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후계획은 하나다. 절대 일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받을 때 되면 차라리 그것 받으면서 절대 일같은 건 않고 놀고 먹으며 취미생활만 할 것이다. 평생 일만 하며 살았으면 됐지 나이먹어서도 무슨 일인가? 문제는 그렇게 집에서 놀고 먹으며 뭘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은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 유라시아 철도가 연결된다 했을 때 연금 받으며 철도로 유럽까지 가는 계획도 세우고 했었다. 기차로 시베리아를 횡당해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게 되면 그건 또 얼마나 즐겁고 낭만적일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지간히 비싼 좌석 아니면 허리 작살나서 러시아 어딘가에 무덤자리 써야 할 지 모르겠더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 만큼은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교수일 하던 것도 그만두고, 마누라는 장관이라고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고, 자식들도 다 장성해서 자기 길 찾아가고, 그러면 나이 먹고 집에서 혼자 뭐하고 있겠는가. 평소 요트여행이 꿈이었고, 그래서 중고요트라도 계속 알아보고 있었다면 매물이 나왔을 때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하는 것이다. 중고거래 해 본 사람은 안다. 돈 있으면 자기 원하는 시간에 조건에 맞춰 신품 사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눈품 발품 시간품 팔아가며 중고거래사이트에서 매복하다가 조건에 맞는 매물이 나오면 놓치지 말고 낚아채야 한다. 나이 먹고 가지게 된 꿈이었다면. 이건 또 나이 먹어가는 사람 아니면 모르는 것이다.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지 모르는데 코로나든 뭐든 일단 사고 봐야 한다.

 

대충 내가 이해하는 상황이다. 때가 좋지 않으니 보는 이에 따라 감정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감정적인 불편함이 반드시 법적이거나 도덕적인 일탈로까지 여겨지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여행을 자제해달라 했지 아예 금지하지는 않았다. 실제 다양한 이유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를 오가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다만 이러이러한 문제들이 있으니 자발적으로 여행을 자제하며 정부의 방침에 협력해 달라. 자원봉사와 비슷하다. 이러이러한 필요에 의해 시민들의 협력을 구하니 협력하실 분들은 협력해 달라. 그래서 자발적인 것이다. 자유의지다. 내가 필요해서, 내가 동의해서, 그렇기 때문에 나의 자의로 협력한다. 그래서 싫다면? 그런데 장관의 가족이라면? 그냥 감정적으로 불편한 사람만 불편한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해외여행 가고, 혹은 고향 다녀온 사람들더러 뭐라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거리로 쏟아져나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에 대해 한 마디 비난을 못했던 것이었다. 차라리 감염되더라도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해외 쪽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파악조차 안되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국내여행보다는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교회의 경우는 신자들을 오게 할 수도 있고 흩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책임을 갖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집회의 경우 역시 누가 어디서 어떻게 모여 밀접접촉을 하게 될 지 모르는데 상황이 다른 것은 역시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를 무시하면 결국 세상에 남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침이 되고서야 KBS가 그따위 스토킹 보도를 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첫째는 민경욱 살리기다. 그래도 KBS 출신 아니던가. 민경욱이 미국 가서 나라망신 시키는 것이 혹시 이슈가 될까봐 비슷한 시기 미국으로 출국한 정부인사의 가족을 문제삼는다. 민경욱에 대한 비판을 단 한 줄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더불어 박덕흠의 취업비리가 보도되고 있었다. 표창장도 안받았고 휴가연장도 안했는데 뭐 그리 대단한 문제라고. 돈 빌려서 집 샀거나,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 줘가며 가족에게 일을 맡겼다면 문제지만 3천억 따위 KBS 스케일에서는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이다. 검찰총장의 가족이 무슨 범죄를 저지르든 그런 건 보도가치가 없다. 그래서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봐라. 장관 남편이 이 시국에 여행을 갔다.

 

그냥 자기가 그 입장이라 생각해 보면 명확해지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자체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자가격리를 하는 것도 내가 걸리기 싫어서고, 주위가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과연 가고 싶은 여행까지도 끝까지 자제하려 할 것인가. 그런데 또 일정을 몇 달이나 늦췄다면 충분히 자제했다 할 만하다. 계속 가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더이상 미룰 수 없어 떠나게 되었다.

 

부적절이 부도덕은 아니다. 당연히 범죄도 아니다. KBS의 기준이 그렇다. 정부와 여당이면 부적절도 중대한 비리며 부정이고 범죄고 죄악이다. 국민의힘이나 검찰과 관련해서는 수 천억도 상식 범위다. KBS에 노조가 세 개 있다는데 정상화하겠다던 놈들이 이런 수준이란 것이다. 어째서 민경욱따위가 KBS앵커를 하고 있었는가. 너무 당연하다.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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