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과 총리까지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던 박정희였지만 그러나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군복부터 벗어야 했었다. 전두환 역시 12.12로 권력을 장악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스스로에게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고 바로 전역식을 하는 것이었다. 문민통제와 권력의 분립이 제도화된 현대 민주주의국가에서 군인신분을 유지하며 대통령까지 되는 것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요식은 지켜가며 권력을 장악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당시의 정권을 군사독재정권이라 부르는가?

 

군복은 벗었지만 군에 대한 영향력까지 놓아 버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적 인맥을 통해 군에 대한 장악과 통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단지 군인이란 신분만 내려 놓았을 뿐이었다. 군을 사병화하여 그를 수단으로 삼고 단지 법적 신분만 민간인인 채 권력을 장악하고 휘둘렀다. 단지 군복을 벗고 예편하여 법적으로 민간인 신분이 되었으니 군사독재가 아니라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단지 검사라는 신분만 내려 놓았을 뿐 여전히 검찰이란 조직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혹은 그러려고 한다면 그는 단지 그냥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민주화세대와 진보의 동거가 끝났다는 이유인 것이다. 하긴 작년이었던가 정의당이 앞장서서 민주화세대를 부정해야 한다며 외치고 자칭 진보언론들이 바로 받아쓴 바 있었다. 검찰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수장이 남은 검사들에게 안에서 같이 싸워 줄 것을 부탁하며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를 하겠다 선언한 상황이다. 여전히 검찰에 대한 영향력은 유지하면서 단지 정치를 통해 정치권력도 손에 넣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한 막강한 권력집단을 여전히 영향력 아래 두고서 무소불위의 대통령이라는 정치권력까지 가지겠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이 검찰까지 손 아래 두고 마음대로 움직인다. 검찰총장이 대통령까지 되어 행정과 군통수권까지 손에 쥐게 된다. 

 

비판 한 마디 없다. 오히려 애석해하며 찬양일색이다.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본때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이후만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이 버티지 못하고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증오의 감정마저 내비친다.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박정희도 군인신분 그대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어야 했다. 전두환도 여전히 군복을 입은 채로 선출직인 대통령의 위에서 명령과 지시를 내릴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미얀마의 쿠데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정의당이나 한겨레는 미얀마 군부의 입장을 실제로는 동정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런 수준이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정치선언에 대한 자칭 진보의 태도란.

 

과연 그동안 검찰이 정의로운 집단이었는가. 당장 윤석열 검찰만 하더라도 라임과 옵티머스 관련해서 수많은 의혹이 아닌 사실들이 폭로된 바 있었다. 윤석열은 옵티머스의 피해를 막을 기회를 자기가 놓아 버렸고, 측근들은 라임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는 절묘한 계산법으로 빠져나간 바 있었다. 그 가족의 범죄는 어떨까? 그런데도 검찰권력이 정치권력까지 장악하는 것은 괜찮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만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문제였다.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어디 두고보자. 기사나 발언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솔직한 속내인 것이다.

 

어이없는 것이다.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며 쟁취한 민주주의일 것인데. 그런데 문민통제의 원칙도 아랑곳없이 현직 검찰총장이 검찰권력과 정치권력을 모두 가지겠다고, 아니 사법부까지 이미 장악한 상태에서 정치선언을 하는 와중이다. 사법부를 직접 사찰까지 했음에도 한 마디 비판조차 못하는 것은 사법부가 이미 검찰의 똥개로 전락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기까지 한다. 비판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양승태의 사법농단에도 사법부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고까지 주장한다. 그게 지금의 자칭진보다.

 

말한 바 있었다. 원래 여성주의는 친일, 친군부, 친재벌, 친기득권이었다. 여성주의란 원래 남성기득권에 기대어 같은 여성들 위에 군림하기 위한 명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주의가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적대적이면 적대적이었지. 한국 여성주의는 개신교와 연관이 깊다. 그 여성주의가 진보의 주류가 되었다. 박근혜를 지지하고 마지막까지 동정하던 그 여성주의가 진보의 핵심이 되었다. 역사는 다시 돌아간다. 지금 자칭 진보는 여성권력을 위한 둥지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자칭진보가 진보일 것인가?

 

윤석열의 사퇴와 정치선언을 보면서 더욱 확신을 갖는다. 원래 수구란 군사독재마저도 옹호하던 놈들이란 것이다. 군의 쿠데타모의마저 긍정하던 놈들인 것이다. 그러면 진보란 무엇인가? 세대를 거듭하며 진보가 민주화를 가리키던 시절도 어느덧 오래전에 지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검찰민국도 상관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여전히 독점하고 사법부마저 사찰하여 장악한 검찰이 지배하는 대한민국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가짜 진보인 민주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40%의 국민들에게 응징을 가할 수 있을 테니 더 반길 일이다. 자칭 진보의 현주소다. 지지자까지 모두 버러지들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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