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검찰총장 자리에 앉고 나서 검찰의 수사는 철저히 민주당에 편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국민의힘과 관련한 혐의는 제대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기소도 되지 않고 무혐의로 결론나는 것들이 많았다. 반면 민주당은 별 되도 않는 것까지 죄다 수사해서 기소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런 윤석열 검찰에 대한 자칭 진보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민주당을 그래도 같은 길을 가는 동지라 여겼다면 이상함을 느꼈어야 하지 않았는가.

 

사실 나도 역시 유시민의 영향으로 작년 총선까지 정의당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리지 못한 채였다. 더욱 재작년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의당이 민주당과 보조를 맞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아직 기대할만한 부분이 남아 있지 않은가 멋대로 착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이 본격적으로 민주당과 청와대를 겨냥하기 시작하자 문재인 정부도 민주당도 끝이라 생각한 것인지 너무 쉽게 일찍 그 속내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민주당에는 표를 주지 말자.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으면?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동지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을 함께 해 온 사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서로 지금 있는 위치는 달라도 결국에 같은 길을 가는 동지로써 때로 표를 나누고 때로 의석도 나누곤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를 지나면서 많은 민주개혁진영 인사들은 그런 당연한 인식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과연 자칭 진보는 민주개혁진영의 동지였었는가? 아니 과연 동지일 수 있는 것인가? 군사독재의 후신이자 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저해하는 한나라당과 손잡고 참여정부를 적대하던 당시 민노당이나 자칭 진보언론들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미련이 자칭 진보를 동지로 여기고 함께 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 최선두에 유시민이 있었다. 그리고 확인했다. 저들은 동지가 아닌 적이다.

 

윤석열이 이룬 또 하나 의미있는 업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워낙 윤석열의 의지가 강해 보였고,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찰의 위세도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을 총선에서 폭망케 하고 대통령도 탄핵해서 노무현처럼 만들 수 있을 지 모른다. 만일 민주개혁진영의 지지자들이 오랜동안 가져 온 착각처럼 자칭진보 역시 민주당과 민주정부를 동지로 여겼다면 그런 일은 절대 막아야 한다 여겼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실패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여러 반동들을 떠올려보면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그것만은 절대 막아야 한다 여겼어야 하는 것이다. 또다시 이명박근혜 시절을 겪을 수는 없다. 그런데 오히려 이명박이 유죄판결받는 그 날 한겨레는 이명박에 대한 안타까움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 조국 전장관 이후 윤석열 검찰이 정부와 여당을 수사할 때마다 박근혜를 소환하며 그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나았다. 한겨레 기자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했던 말이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만이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당장 보라.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협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노동존중의 정당이라는 타이틀까지 만들어 바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과는 법안과 관련해서 어떤 협상도 하려 하지 않았었다. 국민의힘은 사소한 양보에도 감격하며 온갖 찬사를 늘어놓으며 민주당은 자기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오만 비난을 쏟아낸다. 누구를 파트너로 여기는가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 자칭 진보지지자들마저 국민의힘을 비판하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비난에 더 힘을 쏟는다. 아니 심지어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해 온 탈원전이나 김학의에 대한 출국금지마저 검찰이 수사하니 정권차원의 비리라며 공격하는 것이 거의 일상이었다. 옵티머스와 라임과 관련해서 검찰이나 국민의힘 관련자가 나오면 입다물고 있다가 검찰이 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와 여당만 공격하고 있을 정도였다. 동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아무 상관없는 제 3자였어도 이렇게까지 편향적일 수 있을까.

 

아마 지금 민주개혁진영 지지자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100이면 100 정의당을 더이상 동지로 여기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이라면 김규항이나 홍세화 같은 진보논객들이 정부를 비판하면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받아들였을 테지만 이제는 그냥 코웃음치고 넘어가고 만다. 조갑제가 현정부 비판한다고 굳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동안 그들이, 아니 지난 정부에서도 이명박근혜 정권의 반진보 반개혁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그만큼 날선 비난을 쏟아내는 것을 얼마나 보기나 했었는가. 그 명분을 제공한 것이 윤석열이고 그들에게 확신을 심어준 것이 윤석열이라는 점에서 공이 작지 않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로 인해 피아가 분명해졌다. 철저히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던 윤석열 검찰을 추종하던 자칭진보는 더이상 동지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저놈들은 적이다. 하긴 선언은 저쪽에서 먼저 했었다. 민주당에 표를 주지 말고 당시 미래통합당에 표를 주어 대통령을 탄핵케 하자는 주장을 먼저 했던 것이 자칭 진보언론이었었고,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말을 먼저 꺼낸 것도 자칭 진보정당의 대표였으며, 심지어 자칭 진보정당의 비례대표는 민주화세대와의 단절을 천명하고 있었다. 덕분인지 이후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정의당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물론 그 보답으로 정의당과 자칭진보 역시 전광훈 무리들을 지지하며 광화문집회를 허락할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었다. 아직도 한겨레는 목수정의 주장을 사실과 상관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놈들이 속내를 끝까지 감추려 했다면 얼마나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헷갈려 했겠는가.

 

윤석열 덕분에 더이상 착각할 일도 오해할 일도 사라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의 철저한 정치적 편향성이 적과 아군을 가르는 시금석이 되어 주었다. 윤석열을 철저히 추종하는 저들은 그냥 저쪽에 속한 놈들이다. 검찰이 그동안 저질러 온 범죄도,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행위들도 모두 공범이 되는 것이다. 수구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이명박근혜를 더 그리워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더이상 동지는 없다.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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