사는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설마 공항 보안요원인데 5천만 원은 받아야겠거니 지켜본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달라진 것은 없고, 공항 보안요원 역시 다른 경비와 크게 다른 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될 수나 있는 것인가. 정작 시켜도 안 할 인간들이 목소리만 크다.

 

현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적확하게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런 선동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서울대 놈들이 공항 보안요원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미친 놈들이다. 하긴 진중권 보니 서울대 수준이라는 게 뻔하기는 하다. 진중권도 서울대, 변희재도 서울대, 김진태도 서울대고, 나경원도 서울대다. 내가 알기로 보안이나 경비 쪽에 서울대 출신 알바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알바로도 안한다. 하물며 평생직장이야. 그러나 정규직이라니까 뭔가 그럴싸해서 분노할 뿐. 그래서 서울대에 근무한다는 시설, 미화 직원들 정규직되고 절반이라도 복지를 맞춰달라 요구했을 때 반대했던 것인가. 어차피 그런 것이 현실이라는 걸 저들도 모르지 않는다. 미쳤거나 미친 척 하는 것이거나.

 

아무튼 어째서 윤미향 의원의 아버지가 안성 쉼터에서 한 달에 120만원 받고 관리일을 해 준 것이 문제가 되었는가 새삼 확인하게 된다. 빈 건물 관리해주는 영선이 급여가 저보다 훨씬 더 높다. 정원도 관리하고, 건물도 일일이 점검하고 수리하고, 언제든 쓰고자 할 때 바로 쓸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120만원이 많다. 나라의 관문을 지키는데 연봉 4000만 원도 많다. 하물며 정규직이 되어 고용이 보장되고 복리후생을 받는 것도 너무 과하다. 어째서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저토록 바닥인가. 내년에도 계속 일할 수 있을 지 모르는 계약직으로 있으면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있을 것인가.

 

공항공사 관계자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계약직이던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심사와 평가를 거치게 된다. 그래서 노조도 새로 만들어졌다. 혹시라도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 차라리 비판하려면 굳이 그렇게 했어야 했나 비판하는 것이 더 옳아 보이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 기자놈들 수준이나 낚여서 파닥거리는 자칭 국민들 수준이나. 젊은 놈들이 나이 많은 노인들 욕할 자격이 있기는 한가. 정말 뭣같은 논란이었을 것이다. 조금만 알면 휘둘릴 일도 없을 것을.

 

다시 말하지만 보안요원으로 입사했으면 정규직이 되었더라도 퇴사할 때까지 계속 보안요원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문제삼는 대부분 서울대생이나 공시생들은 시켜준다고 하지도 않을 일인 것이고. 그냥 자기가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계속 공항공사 소속으로 월급 받으며 다닐 수 있는 이상은 없다. 세상엔 병신들도 정말 많다. 언론이 언론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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