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노동력이 필요해서 사람을 고용할 때는 직고용이 원칙인 것이다. 그리고 장기간 정기적으로 노동력을 사용할 것이라면 그에 걸맞는 조건과 예우를 갖추는 것이 옳다. 그것이 정규직이다. 잠시 쓰고 버리는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이후로도 계속 함께 일해나갈 동료로써 그 신분과 지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사실 정규직이란 개념도 노동권이 크게 높아진 뒤에나 나타난 개념이고 그 전까지는 필요하면 고용해 쓰다가 필요없어지면 바로 해고해 버리는 임시직이 더 익숙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오랜동안 함께 일해 온 직원이라면 그 기여와 신뢰 만큼이나 예우와 보상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무튼 정규직이란 자체가 노동자의 신분과 지위,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여 노동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해고할 수 없으며 법이 정한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도록 정의된 현대의 고용형태란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의 권리가 인정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와 같은 정규직이 오히려 당연한 상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 1990년대까지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해서 심지어 지금은 당연하게 경비업체를 통해서 고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비원들조차 사용자가 직고용해서 각종 복지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그래서 처음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노동계가 반발했고, 그러니까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잠시 비정규직을 공요해 쓰더라도 장기간 정기적으로 같은 업무를 맡길 것이면 정규직으로 고용해 쓰라며 의무화하는 법까지 제정했던 것이었다. 노동자에게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 상식이며 비정규직이란 단지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임시적으로 고용해 쓰는 특수한 고용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웃기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실제 필요로 해서 고용해 쓰고 있는 이들이다. 일시적으로 필요가 생겨서 잠시 고용해 쓰는 것도 아니고 인천국제공항이 존재하는 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들이란 것이다. 그런데 정규직은 부당하다 주장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실제 고정적으로 필요한 인력이고 실제 투입되어 장기간 동일업무를 수행하고 있건만 여전히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옳다고 주장한다. 누가? 언론이. 지식인들이. 정치인이. 무엇보다 국민 자신이. 좋은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내세울만한 번듯한 스펙도 없는 사람들을 직고용해서 정규직의 신분까지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 좋은 대학 나오고 내세울만한 번듯한 스펙이 있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이다. 순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워낙 비정규직이 보편화되다 보니 비정규직이 정상이고 정규직이 특혜가 되어 버렸다.

 

아무나 정규직이 되어서는 안된다. 누구나 정규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자격을 갖춘 아주 특별한 소수만이 정규직이라는 신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만한 실력과 자격을 갖춘 이들만이 정규직으로서 누리는 권리들을 허락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긴 지금 20대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의해 직접 고용되는 정규직이었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태어났을 때 이미 비정규직은 사회문제가 되어 있었고, 오히려 성장할수록 계약직만 더 늘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되지 않기 위해, 정규직이 되어 보란 듯이 살기 위해서 그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해 온 것일 터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아무나 누구에게나 정규직이란 기회를 열어주려 하다니. 비정규직이 정상이고, 외주계약직이 일반적이고, 직고용하는 정규직은 비정상이며 특혜다.

 

인천국제공항 논란이 정말 개같다는 이유인 것이다. 공정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용자가 필요해서 고용하면서 노동자의 신분과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계약직이란 형태를 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오히려 비용도 더 들어간다. 급여와 복지에 더해 용역업체의 운영비용까지 사용자가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태인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가며 계약직으로 직원들을 채우려는 이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전환 논란에서도 나온 논리였었다. 직고용해서 정규직으로 만들면 파업부터 할 것이다. 파업해서 자신들의 급여와 복지를 더 높여달라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안되는 것인가? 노동자인게? 하지만 자기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생각하니까. 화이트칼라가 되고, 공무원이 되는 순간 그들은 더이상 노동자가 아니게 된다.

 

그런 논리구조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직고용을 반대하는 대중의 논리란 거기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당연하다. 학교 다닐 때 좋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징벌로써 신분도 불안정하고 처우도 열악한, 더구나 사회적으로 차별까지 받는 계약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정규직은 자신들처럼 노력까지 한 선택받는 소수만이 허락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기사를 쓰는 것들이 나름대로 정규직이랍시고 노조에까지 가입한 언론사 기자란 것들이란 것이다. 거기 부화뇌동하는 이들 역시 저들과 같이 되고 싶지 않은 이른바 취업준비생들이란 것이고.

 

문득 그런 생각마저 든다. 과연 저들은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들을, 아니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계약직들을 과연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기는 한 것인가. 하필 어제 썼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인식의 범위와 한계를. 노동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권리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정규직으로 직고용하면 없는 TO도 생기고, 인건비 지출도 늘어난다. TO에도 없고, 인건비 지출도 없었다. 그런 게 언론이란 것들이고, 정치인이란 것들이고, 지식인이란 것들이고, 심지어 인간이란 것들이다.

 

기본적인 권리인 것이다. 누구나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란 것이다. 상식이어야 한다. 필요해서 고용하면 직고용이어야 한다. 장기간 정기적으로 일정한 업무를 맡기려 한다면 그 형태 또한 정규직이어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그것은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기본이 기본이 아니고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린다. 구분과 차별이 일상처럼 되어 버렸다. 지금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은 특혜를 누리는 것인가?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있는 것인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본다. 정말 언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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