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란 하늘이 내리는 자리다. 되고 싶다고 아무나 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가만 있다가 그저 운이 좋아서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실력으로 쟁취해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사람이 할 바를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말처럼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비로소 하늘의 선택을 기다린다. 원래 동아시아에서 군주에게 하늘이란 바로 백성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지금 말로 국민이고 시민이다. 하잘 것 없던 시절에도 백성들의 지지 없이 아무리 강력한 군주라고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킬 수는 없는 것이다.

 

하다못해 전두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노태우조차 6.29선언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어냈다는 실적이 있었다. 박근혜 역시 박정희의 후광을 등이 업었다지만 차떼기 이후 최악의 위기로 내몰렸던 한나라당을 기사회생시키고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치른 선거마다 모두 승리하며 보수가 다시 정권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기에 대통령까지 되었던 것이었다. 논란이야 있어도 서울시장으로 있으면서 청계천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이루어낸 이명박에 비해서 당시 여당의 후보였던 정동영이 내세울만한 것이 무엇이 있었는가. 노무현은 몇 번이나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지역주의를 한 번 깨보겠다고 도전한 전력이 있었었다. 그래서 2012년과 2017년의 문재인이 달랐더 것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점에서 2012년 낙선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도 한다. 과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단지 이명박에 대한 반감에 편승해 대통령까지 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힘있는 민주정부가 가능했을 것인가?

 

지금 이낙연 의원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높은 지지 역시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총리였다는 배경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총리로서도 무척 잘하기는 했었다. 무엇보다 안정감이 돋보였다. 신중하고 침착하면서 크게 모난 데 없이 무난한 국정운영을 보여주고 있었다. 딱히 뭘 잘했느냐면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총리로서 과연 못한 것이 있느냐 생각하면 역시 떠오르는 것이 없다. 국민들도 이제는 지친 것이다. 뭔가 대단한 것을 이뤄보겠다고 온 나라를 들쑤시기보다 그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만을 안정감있게 해낼 수 있는 인물을 바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결국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맡아 이끌어가려면 현재의 능력 뿐만 아니라 미래의 비전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이낙연 의원 자신도 그것을 알았기에 굳이 총리자리를 박차고 국회의원에 출마해 국회로 들어간 것일 게다.

 

말하자면 지금 이낙연 의원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받고 있는 높은 지지율이란 단지 국민적인 기대와 지지가 여전히 높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총리로서 그 후광에 힘입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기보다 국민들로부터 선입금받은 사실상 빚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총리 시절에는 안정감 있게 잘했는데 과연 이후 차기 대통령감으로서 얼마나 실력과 비전을 갖췄는가 찬찬히 따져 보겠다. 그래서 이낙연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국무총리 자리를 박차고 자신의 힘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도 되었던 것이었고, 자신이 차기 대선후보로 출마하게 될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를 대상으로 자신에 대한 신임을 묻고자 당권에도 도전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과연 당내의 여러 경쟁자들을 대상으로도 이낙연은 국무총리시절처럼, 아니 당시는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당권후보인 자신을 꺾기 위해 반대편에서 결집할 경우 그마저 꺾을 수 있어야 이후 당과의 관계를 주도하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동력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지금 당내에서 이낙연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거셀수록 차기 대선주자로서 더 큰 기회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아예 당 전체가 이낙연에 반대해서 결집하다시피 했는데도 그마저 이기고 당대표가 될 수 있다면 이낙연의 실력은 차기 대선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미 검증도니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을 비판하고 심지어 반대하며 공격하는 목소리들을 꺼리거나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당의 안팎에서 이낙연을 떨어뜨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서는 이들의 존재를 불편해 할 이유도 당연히 없다. 시련이 더 큰 인물을 만든다. 하늘이 사람을 더 크게 쓰려 하면 그만큼 더 큰 시련을 내리기 마련이다. 국민 입장에서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과연 국무총리 시절의 이미지 만큼 이낙연이 차기 대통령으로서 자격을 갖춘 인물인가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차기 민주당 대통령으로서 이낙연이 가장 유력하다 여기고 있기는 하지만 당장 2년 뒤의 일조차 아직은 모르는 것이다. 이낙연이 과연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지.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며 이낙연을 대신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지. 어느 쪽이든 지금 가장 강력한 이낙연보다도 더 나은 인물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 뿐만 아니라 당권을 두고 경쟁할 다른 후보들도 눈여겨 보아 둘 필요가 있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 치열할수록 유권자는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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