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라도 대화할 때마다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해 계속 물어오면 짜증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또 많은 미연시들이 그런 식으로 대화를 통해 분기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한 마디로 대화할 때마다 선택지 나오는 것은 많은 게임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상적인 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내가 미연시를 절대 안하는 이유 중 하나다. 씨발, 대화 한 번 할 때마다 별 시답잖은 것까지 선택하라고 나오는데 그거 하겠느냐고. 다만 그런 부분을 배제했을 때 자신의 성적지향에 대해 설정토록 하는 것이 그렇게 크게 문제인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판타지세계에 성소수자가 뭔 말이냐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PC가 필요한 것이다. 성소수자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인위적으로 강제하거나 강요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수 천 년 동안 당연하게 이루어져 온 삶의 양식을 한 순간에 바꾸려 한다. 그러면 수 천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군주제와 봉건적 신분질서는 어째서 사라지게 된 것일까. 그러니까 과연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판타지세계에는 게이도 레즈비언도 바이섹슈얼도 트렌스젠더도 없이 그냥 주류적인 성지향만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아, 그렇게 주장하는 것들이 있기는 하다. 바로 개신교. 근본주의 개신교들은 그같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판타지라는 것도 결국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연장에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투사하여 만드는 가공의 세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상상하는 많은 것들이 판타지 세계에서 구현되고는 한다. 한 마디로 마법도 용도 괴물도 존재하는 세계에 성소수자가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이 불을 쏘고 전기를 만들고 집채만한 괴물도 때려죽이는 세계에서 어째서 게이나 레즈비언이나 바이섹슈열이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그건 그냥 그들의 바람인 것이다. 믿음인 것이고. 원래 이상적인 세계에는 성소수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현실에서의 성소수자란 비정상이고 일탈이고 오점이다. 그래서 단지 대화 가운데 자신의 성정체성을 정의하는 선택지가 나오는 자체만으로 강요라 여기고 불쾌하게 느끼기까지 하는 것이다.

 

진짜 어이없는 것이다. 처음 캐릭터를 선택할 때 성정체성을 특정한 것으로 강제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만으로 설정한 것이 그 이외의 성정체성을 가지는 이들에게 특정한 성을 강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소수자의 정체성까지 포함해서 자기의 성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고 거기에는 어떤 강제나 강요가 없었다. 성소수자를 선택하지 않았다 해서 패널티 같은 것도 없었다. 이후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소수자의 정체성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시스템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냥 여러 선택지 가운데 있을 뿐인데 그조차도 용납지 못하겠다. 왜? 이미 소수자의 성은 현재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가까운 어떤 곳에 그들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단지 게임에 그들의 존재가 등장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하겠다. 그러니까다. 그러니까 강제로라도 늬들과 바로 가까운 곳에서 그와 같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토록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것들마저 강요라 말한다. 지금 현실에 성소수자가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선택지도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을 강제라 말한다. 그러니까 하던대로 성소수자는 없던 것으로 치고 그들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한 채 배제하며 살아가도록 내버려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째서? 그냥 귀찮으니까. 불쾌하고 기분나쁘니까. 내가 그놈들을 철저히 혐오하고 차별하려는 이유다. 그런 놈들이 너무나 싫고 짜증나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을 참을 수 없으니까. 도대체가 뭐가 강요고 뭐가 강제인가. 뭐가 지나친 PC인 것인가 말이다. 단지 선택지 가운데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집어넣어서? 차라리 그런 인터페이스가 귀찮다 말하면 이해한다. 나도 그런 거 아주 질색을 하니까. 게임 가운데 대화할 때 선택지를 두는 것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당연하기까지 한데 그것을 시비거는 것은 무슨 생각인 것인가.

 

더불어 서구권 게임들 캐릭터 못생기게 만드는 건 역사가 아주 유구하다. 아주 멀리 위저드리나 마이트 앤 매직같은 게임만 해도 캐릭터 고르다가 절대 남자캐릭터로는 않는다는 내 신념을 우습게 무시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차라리 남자 캐릭터 못생긴 건 참겠는데 여자 캐릭터 못생긴 건 못 참겠더라. 현실에서 내가 그다지 잘생기지 못했으니 게임에서라도 잘생기고 멋지고 예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다. 그건 PC도 뭣도 아닌 인간의 너무도 당연한 욕망이다. 하지만 그런 한 편으로 진짜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조금 못생기고 뚱뚱하고 병신같더라도 그것도 괜찮기는 하다. 그런 점을 비판하는 건 확실히 나도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은데, 성소수자에 대한 비판은 정말 어이없기까지 하다. 이래서 2030이라는 것일까. 그들의 반PC도 이제는 흔적조차 사라진 반페미처럼 교조화되고 있다. 저 반PC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면 반페미처럼 보이지 않게 될까. 의심하는 중이다. 저게 과연 진심일지.

 

아무튼 하다하다 별 개소리를 다 듣는다. 판타지세계에는 성소수자가 없다? 판타지세계에는 남성과 여성 뿐이어야 한다?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은 그것이 주의이고 강요고 강제다? 병신에는 그냥 답이 없다. 저 새끼들은 어떻게 해도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피곤하고 의미도 없다. 불관용에는 관용이 없어야 한다. 마찬가지다. 나태와 무지를 이해하려 하면 그들과 같아진다. 혐오하게 되는 이유다. 한심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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