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경향일보의 유희곤 기레기가 검찰의 하명을 받아 쓴 윤석열의 충정 기사가 사실은 윤석열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쩌면 윤석열은 그 기사를 통해 청와대와 딜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이쯤에서 조국 하나만 내어주면 청와대를 겨냥한 모든 수사를 끝내겠다. 그러므로 이후 하명수사와 감찰무마 의혹도 조국 한 사람 잡는 선에서 끝내고 말겠다. 바로 추미애 법무부장관 임명이 확실시되던 시점이었다.
검찰도 부담이 컸을 것이다. 당장이야 윤석열의 기세가 등등하니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를 상대로 야심차게 수사를 시작했지만 당사자들 마음은 매우 복잡했을 것이다. 윤석열이 장담한대로 수사를 시작하고 바로 뭐라도 나와서 청와대에 일격을 가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정작 수사를 할수록 드러나는 것은 검찰 자신의 감추고픈 치부였다. 나오는 것 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고집 센 강골이라는 추미애가 신임 법무부장관으로 온다 하고, 청와대와 여당의 검찰에 대한 반발은 거세져만 간다. 여론까지 악화되고 있다. 인사철도 다가오는데 보수야당만 믿고 이대로 끝까지 밀어붙여도 좋은 것일까.
가만 하명수사나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검찰발 언론보도를 보면 그래서 행간이 상당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조국 윗선에 대한 보도가 사라졌다. 대통령까지 겨냥하던 것에서 여권 유력인사들 선으로 수사대상이 내려왔다. 하명수사는 아예 사라지고 이제는 공천개입을 따지고 있는데 이 역시 송철호 현시장과 인연이 있는 조국 전장관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청와대는 그런 검찰의 제안을 아예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아예 노골적으로 딜을 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강격한 감찰과 인사권을 행사할 것을 약속한 추미애 장관에게 꼬투리를 잡힐 우려가 있다.
그래서 윤석열이 신년사에서 선거사범을 언급한 것이다. 대놓고 총선에 검찰이 적극 개입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여당의 선거를 망치고야 말겠다. 아무거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검찰력을 동원해서 여당이 패배하도록 만들고야 말겠다. 그러니까 선택하라. 조국인가 총선인가. 그런 걸 좋아라 받아쓴 언론도 언론이다. 말하자면 퇴로인 것이다. 이대로는 윤석열 자신의 자리까지 위험하니 - 자리는 보전해도 검찰 내부의 반발이 너무 심해 권위가 흔들리고 있으니 조국으로 타협을 보자. 자신들은 조국 하나를 보냄으로써 지금까지 수사의 정당성을 보장받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이라는 리스크를 없앤다. 그런데 과연 정부와 여당이 윤석열을 믿고 그 제안을 받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지금 검찰은 한 몸이 되다시피 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도 더이상 못믿을 대상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에게도 정면으로 대든다. 사실상 좌천되어 지방을 떠돌던 자신을 구제해 준 은인임에도 전혀 상관없이 모든 검찰력을 동원해 적대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최소한 검찰은 몰라도 윤석열은 못믿을 인간이다. 언론만 윤석열을 찬양한다. 아니 보수언론은 윤석열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이 윤석열과 함께 한 검찰 내 세력들이다. 더불어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야 말로 자유한국당 정권을 위해서라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자초한 것이다. 검찰은 정권을 위한 개조차 될 수 없다. 너무 사납고 신의가 없다. 그런데 과연 청와대와 여당이 그런 윤석열과 검찰을 믿고 제안을 받을 것인가.
더 철저하게 감찰하고 인사권을 사용해서 검찰의 힘을 빼놓을 일이다. 윤석열의 손발을 자르고 목에 족쇄를 채워 놓을 일이다. 그것만이 윤석열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엄정하게 검찰력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다. 검찰이 모두 한 몸이 아니다. 한 몸이었다면 윤석열도 이런 타협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끝까지 가기에는 검찰은 몰라도 검사 개인들에게는 걸린 것이 너무 많다. 타협이 안되면 협박이다. 그래서 임동호가 안되는 인간이란 것이다. 그런 검찰을 등에 업고 점령군처럼 속한 당의 대표를 만나려 한다. 쓰레기는 이런 때 드러난다.
윤석열의 신년사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참 많이 몰렸구나. 그런데 포기라는 걸 모른다. 마치 마지막까지 연합군에 조건을 제시하던 구일본제국을 보는 것 같다. 내가 나서면 얼마든지 여당의 총선을 망칠 수 있다. 그런데 힘이 빠진 상태에서의 협박은 더욱 자신의 처지만 곤란케 만들 뿐이다. 주위에서 욕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추미애를 믿는다. 윤석열의 검찰은 절대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반란은 진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