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해골에 담긴 썩은 물도 맛있게 들이킬 수 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을 초월했다는 부처마저 결국 식중독으로 열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십자가에 매달리는 고통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는 있지만 그 고통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신의 아들이라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마음을 달리 먹어봐야 해골은 해골이고, 썩은 물은 썩은 물이며, 잘못 먹으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몸에 나는 상처를 피할 수도 없고, 그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막을 수도 없다. 다만 그마저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오로지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인간은 현실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러서도 죽음에 구애받지 않는 경지를 바로 깨달음이라 부른다.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여기지 않으면 대통령이 아니게 된다. 장관을 장관이라 여기지 않으면 장관도 아니게 된다. 국민을 국민이라 여기지 않으면 국민 역시 아니게 된다.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176석도 진짜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기자것들이 언제부터 불교로 개종했는지, 아니면 노장의 사상에 그리 심취한 것인지 꿈과 현실 속에서 정말 제 멋대로 노닐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윤석열 검찰총장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여기지 말고, 장관을 장관으로 여기지 말며, 여당의 176석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만 바라보라. 그러니까 들이받으라.

 

법에도 없는 검사장회의를 소집해서, 더구나 의결도 아닌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들만을 모아 흘리면서, 그러니까 장관이 무어라 하든 검찰총장 마음대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동격이다. 아니 대통령보다도 검찰총장이 위에 있다. 필요하면 아무때는 청와대라도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다. 아무 이유없이도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며 모욕을 주어도 되는 것이다. 법무부장관도 지시를 하려면 검찰총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열심히 떠들고 있다. 누가 흘리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 것인지 모든 언론이 그렇게 미친 듯 써갈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어쩌는가?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는데.

 

그래봐야 대통령은 문재인이고,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장관은 추미애이며, 직제상 검찰총장에게 지시할 수 있는 상급자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을 무시하려 해도 입법부에는 무려 176석, 우호적인 의석까지 모두 포함하면 180석의 거대여당이 존재한다. 그래서 뭘 할 수 있는가? 최강욱의 말이 옳다. 아무리 검찰총장이라도 직제상 상관인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정당한 이유 없이 무시하고 어기려 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도 되는 힘이, 더구나 명분까지 추미애 장관에게 있다. 아무리 무시하고 싶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장관은 장관이고 의석수가 의석수인 이상, 여전히 과반에 가까운 국민이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이상 윤석열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아니라 우긴다고 그런 현실이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언론도 답답할 것이다.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고, 장관이 장관이 아니고,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이 아니며, 국민이 국민이 아니어야 하는데 기사를 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도와서 가짜 대통령과 가짜 장관과 가짜 국회의원과 가짜 국민들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데 아무리 기사를 써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론조사를 아무리 해봐야 대통령에게 장관에게 국회의원에게 법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까지 모두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가짜뉴스를 퍼뜨려서 지지율을 떨어뜨려도 아직 남아 있는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장관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가지는 권한과 책임은 여전한 현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물며 지지하는 국민들까지 어찌할 수 있을까? 아무리 빠라고 무시해봐야 그들이 정부와 여당을 지탱하는 이상 정부와 여당의 힘을 아예 빼앗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더 발악하는 것이다. 그런 현실을 인정할 수 없으니까. 그저 믿고 싶은 꿈속을 살고 싶을 뿐이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현실을 부정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려 미친 듯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가리키는 전문용어가 있을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도 그런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되기도 한다. 현실이 아닌 꿈속을 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을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이들이다. 그러면 자기가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살 수 있는 줄 알고. 물론 자신의 의식 속에서 현실은 꿈으로 바뀔 테지만 그러나 그들이 살아가는 곳 역시 현실이란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더 발악하면서 현실을 거부하려 애쓰는 중인 것이고. 자신들의 말로, 기사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더 발악하며 떠들고 기사도 써야만 한다.

 

당장 보라. 언론이 뭐라 떠들든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처음 그렇게 당당하던 것과 달리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시피 하다. 여기저기 전화도 걸고, 검사장회의를 열어 의견도 듣고, 언론에도 열심히 흘리며 여론전도 시도해 보지만 추미애 장관이 처음 입장을 고집하는 이상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저 버티는 것 뿐이다. 그저 시간을 끄는 것 뿐이다. 차라리 좋다. 그냥 아무것도 않고 버티며 시간만 끈다면 그 사이 수사는 절차대로 이루어질 것이고 윤석열의 비루함만 낱낱이 드러날 뿐이다.

 

그것이 현실이란 것이다. 아무리 언론이 부정하고 싶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장관은 장관이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며 무엇보다 그들을 여전히 지지하는 과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있다. 언론이 더이상 가치없다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그리 지지해달라 지원해달라 손을 내밀더니만 가장 힘들 때 도왔던 그들을 가차없이 빠로 매도하며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그러니 더이상 언론인들이 언론의 자유와 정상화를 외쳐도 아무도 선뜻 나서서 지지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저놈들이 지지한 시민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들이 무시하는 국민들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여당에게 압도적 다수의석까지 주었다. 그리고 그 힘이 검찰을 넘어 언론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민이라도 떠나면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말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난 9년 동안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다.

 

억울할 것이다. 화도 날 것이다. 지금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대다수 시민들이 이명박과 박근혜 아래에서 느끼던 감정을 언론이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조차 없다. 심지어 정치권이며 지식인 사회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과거에 대한 깊은 향수를 공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봐야 어쩌는가. 현실의 권력은 문재인 정부이고, 민주당이며, 그러도록 힘을 부여한 것은 국민들일 텐데. 미친 놈들을 상대하는 방법이 있다.

 

처음부터 승산같은 건 없는 싸움이었었다. 국민의 여론이 움직였어야 하는데 가장 최악일 때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보수정당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민주주의란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국민을 무시하고 싶은 언론과 검찰과 정치권과 지식인사회의 심리가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이지만. 그래봐야 윤석열은 검찰총장이고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며 대통령의 명령을 받들어야만 하는 위치란 것이다. 검찰의 가진 힘이 아무리 강해도 행정부 전체와 입법부 전체를 상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다. 언론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뭘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웃을 뿐. 참 비루한 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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