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헤이안 말기 일본에서 무사들을 통솔하는 토료라면 동국에 기반을 둔 겐지 미나모토우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헤이시는 주로 서국의 해양세력들을 통솔했고, 겐페이전쟁 당시 미나모토와 일본의 패권을 다퉜던 헤이케 역시 그 기반은 서국의 해양세력에 있었다. 그래서 문제였던 것이다. 조정에서 고위관직에 있으려면 후지와라나 다치바나여야 했었고, 무사들을 통솔하려면 미나모토여야 했었다. 헤이시라면 관서에서나 행세하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헤이시 전체도 아니고 헤이케 혼자서 미나모토도 몰아내고 고시라카와 상황도 찍어누르며 정권을 틀어쥐고 있었다. 누가 좋아할까?

 

원래 한국 민주화운동의 주류는 제도권이라면 김영삼과 김대중이 될 테고, 비제도권이라면 서울에 소재한 대학들의 이른바 운동권이 될 것이다. 서민이 강준만 교수의 저작을 잃고 정치사회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강준만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극렬한 호남주의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호남주의자라기보다는 비호남의 민주당의 정통이라 할 수 없는 놈들이 민주당을 좌지우지하는 꼴이 보기 싫은 것에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그래도 김대중을 계승할 민주당 후보라고 노무현을 지켜봤는데 감히 대통령이 되자마자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특검하겠다 나서고 아예 민주당마저 깨고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 무슨 근본없는 짓거리인가. 말 그대로 김영삼 밑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내내 김대중 욕하다가 기껏 기어들어와서는 쪽박까지 깬 모양새니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사실 덕분에 당시도 노무현 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비난하는 민주당 전통지지층들과 꽤 많이 싸우기도 했었다.

 

김영삼 역시 한국민주화의 거물일 테지만, 그러나 결국 3당합당으로 군사독재세력과 손잡으며 그들의 수명을 연장시켜주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군사독재세력에게 그들과 목숨걸고 싸웠던 민주화운동의 지분까지 나누어주고 말았다. 그렇게 김영삼을 따라서 군사독재정권과 손잡았다가 아예 그쪽에 눌러앉은 인물 가운데 대표적으로 서청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오도, 김문수도, 이명박까지 모두 김영삼이 끌어들여 채워넣은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도저히 군사독재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남았던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머지가 되고 말았다. 결국 그 가운데 상당수가 조순을 따라 신한국당으로 들어가면서 더욱 거기서 남게 된 노무현과 같은 이들은 아예 근본도 없는 무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겨우 김대중 전대통령이 받아주어 장관도 하고 대통령도 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런 주제들이 아예 당을 먹어치운 것을 넘어 당을 깨버렸다면 어떻게 여겨야 하겠는가.

 

자칭 진보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권에서 성골이 김대중의 동교동계였다면 비제도권에서 성공을 서울대 출신의 학생운동권이었다. 최소한 그래도 서울소재의 명문대출신은 되어야 진골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당시 학생운동을 지휘하던 지도부에는 최소한 몸담고 있었어야 어디 가서 뭐라고 자기를 내세울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이란다. 하나는 대학 문턱도 가보지 못했고, 하나는 고작 경희대에 학생회 임원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차라리 목숨걸고 싸우던 대상의 딸이기는 해도 대통령의 딸이고, 매판자본이라 그리 욕했어도 대기업 총수였던 전직대통령은 얼마나 그럴싸한가. 더구나 여성주의가 진보의 주류가 되면서 생물학적인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전직대통령들과 비교되어야 한다.

 

한겨레 기자가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이다. 미디어오늘에서 비판없이 그대로 받아쓰고 있었다. 이명박근혜 시절이 차라리 지금보다 더 나았다. 서민만 그리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한겨레나 경향 같은 자칭 진보언론, 진중권 류의 진보지식인들도 그리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아시가루의 자식인지도 알 수 없는 토요토미 히데요시 따위가 쿠게가 되어 무사들을 지배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은 당시의 일본 무사들의 심리와도 닮아 있는 것이다. 개같아도 무사들을 다스리는 쇼군이 되려면 겐지여야 하는 것이고, 똥같아도 조정에서 관직을 받고 텐노를 배알하려면 쿠게여야 하는 것이다. 겐지도 쿠게도 아닌 일개 평민출신의 토요토미따위. 민주진영의 주류도 아니고, 더욱 집권세력의 주류도 아니었던 고작 친노친문 떨거지들따위.

 

그래서 기생충인 것이다. 원래 주인이 아니었으니까. 주인은 최소한 당시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군사독재세력이거나, 혹은 자본가진영이거나, 아니면 민주화의 주류인 자신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제 민주화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가가 아니라 그 뿌리가 어디와 닿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대통령의 딸이고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것처럼, 자시들은 서울소재 서울대학에서 배우고 학위까지 받고 교수의 직함까지 달았다. 더불어 누군가는 심지어 자신이 여성이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것들이 대통령도 하고 사회전반에 대한 중요한 발언들을 한다? 그러면 왜 조국은 그리 야비할 정도로 잔인하게 난도질한 것인가? 부역자니까. 감히 서울대 교수로써 경희대 출신 밑에서 그를 위해 일하며 명분과 권위를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데 아마 정권 초기에도 비슷한 내용을 썼었을 것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쓰고 있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고졸 출신이라고 그래도 대학은 나오고 대통령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바로 자칭 좌파의 입에서 직접 들었었다. 참고로 내가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게 된 이유도 당시 경험에 기인한 바가 크다. 오히려 자칭 좌파놈들이 남의 직업이나 경제사정, 혹은 학력 등을 두고 비웃고 조롱하기를 더 서슴지 않는다. 오죽하면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남부끄러운 이야기를 잘도 한다고 비웃듯 댓글다는 놈들까지 있었겠는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놈들 가운데도 있다. 그냥 집안이 가난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리 그놈들 보기에 부끄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주류와 단절된 새로운 주류들을 보여주고 있다. 학벌도 훌륭하고 경력도 모두가 감탄할 만한 것이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내세울만한 한 가지씩을 가진 이들이 민주당에 모여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과거의 주류가 아닌 새로운 주류다. 그래서 더 미쳐 날뛰는 것이기도 하다. 저들이 지금 내세울 수 있는 건 여성주의 하나다. 다만 그 여성주의를 통해서 역시나 자신들과 같은 과거의 주류였던 수구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저들을 고무케 하고 있다.

 

그러니까 묻게 되는 것이다. 여성인 사용자와 남성인 노동자가 분쟁을 일으키면 과연 자칭 진보들은 누구의 편에 서게 될 것인가. 이른바 박원순 논란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는가. 자신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계약직 방송인의 밥줄을 끊고, 현역검사를 지휘부를 이용해 징계하려 한다. 그렇게 화해치유재단의 전력을 가진 김재련과 연대하며 정의연을 공격하는 것이 지금 자칭 진보의 현실인 것이다. 김대중 전대통령마저 세상을 떠나고 그를 따르던 대부분이 흩어진 지금 남은 것이라고는 이것 하나 뿐이다. 이마저 사라지면 저들에게는 무엇이 남게 될까?

 

거슬러거슬러 올라가니 조상 가운데 겐지와 살짝 스친 누군가가 있었다더라. 가만 따지고 따져보니 겐지와 아주 약간이나마 얽힌 것이 있다더라. 뇌물로 조정에서 인정받는다. 그러니까 나는 겐지다. 겐지니까 세이이다이쇼군도 될 수 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그래서 천하를 장악해도 백성의 자식은 그냥 백성의 자식인 것이다. 차라리 박근혜가 더 나았다. 천민 밑에서 고개숙이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일 테니. 자신들은 이런 비천한 놈들과 함께 어울릴 만한 신분이 아니다. 물론 세상에 자신들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서민따위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웃기는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