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과 대권의 분리라는 게 참 듣기는 좋다. 맞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당은 입법부의 일원인데 행정부와 입법부가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면 얼핏 삼권분립의 원칙 자체를 훼손하는 듯 보인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수반으로서 행정부를 이끌고 당은 당대로 입법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망했던 것이 바로 참여정부였었다. 아무리 당권을 틀어쥐고 있어도 모든 정치인에게 정치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대권을 거머쥐는 것이다. 현실이 허락하지 않으니 다른 목표도 이야기하는 것일 뿐 아주 실낱같은 가능성만 있어도 누구나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바로 대권이란 것이다. 그리고 일단 당권을 가지게 되면 당을 자신의 대권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기회란 것이 생겨나게 된다. 그렇게 가능성이란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자신들을 여당이라 불리게 만들어 준 현직 대통령조차 대권으로 가는 길에 놓인 하나의 장애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의 당권을 장악한 것이 노무현이 차기 대통령감으로 여기고 밀어주던 정동영이었었다. 처음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정동영은 막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노무현 전대통령을 배경삼아 당시 시대의 과제처럼 여겨졌던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지고 2004년 총선에서 마음껏 공천권을 휘둘러 당권을 손에 쥐게 되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언론이 합심해서 공격하고 대통령을 지지하던 여론마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할 경우 자신의 대선에도 좋지 못할 것이란 계산이 섰던 것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언론과 여론의 편에서 대통령을 공격하며 자신의 입지를 높이자. 바로 거의 모든 언론이 한결같이 김부겸을 민주당 차기 당대표로 밀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의 대표지만 또한 차기 대권을 노리는 경쟁자이기도 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후광도 얻어야 하겠지만 언론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면 차별화하려는 시도 또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국 국민적 여론이 좋지 못하다면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조차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회창이 김영삼을 신한국당에서 쫓아냈고, 정동영 역시 노무현 전대통령을 열린우리당에서 몰아냈었다. 바로 그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언론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의 눈치를 보면서 언론을 쫓아 정부와도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몰아갈 여지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 결과 어떻게 된다? 정부가 하겠다는데 정작 여당이 나서서 반대하다가 결국 자중지란만 일으키고 마는 참여정부의 재탕이 되고 마는 것이다.

 

현정부의 지지율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당이 정부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소한 이견은 있어도 대통령이 하겠다면 당이 철저히 뒷받침하고, 당이 요구하면 대통령 또한 행정부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반드시 이루어낸다. 힘이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행정부와 여당이 하나가 되었다.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때로 논쟁하고 때로 충돌하면서도 하나의 방향을 향해 모든 힘을 기울여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패스트트랙만 하더라도 과거의 민주당이었다면 이렇게 이탈표조차 거의 없이 무려 1년 가까이 끌어 온 법안들을 수월하게 통과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언론이 금태섭을 필사적으로 빨아주는 것이기도 하다. 멸종위기종이다. 민주당 안에 금태섭 같은 인간들이 많아야 하는데 이제 금태섭 하나 남았으니 어떻게든 보호하며 번식에 성공해야 한다.

 

결국 그러한 청와대와 여당의 협력에 의해 아무것이든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지하든 반대하든 청와대와 여당이 하나가 되어 아무것이라도 실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코로나19의 방역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가능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시절부터 당대표를 하면서 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우며 장악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입했거나 이전부터 따르던 사람들 말고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에서도 힘을 가지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친문을 자처하는 과거의 비문들마저 나타나고 있었다. 스스로 친문이라 자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입기 위해 저리 서로들 다투고 있는 중인데 과연 여당인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있을 것인가.

 

이낙연 의원이 전남도지사에 출마하며 중앙정치로부터 멀어진 것이 벌써 6년이 된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당의 혁신도 이루어졌고, 당내 인사들도 다수 바뀌고 있었다. 도저히 같은 정당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너무나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오히려 이낙연 의원 자신도 전남도지사에 출마하던 무렵 당에 남아 있던 이제는 탈당한 인사들이 더 친숙하게 여겨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남도지사로 있다가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국무총리가 되어 돌아왔을 무렵에는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이전의 새정치민주연합과 전혀 다른 정당이 되어 있었다. 당장이야 대통령의 후광도 있고,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높은 국민적 지지도 있으니 많은 당내 인사들이 이낙연 의원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과연 이대로 여전히 당과 거리를 둔 채 바로 대선에 출마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런 상황은 이어질 것인가.

 

당장 이낙연 의원의 가장 큰 경쟁자로 나타난 것이 역시나 차기 대선을 노리는 김부겸 전의원이라는 것이다. 서로 지역기반도 다르다. 따라서 자신의 지역기반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서로 취해야 하는 노선까지 모두 다르다. 이미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벌써부터 한참 앞서가고 있는 이낙연 의원에 비해 김부겸 전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배지마저 잃었으니 그를 뒤집을 비장의 수단의 더욱 필요한 터다. 이낙연이 대통령이 되어 바로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하면 또 모를까 아니라면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이낙연이라도 밟고서 길을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까 참여정부를 돌아보면 된다니까. 이낙연이 대통령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력한 청와대와 여당의 협력을 위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당권을 쥐어야 한다는 이유인 것이다. 자기 사람을 만들고, 그런 자기 사람들을 여기저기 심고, 나아가 민주당이 자신과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움직이도록 모든 준비를 마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는 모두 친문들 뿐이니까. 친문이 아니더라도 친문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와 달리 온전히 여당인 민주당을 고스란히 자신의 우군으로 삼아 모든 반대에도 무릅쓰고 하나씩 개혁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낙연은 다를까? 그러니까 참여정부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과연 언론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위해 진지하게 진심으로 조언하고 있을 것인가. 언론이 바라는 것도 역시 참여정부의 재탕인 것이다. 이낙연 의원이라도 당내 기반 없이 바로 대권으로 직행해서 당과 유리된 채 거대여당의 지원조차 없이 혼자서 날뛰다 자멸하고 말라.

 

그렇기 때문에 이낙연 의원 자신도 대선을 앞두고 당권부터 잡으려 벌써 필사적인 것이다. 그냥 과자 하나 더 먹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낙연이 목표로 하는 민주당의 당권이 장차 대권을 쥐고 자신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이기도 한 것이다. 당권 없이 대권도 없다. 설사 대권은 있더라도 성공은 있을 수 없다. 반대하는 놈들은 모두 적이다. 언론은 아주 오래전부터 민주당의 오로지 적이었었다.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차별만은 정당하다.

 

당권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무려 177석이나 되는 거대여당의 당권이란 대통령마저 위협을 느낄 정도인 것이다. 177석 여당이 열린우리당처럼 몽니를 부리면 더이상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지 않다. 당을 믿지 못하기보다 정치를 잊지 못한다. 정치하는 인간들의 선의를 잊지 못한다. 이낙연에게 당권이 필요한 이유다. 이미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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