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타고나는 게 다 다르다. 내가 쉬운 게 다른 사람에게는 어렵고, 다른 사람은 무척 쉬운데 내게는 너무 어렵다. 누군가는 부자 집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학자 집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우국지사의 집에서 태어난다. 창문도 없는 좁은 방안에서 몸도 불편한 할머니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형제와 그마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버려진 고아원의 아이들도 있다. 이들이 모두 같을 수 있는가.


누군가는 운동을 잘한다. 누군가는 공부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영어를 잘하고, 누군가는 수학을 잘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잘 그린다. 때로는 영어를 잘해서 수입이 높고, 때로는 수학을 잘해서 사회적 지위가 높고, 때로는 그림을 잘그리기에 명예롭고 인기도 높다. 과연 자신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되는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듯이.


그래서 불평등하다.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것마저 사실 인간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만들어진다. 운동을 더 좋아하도록. 공부를 더 좋아하도록. 잘하는가의 여부도 상관없다. 하물며 부모조차 다르다. 자라는 환경조차 다르다.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모두가 같기를 바라는가.


복지란 모두를 같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거짓말을 하거나 터무니없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가 모두를 같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를테면 일본 기업문화에서 직원들에 대한 높은 복지는 말단직원까지 모두 회사라는 구조 안에서 평등하게 만들어주는가. 그냥 그대로 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냥 그대로 높은 놈은 높은 놈대로 낮은 분은 낮은 분대로 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바로 그것이 복지의 이유다. 잘나가는 놈들은 잘나가는 놈들대로, 못나가는 놈들은 못나가는 놈들대로, 그러나 죽어서는 안되니까. 사회로부터 이탈하거나 배제되어서는 곤란하니까.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것이다.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주겠다. 최소한의 의료와 문화생활 정도는 누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 복지의 확대는 바로 기본권의 확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잘난 놈은 잘난대로 사는 것이다. 돈 많으면 돈 많은대로,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으면 지위가 높은대로, 권력을 가졌으면 권력을 가진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문제없이 지금처럼 서로 다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같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시기이고 질투일 뿐이다. 끌어내리려는 원초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같다는 것은 환상이다. 모든 사람이 같지는 않다. 심지어 목숨값마저 모두가 다르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 그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받아들인다. 저들이 나보다 잘사는 것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들이 나보다 못사는 것도 그렇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 것이다. 더 나은 것도 더 못한 것도 없는 그냥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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