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취업준비생이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세상경험이 없다. 직장생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없다. 정의연의 안성 쉼터 관리를 월급 120만원 받고도 못해서 안달인 사람이 그리 많다. 2015년 최저임금이 115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아예 컨테이너에 숙소까지 두고 건물에 상주하며 관리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115만원도 많다고?

 

하긴 그러니까 정의연 사업에 업체들이 통상적인 비용을 받고서 기부하는 방식으로 할인해주는 경우에 대해서도 전혀 아무런 이해 없이 마치 대단한 불법이고 비리인 것처럼 떠드는 것이기도 할 게다. 그러고보면 조선일보도 딱 자기들 수준에 맞는 독자를 잘도 찾아서 그들을 낚을 만한 기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의연이라고 아예 비용 자체를 깎아주고 나면 다른 계약자들도 비슷한 정도의 할인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안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손흥민이 국내로 복귀하며 고졸 신인 수준의 연봉만 받겠다고 통크게 선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손흥민이 그 정도 받는데 다른 선수들은? 손흥민보다 실력도 인기도 명성도 모두 못미치는 선수들이 그보다 더 받겠다 한다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그래서 실력이 있으면 실력만큼 받아야 그보다 못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한 번 가치를 낮추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도 어렵고 그만큼 다른 동종업계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받는 돈은 정확하게, 다만 선의로 무언가 배려해주고 싶다면 일단 돈부터 받고 난 다음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내가 120만원 받고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내가 일단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것이 기준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될 수 있는 것이다. 편의점 가운데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몇 년이나 경영할 수 있는 경우란 그래도 된다고 채용에 응하고, 나중에 그만두고도 문제삼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나는 절대 못한다. 그 일 시키려면 2020년 기준으로 300만 원 이상은 주어야 한다. 그런데 자격도 되지 않는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정도는 스스로 점검도 하고 수리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무리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는 120만원도 많다고 말한다. 50만원도 차고 넘친다 떠들어댄다. 우리나라 노동현실이 왜 이 따위인 것인가.

 

어제 기사를 보니 인천국제공항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 했음에도 무려 10%나 되는 직원이 지난 3월에 퇴사했다고 한다. 심지어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그만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물론 내 기준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부분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일인데, 더구나 교대제라 낮밤을 계속해서 바꾸며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참고로 야간업무를 포함한 교대제 근무는 wto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정의된 바 있었다. 어제 자던 시간에 오늘 일해야 하고, 오늘 일하는 시간에 내일은 자야 한다. 잠이 제대로 올 리도 없고, 깨어있다고 정신이 멀쩡하기도 힘들다. 숙면을 취해야 자고 일어나서도 정신이 맑을 텐데 수면패턴이 계속 바뀌니 그조차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보는 눈도 많은데 다른 보안경비업무에서처럼 일하는 시간 말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그러면 그렇게 해서 받는 급여가 얼마인가?

 

물론 급여에 절대적인 기준이란 없다. 내가 일해보고 도저히 이 돈 받고 이 일은 못하겠다 싶으면 턱없이 적은 것이고, 돈은 쥐꼬리만큼인데 그래도 이 정도 일이면 이 돈 받고도 계속 일할 수 있겠다 싶으면 만족스런 액수인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일이 힘들고 뭣같아도 대우만 괜찮으면 어떻게든 남으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다. 그런데 직원 가운데 10%가 정규직 전환이 예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달 전에 집단으로 퇴사했다.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런데도 직고용도 안된다, 정규직은 더 안된다, 급여를 올려주고 복리후생을 높여주는 것도 절대 안된다. 그러니까 그 정도 받고 일할 사람만 찾아서 계속 바꿔가며 일을 시키란 의미 아닌가. 왜? 공항 보안요원따위 하찮으니까. 자기들이 보기에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그따위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상 대우를 해주는 것은 부당하다. 불공정하다. 그러면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은 어떤 조건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래서 더 웃기는 것이다. 직장들을 평가한다. 직업들을 비평한다. 어디는 어떻고, 어디는 저떻고, 그래서 어디는 일할 만하고, 어디는 아니고. 자기 일일 때는 다르다. 남의 일이니까. 내가 할 일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희는 그 정도만 받고 그 정도 대우 아래 일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직장인이란 것들이 미래통합당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열광적으로 지지를 드러내는 이유인 것이다. 자기는 비정규직이 될 일이 없으니까. 취업준비생들도 자기는 비정규직을 목표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은 죽을 때까지 비정규직으로 있으며 고용이 불안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들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정규직으로 일하려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자기들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을까?

 

월 120짜리 건물관리인이 오히려 돈도 너무 많이 받는 일이 되는 순간 그를 기준으로 다른 직업들도 급여수준이 재편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아무리 오래 쓰더라도 정규직으로 바꿀 이유가 없어지면 더욱 정규직을 고용해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해고가 쉽지 않아서 기업이 어렵다면 해고가 쉬워졌을 때 가장 먼저 해고되는 것은 연차가 쌓여 연봉도 높아진 자신일 수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급여를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동일 업무일 경우다. 이를테면 자회사를 통해 간접고용하는데 동일 업무에 비정규직만 있고, 정규직이 있어도 직급까지 다르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과장 이하 모두 계약직이고 과장 이상만 정규직이면 직급에 대한 차이로써 비정규직과의 차이를 두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기는 절대 잘릴 일도 없고, 비정규직이 될 일도 없다. 그러니까 자기 이외의 비정규직은 더 열악한 조건에서 더 힘들게 고생하며 일할 수 있도록 하자.

 

아마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은 그것을 정의라 여기고 있을 테니까. 실력대로 받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 노력한 만큼 누리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다. 누가 판단하는데? 누가 평가하는가? 결국에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라는 것이다. 더욱 그렇게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주장하는 바고 그에 동의하는 자칭 청년세대 직장인, 취준생들이 주장하는 바다. 노동의 가치를, 노동자인 자신의 가치를 그렇게 시궁창에 쳐박는다. 당연히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상관없다.

 

최근 노동관련 이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이래서 계급이구나. 이래서 연대구나. 하지만 신분이 되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넘볼 수 없고, 파견직은 직고용을 넘봐서는 안된다. 생산직이 사무직과 동등해지려 해서도 안된다. 부모들이 그렇게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니까 생산직이 사무직처럼 되고, 파견직이 직고용과 같아지고,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다르지 않으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노력해 온 것은 무엇이 되는가. 그러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다른 존재인가. 전혀 상관없이 파견직만 차별하면 직고용에게는 아무 영향도 없는 것인가. 생산직의 처지가 열악해지면 사무직은 더 좋아지기만 하는가.

 

그러니까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할 게다. 새삼 느꼈다. 계급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계급을 신분처럼 생각한다. 그러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도 신분과 같은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도 신분처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연대의 대상이 아니다. 동질성을 느낄 대상은 더욱 아니다.

 

설명하려면 너무 길고 어려워 나 자신도 자꾸 피하게 된다. 이런 때 정면에 나서야 하는 것이 자칭 진보들일 텐데도 그러나 혹시라도 정부 편든다는 소리 들을까봐 비정규직을 위해서 단 한 마디도 보태지 못한다. 한국 자칭 진보들의 비루함일 것이다. 오히려 정부 지지율 떨어지는 것만 기뻐하고 있는 중이다. 한심한 꼬라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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