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라면 어찌되었거나 정권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내각제라면 다수당이 되어 행정부를 자기네 사람으로 채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대통령중심제라면 더욱 당연히 자기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그 의지대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정당이 추구하는 지향과 목표를 현실에서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냥 수많은 소수파 가운데 하나로 남아 그저 밖에서 목소리나 높일 것이면 차라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쪽이 더 선명할 수 있다.

 

당장 1997년 대선만 하더라도 보수후보의 표가 훨씬 더 많았음에도 정작 보수정당인 신한국당은 이회창과 이인제로 분열한 반면 보다 더 보수적인 김종필을 김대중이 끌어안음으로써 결과는 소수파였을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어 국회에서 끊임없이 발목을 잡았음에도 결국 대부분 정책들은 김대중 정부가 의도한대로 추진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가지는 위상인 것이다. 거의 대부분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기에 대통령 하나 바꾸는 것으로도 상상한 그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중심국가에서는 누가 다수당이 되었는가보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가로 정치적 시점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는가, 이명박이었는가, 박근혜였는가로 구분하지 누가 1당이었는가로 구분하지는 않느다.

 

그래서 문제다. 대선후보 같지도 않았던 정동영 이후 아무리 민주당이 지리멸렬해 있어도 민주당에서 내세울만한 대선후보는 반드시 한 둘 정도는 있어 왔었다. 민주당이 자기들끼리 싸우며 한심한 꼬라지를 보이고 있어도 그래도 대선이 시작되면 저 가운데 한 명 정도는 보수정당 후보와 맞서서 차기 대권을 노려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과 연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혹은 거꾸로 정당지지율에 비례해서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연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었다. 결국에 이 정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당인가. 지금 이 정당에서 대권을 잡을 만한 후보인가. 정의당이 저리 존재감없는 이유인 것이다. 권영길이나 심상정이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동안에는 그래도 이름이라도 언급될 수 있었지만 심상정마저 뒷방늙은이가 된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진다. 도대체 정의당 가지고 뭘 할 수 있는데?

 

지금 국민의힘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대선후보가 없다. 민주당이 아무리 삽질을 하고, 언론이 총동원되어 그 작은 흠까지 있는대로 후벼파더라도 도저히 국민의힘이 그 대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총선의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 황교안이 이낙연을 상대로 대선에서 그래도 경쟁이라도 해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과연 당시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을 상대로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여당이고 야당이고는 당장 예산이나 정책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배현진이나 태영호가 종부세 인상을 반대하는 것과 최재성이나 김성곤이 반대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게 있어서도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에는 황교안 말고 아무리 살펴봐도 홍준표나 김종인 말고는 사람이 보이지 않은다. 홍정욱도 김무성도 유승민도 안철수도 다 한심한 꼬라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은 박근혜 잡아 쳐넣은 한 가지만으로도 절대 보수정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그러면 누가 있는가. 그래서 선택한 것이다. 여당의 지역구가 되어야겠다.

 

아무리 언론이 지랄 염병을 해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율은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거의 과반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차라리 민주당의 지지율이 빠지는 것은 더 선명한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열린민주당으로 향한 결과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여겨질 정도다. 왜이겠는가? 지금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 2위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리고 1, 2위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무려 44%라는 과반에 육박한 숫자가 나오게 된다. 그렇다고 나머지 지지율을 보수정당이 다 가져가느냐면, 조무래기들 다 모아봐야 저 절반이나 될까 싶은 상황인 것이다. 그런 국민의힘에 희망이 있을 것인가.

 

레임덕은 커녕 이낙연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공무원이든 검찰이든 판사든 죄다 납죽 엎드려야 할 상황이 오게 될 것이란 이유인 것이다. 이낙연이든 이재명이든 대통령에 당선되면 지금 대통령에 게기는 너희들을 절대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검찰의 인사권은 법무부장관에게 전적으로 귀속됨을 추미애 장관이 확인시켜주었다. 더이상 검찰총장의 말을 들어봐야 돌아올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에 줄을 설 것인가? 홍남기를 따르는 재경부 관료들 역시 당장은 이낙연이 만만해 보이지만 그만큼 재경부의 내부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전직 국무총리 이낙연이란 후보인 것이다. 자 어쩔 것인가. 이번에도 정권교체를 기대하고 말기에 한 번 대통령에게 덤벼 볼 것인가. 아니면 아예 납죽 엎드려 차기에 기회를 노려 볼 것인가. 그러면 국민의힘은?

 

그런 점에서 정의당의 선택을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정의당 없어도 된다. 오히려 정의당은 방해만 될 뿐이다. 존재감이 사라진다. 고작 6석짜리, 대선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정당 나부랭이가 과연 이 판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재명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지지자들도 이낙연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그래봐야 모두 민주당 소속 대선 예비후보들인 것이다. 그 사실을 망각할 때 오히려 두 사람의 경쟁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해악이 될 수 있다.

 

지금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누가 되든 민주당 정권이다. 누가 당선되든 민주당 대통령이다. 결국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는 곧 문재인 정부의 승리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좋은 것이다. 민주당 후보로 정권을 지킨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닌 놈들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일 뿐이다. 민주당이 먼저다. 민주당이 문재인이다. 어감도 좋다.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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