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이명박의 악정을 보면서 자칭 진보들은 노무현 정부를 더 욕하고 있었다. 노무현이 못해서 정권을 내준 탓에 이렇게 된 것이다.

 

박근혜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이 못해서 대선에서 졌으니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저들이 당당하게 안철수를 지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안철수였으면 이겼을 텐데 문재인이 나가서 진 결과 이리 된 것이니 문재인과 민주당이 책임지라. 세월호 때도 그래서 유가족의 가슴에 쇠못을 박던 당시 새누리당보다 그를 바른 길로 이끌지 못한 민주당을 더 비난하기도 했었다. 세월호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명분이 아닌 민주당을 부정할 더 큰 명분이 되었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이명박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박근혜도 원래 그런 사람이다. 한나라당 새누리당도 원래 그런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그런 사람 그런 정당이 그러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따라서 그를 막지 못한 민주당에 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유시민이 예전 말했던 민주당 무능론이다. 그러므로 이명박근혜나 한나라새누리당에게는 비판을 자제하고 민주당부터 조지고 본다. 그런데 가만 보고 있으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조선시대 임금이 정치를 못하면 밑에 신하들이 욕을 먹었다. 임금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비유하자면 보수정당은 항상 상수다. 민주당은 변수다. 보수정당은 원래 그런 존재들이고 원래 그래야 하는 존재들이고 원래 그럴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가 민주당인데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 항상 이 모양이 되는 것이다. 즉 보수정당의 잘못까지 모두 민주당의 잘못이 되는 신박한 논리인 것이다. 그런데 그 논리를 그대로 믿어 버린다. 민주당이 잘해야 보수정당도 잘한다. 그래서 말했잖은가. 민주당이란 보수정당이 잘하도록 만드는 도구일 뿐 민주당 스스로 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칭 진보의 진보정책이란 그런 것이다. 원래 보수적인 보수정당을 설득하고 잘 유인해서 진보정책 비슷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지 감히 민주당이 그런 것을 하려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민주당보다 더 보수적인 정책과 법안들에도 정의당이 아주 사소한 말뿐인 동의에도 노동존중의 정당이라며 감격해 한 이유였다. 이 시대의 정통성있는 왕이고, 그런 왕을 바로 이끌 신하라면 지금 상황이야 말로 감히 반역하여 찬탈한 불편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오세훈이 용산참사에 대해 참담한 발언을 했어도 비판하는 자칭 언론이 하나도 없었던 이유였다. 일단 주인을 제자리에 앉히고서 그 다음에 비판하든 견제하든 하며 바르게 이끌겠다. 잘못해도 역시 민주당 잘못이지 보수정당의 잘못은 아니다. 심지어 노동정책에 있어서조차 감히 보수정당을 비판 못하는 것이 바로 자칭 진보인 탓이다.

 

자기들이 비난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민주당은 잘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오히려 훼방놓고 막아서더라도 그마저 극복하고 잘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가 잘하는 게 아니라 보수정당이 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자칭 진보와 수구정권의 관계에 대해 지금껏 해 온 말들의 내용이기도 하다.

 

오세훈이 잘못하면 그것은 오세훈의 잘못일 것인가? 국민의힘이 잘못해도 그것은 민주당이 잘못한 탓이다. 국민의힘과는 손잡아도 민주당과 손잡을 일은 없다. 충신들 나셨다. 자칭 진보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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