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을 통일부장관에 임명한 이유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너, 한 번 차차기 대선에 도전해 봐라."

 

물론 공짜는 아니다. 지난 20대에서도 정권이 교체되고 김부겸과 김영춘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졌었다. 김부겸은 민주당 입장에서 사지라 할 수 있는 대구에 계속해서 출마하며 마침내 당선된 점을 인정해서, 김영춘의 경우도 민주당에게 있어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부산에서 사실상 정치적 리더로써 성과를 이루어낸 점을 높이 사서, 그리고 실제 김부겸의 경우 장관 취임 초기 여러 긍정적인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있었다. 그래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장관도 해보고, 공직사회도 경험해 보면서 어떻게 나라를 운영해야 하는지 정도는 직접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노무현 이래의 전통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차기 대선주자로서 김근태와 정동영을 낙점하고 각각 복지부장관과 통일부장관에 임명해 경험을 쌓고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주었던 바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될 정도로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된 상황이란 것이다. 남북관계개선에 소극적인 한미워킹그룹의 반대와 방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더구나 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을 깨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몰아세우기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야심이 있는 장관의 책임있는 과감한 행동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 지금의 경색상황을 풀고 남북관계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면 그 공은 모조리 현직 통일부장관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설사 대통령이 주도하고 국정원장과 청와대 참모들이 앞장서서 해결했다 하더라도 통일부장관으로서 현안에 대한 공적을 또한 챙기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럴 실력이 되는가. 그만한 정치적 야심이 있는가. 시험대다. 원내대표로서 일정한 성과를 보였는데 과연 다음 대선까지 노려 볼 만한가.

 

한 편으로 여전히 민주당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는 과거 운동권 출신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과거의 전력도 화려하고, 당장 중진으로서 입지도 단단한데, 더구나 세력까지 상당함에도 정작 민주당 안에서 과거 운동권들의 입지는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어지간하면 이제 그만 물러나라며 떠드는 놈들이 바글거리는 상황이다. 그래도 그동안 민주당을 위해 헌신해 온 세월이 있는데 운동권 출신 가운데 대선후보 하나 쯤 있어도 좋지 않겠는가. 김경수는 너무 친노친문의 이미지가 강하다. 너무 노무현과 문재인 라인만 다 해 먹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호남 구민주당계의 이낙연에, 그리고 과거 김근태계였던 전대협 출신들에, 대선후보군의 면면도 다양해 질 필요가 있다. 그만큼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이인영이 일을 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 통일부장관 후보로 이인영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거론되었을 적부터 눈여겨 지켜봐 온 이유였었다. 과연 이인영이 차기는 몰라도 차차기에는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인가. 이를 통해 민주당 내부에 여러 세력들이 한 번 더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고보면 노무현과 김근태의 사이가 틀어진 것도 김근태가 원했던 통일부장관 자리를 정동영에게 주었던 것이 원인이었으니. 그를 기반으로 정동영은 2007년 대선후보까지 되었고 김근태는 18대 총선에서 낙선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었다. 여러 세력에서 유력한 대선후보가 나와서 서로 경쟁하며 화합한다면 민주당도 결국 서로 결이 다른 세력들끼리 화학적 결합을 강화할 동기가 되지 않겠는가.

 

어찌될지는 모르겠다. 결국 통일부장관으로서 이인영의 정치적 야심과 능력에 달려 있다 봐야 할 것이다. 박지원까지 더해졌다. 임종석이 청와대로 돌아갔다. 지금으로서는 이낙연 다음으로 민주당에서 차차기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을 것이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만한 실력과 자격이 되는가. 이인영의 운명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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