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작년 조국사태 당시 언론의 타겟은 조국 전장관의 도덕성이 아니었다. 당연하다. 박덕흠의 수 천억 이해충돌도 아무렇지 않게 흘려버리는 것이 지금 언론의 모습인 것이다. 사모펀드 그거 해봐야 얼마나 된다고. 다른 수많은 의혹들 다 더해봐야 기껏 수 십억 정도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후 언론이 윤석열 총장의 가족을 대하는 것만 봐도 그렇게까지 기사를 쏟아낼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조국 전장관에게 가해진 결정타 역시 사모펀드가 아닌 딸의 고등학교시절 인턴활동이었고, 동양대로부터 받았다는 표창이었다. 자격이 되지 않는데 부모의 반칙으로 명문대에 들어갔다.

 

지금 의대생들 다시 의사고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한 목소리로 떠드는 언론과 야권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의대생들은 엘리트다. 의대생들 자신들이 주장한 것처럼 학교에서 항상 시험만 보면 순위권에 들었던, 수능등급도 높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인 것이다. 그런 우수한 인재들인데 그 정도 특혜는 당연한 배려가 아니겠는가. 의대생들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의대생들의 편에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언론과 야권 역시 다르지 않다. 바로 얼마전 대학내 교수들의 부정과 비리가 밝혀진 뒤에도 침묵하는 20대 대학생들의 태도도 그 연장에 있다 봐야 할 것이다. 그토록 공정을 앞세우던 그들이 조국 전장관 때와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이유다.

 

실제 20대 청년들이 주장하는 공정은 우리들 세대의 공정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를테면 정시확대를 요구하면서 수시의 불공정성을 비판할 때 예시로 드는 것이 저소득층과 농어촌 학생들을 배려하는 전형들이었다. 집에 돈도 많고, 부모도 자식 교육에 열의를 쏟을 만큼 여유가 있어 더 유리한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다 하더라도 결과는 곧 자신의 실력인 것이다. 반대로 집에 돈도 없고 부모 또한 여유가 없어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그 또한 자신의 실력이다. 그러니까 실력대로 가자. 굳이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의 격차를 인위로 보정하려 할 때 오히려 불공정이 발생하니 공정하게 자기가 타고난대로 경쟁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도록 하자. 부모가 잘난 것도 자기가 노력한 결과이고, 결국 경쟁의 결과 승자가 된다면 누리게 되는 특권 같은 것도 오로지 자격 있는 실력자만이 가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공정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갔으면 정규직이라는 특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비정규직이라는 징벌을 받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래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그토록 청년들이 분노했던 것이었다.

 

요체는 자격이다. 그리고 그 자격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로 누리는 것들이 그만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권을 누리려면 그만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특혜를 받으려면 그만한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특권과 특혜가 문제가 아니라 자격없는 이들이 그런 것을 누리는 자체가 문제다. 나경원은 그래도 된다. 홍정욱도 그래도 된다. 장제원도 그래도 된다. 심지어 박근혜마저도 그래도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최순실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었다. 자격도 안되는 최순실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과연 언론과 청년들이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그렇게까지 분노를 드러냈을 것인가. 손석희나 한겨레가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까자고 기자를 쏟아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도 최순실을 차라리 욕하지 박근혜는 오히려 희생양이라며 동정하는 인간들이 저리도 많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서울대교수 조국은 자격이 충분하지만 과연 그 자식들까지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나경원 자녀 입시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언론이 물타기한 방식이 바로 아들의 성적이었다. 이만한 성적이면 그정도는 반칙도 아니지 않은가. 특권도 특혜도 아니지 않은가. 실제 그런 언론의 주장에 바로 넘어가는 청년들이 그리 많았었다. 성적이 그만하니 반칙이 아니고, 조국 전장관의 딸 같은 경우는 성적이 그만 못했다 하니 반칙인 것이다. 그래서 집중적으로 언론과 검찰이 하나가 되어 그 입시과정을 낱낱이 파헤치고 공격했던 것이었다. 과연 제대로 자격을 갖추고 외국어고에 입학했고, 고려대에도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인가. 아니라 하니까 분노한다. 반면 일단 정당하게 절차를 밟아 입학했으면 뭔 부정을 저지르든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자기들은 그래도 된다. 정의당 장혜영이 자기도 수시 특별전형으로 입학했으면서 조국 전장관의 딸을 비난하는 이유인 것이다. 나는 그래도 되지만 조국 전장관은 그래서는 안되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형법학자를 자식을 이용해서 정당한 특권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이었다. 아니 어차피 경희대 출신 대통령의 아래에 있기로 한 순간 그는 더이상 서울대 출신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이 사회의 엘리트라고 불릴 수 없었다. 하지만 유시민의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철저하게 그를 추락시키기로 마음을 모은다. 자격이 안되는 자식을 반칙으로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엘리트의 자리에 올렸다. 바로 조국 전장관이 자신의 자식을 반칙을 사용해서 올린 그 자리란 지금 의대생들이 누리는 그 특권과 반칙들이 허락되는 자리인 것이다. 그런 엄중한 자리를 그렇게 임의로 반칙까지 사용해서 편취하는 행위를 과연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의 공부성적을 들먹인 서민의 태도는 그런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처럼 혈통을 타고나거나, 아니면 의대생들처럼 정당하게 실력으로 특권의 자리에 오르거나. 물론 사법시험이란 엘리트로 올라가는 정석코스였을 것이다. 다만 인권변호사란 그런 엘리트의 길에서 벗어난 이레귤러라는 것이다. 조국 전장관이 사법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며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진정 문재인 대통령이 공부를 잘했다면 고작 인권변호사로 만족했을 것인가. 특권을 누렸어야 했다. 특혜를 받았어야 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어야 했다. 

 

모든 것이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정의당이 이제와서 국민의힘을 위해 입안의 혀처럼 구는 것이나, 자칭 진보들이 조중동을 위해서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이나, 결국 언론이 의대생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특권을 지켜주려는 행보와 맞물리는 것은 아닌가. 어느 언론의 솔직한 기사처럼 이들은 엘리트이기에 정부가 낮은 자세로 양보하여 봐주어야 한다. 경희대 출신 아닌가. 고작 저 변두리 부산의 인권변호사 나부랭이 아니었는가. 의사들이 현정부를 무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근혜였다면 감히 그런 행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거의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학벌사회의 초상같은.

 

저들이 주장하는 공정은 따라서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특권을 누리는 공정이다. 특혜를 누리는 공정이다. 그만한 자격을 가진 자들에게 특권과 특혜를 허락하는 공정이다. 월급을 더 챙겨달라는 것도 아니다. 복지를 다른 정직원 수준으로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만 더 자기들이 살 수 있게 배려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계약기간이 끝나도 일자리를 잃을 걱정부터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정규직은 그 자체로 신분이고 지위고 특권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 연장에서 보면 된다. 저들을 절대 이해도 동정도 못하는 이유다. 공정이 공정이 아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