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이 좁다. 그래서 감정이 상하거나 하면 상대에 대해 철저히 기억해 두는 편이다. 상종 못할 인간 같으면 아예 피해야 하고, 그래도 말이 통할 것 같으면 나중에라도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뭔가 앙금이 남아 있으면 언제든 갚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나와 논쟁한 상대에 대해 대개는 기억하고 있다. 이를테면 과거 화물연대나 철도노조, 혹은 성소수자나 장애인들의 투쟁에 대해 누가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였는가고 대충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흥미롭다. 아니 그때는 시민들 불편케 한다고 지랄하던 새끼들이 자기들 주장이 정당하니까 지지해달라 징징거리는 건 뭔 꼬라지인가.

 

누칼협이라 그랬다. 누가 칼들고 협박했는가. 그래서 최저임금인상도 반대했었다. 그냥 늬들이 나라경제 위해서 더 적은 돈만 받고 일해라. 근로시간 단축 역시 반대했었다. 더 적은 돈 받으며 더 많은 시간을 일해 돈버는 것이 정당하다. 시험도 보지 않고 비정규직이 무슨 정규직이냐며 비난하던 놈들도 바로 그놈들이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안해서 단순노동이나 하는 주제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도 그놈들의 주요 레파토리였다. 어딜 공항 보안원 따위가 연봉 4천씩이나 받느냐며 정규직은 말도 안된다던 놈들 가운데 그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기 싫으면 때려쳐라. 대우가 부당하면 그냥 그만두고 다른 일 해라. 그럴 주제가 못되면 닥치고 참고서 해라. 그러면서 누가 파업이라도 하면 온갖 조롱과 비난을 퍼부어대던 놈들이 이제 와서 자기들 지지해주지 않는다며 열등감이니 질투니 아주 생지랄들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간호사들 노고를 치하했다고 자기들 언급 안했다고 갈라치기라던 새끼들이다.

 

어째서 시민의 권리를 무엇보다 중요시여기고,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지지를 보내던 진보층에서 의사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그토록 냉소적인가. 보아 왔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사들이 사회적인 약자 소수자들의 투쟁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 왔었는가.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 그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펼친 논리들까지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놈들이 떠드는 소리에 귀기울인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 주장이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도저히 편들어주고 싶지 않은 놈들이라는 게 더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이란 결국 감정을 따라가는 동물이니까. 감정이 있고 이성이 있는 것이지 이성이 감정까지 통제하는 경우는 오히려 매우 드물다. 그리고 의사란 새끼들은 그런 감정을 제대로 건드려 버렸다.

 

의사들 수고한다고 덕분에 캠페인을 벌였더니 덕분이라며라는 모욕과 조롱으로 돌려주었었다. 자신들을 향한 선의에 아주 똥물을 제대로 뿌린 것이다. 손을 내밀었는데 뿌리쳤다면 더이상 다시 손을 내밀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쪽에서 손을 내민다고 붙잡아 줄 이유도 없다. 한 마디로 관심이 없다. 의사들이 무어라 떠드는지 들을 생각 자체가 없다. 그래서 논쟁도 하지 않는다. 더이상 그들과 무언가 사실과 진실을 가지고 다툴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그냥 그놈들 당하는게 재미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새끼들 당하는 꼬락서니 봐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감정의 문제다. 더구나 나같은 경우 머리가 깨져서 피를 철철 흘리는 상황에서 의사새끼들 파업 때문에 하룻동안 거즈만 붙인 채 버텨야 했던 기억까지 있다. 동네 의원에서는 처치가 안되어서 여기저기 가까운 병원마다 전화를 해 보는데 죄다 진료가 안된다고 해서 하루를 버티고 겨우 멀리 떨어진 병원까지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뭔 논리고 주장인가?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앞으로 아주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절대 감정까지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놈들은 그런 게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모욕준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철저히 안하무인으로 무시하면서 자기만 대우헤 달라?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런 대다수의 의사들 때문에라도 의사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것이다. 더구나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의사들이 문재인 정부 당시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을 보았기도 했다. 한 두 명 예외를 그냥 다양성이라 여겨줄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무시당하는 것이다. 그놈들이 먼저 무시했으니. 그동안 해 온 대로 돌려받는다. 당연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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