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당대의 거유 퇴계 이황과 젊은 학자 기대승 사이에 벌어졌던 사단칠정논쟁은 한 마디로 인간의 이성이란 홀로 존재하고 발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 논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퇴계의 패배가 예정되어 있기도 했었다. 퇴계는 기대승에게 발린 뒤에도 율곡에게도 또 한 차례 발리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성리학이란 자체가 리와 기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고, 유학의 정통이론에서도 리와 기는 구분될 수 없는 것이었다.

 

주희가 성리학을 만든 이유부터 당시 북송에서 엄한 놈들이 불성을 깨닫겠다고 별 개짓거리 하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기에 그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불성이든 도든 그 자체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학습과 정진 이후에 다가오는 것이다. 깨달음은 한순간일지라도 그를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깨달음은 그같은 노력의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우주론으로 확장하여 해설하려는 노력이 곧 성리학의 시작이었고, 따라서 리와 기를 구분하는 자체가 성리학의 입장에서 이단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이이가 설명한 것이었다. 오로지 바른 정, 바른 기만이 바른 단, 바른 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다. 리얼리티와 리얼은 다른 것이다. 사실적인 것과 사실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합리적이라거나 논리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합리이고 논리인 것은 아니란 뜻이다. 내가 강간을 저질렀다. 아주 어린 여자아이를 무참히 강간하여 다시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그를 합리화하려는 시도는 존재한다. 그리고 때로 꽤 그럴싸한 이유도 만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2대남들이 n번방에 대해 그를 소비한 행위를 스스로 합리화하며 정당화하고는 그 자체로 납득하고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새끼들이 나쁜 새끼들 - 심지어 당한 여자들이 이상한 거지 범죄자가 뭐 잘못이냐는 아주 훌륭하신 분들고 적지 않았다. 그를 위해 동원된 온간 논리와 이유들을 보면 이 또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을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논리는 허구다. 실제에 근거하지 않는 합리란 궤변이다. 당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그 사실과 실제를 학습하고 확인한다는 자체가 꽤나 지난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내가 원하는 결론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기만의 사실을 내세운다. 실제를 앞세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타진요였다. 실제의 사실이 있었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자기들이 자의적으로 선택한 진실이었다. 올바르지 못한 근거에서 과연 올바른 근거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정의롭지 못한 전제에서 정의가 추구될 수 있는 것이며 도덕적이지 못한 의도에서 도덕이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인가. 타인을 업수이여기는 인간들의 공정이란 결국 자기보다 못한 인간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그동안 2대남들이 주장하던 공정의 실체는 힘없고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더구나 사회적으로 열위에 있는 이들을 정당하게 차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어딜 감히 경비원따위가 정규직을. 주방보조원 따위가 정규직을. 이런 논리에 다수 자칭 진보들까지 동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도 단지 논리 비슷하고 이성 비슷하다고 그를 논리적이네 합리적이네 이성적이네 개짓거리를 일삼는다.

 

일베가 말하는 팩트의 실체다. 사실을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같은 것을 근거한다. 자기가 사실로 여기고 싶은 것을 전제로 자신이 목적한 바 결론에 이르는 과정만을 추구한다. 그래서 2대남 사이에 지성에 대한 혐오가 넘쳐자는 것이다. 명징이란 단어를 썼다고 별 개소리들 늘어놓는 2대남들이 그리 많았었다. 정의로운 것도 싫고, 도덕적인 것도 싫고, 그런데 그 논리로써 정의와 도덕을 이야기하려 한다. 전에도 말한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여 논리를 펴는 이상한 현상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스스로 논리적이라 여기기에 그를 위한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데, 사실을 근거하지 못하므로 사실처럼 여겨지는 가상을 사실의 자리에 갖다 놓는다. 그렇게 최선의 가정을 전제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반대로 최악의 간정을 전제하여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옹호한다. 그러므로 자신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이들이다.

 

하필 윤서인의 유튜브채널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내 눈에 띄게 된 것이 이유일 것이다. 윤서인이 욕먹은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모든 것이 자기 머릿속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자기 머릿속에서 근거를 만들고 전제를 만들고 그 위에 이유를 붙여 그를 진실처럼 떠들어댄다. 딱 2대남들 하는 짓거리 그대로다. 처음부터 아류였던 것이다. 2대남의 공정과 정의와 상식과 도덕과 윤리란 어디에 있는가. 단지 그들의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비유하자면 성경 몇 줄 읽었다고 그를 근거로 온갖 망상을 떠들어대는 사이비교주 비스무리한 놈들이라 보면 된다. 심지어 성경이라고는 아예 한 줄도 안 읽었음에도 성경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자기만의 교리를 설파하는 놈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교리를 종교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긴 2대남들이 그리 신천지를 좋아했었다. 신천지의 아류들이라 할 수 있다. 이만희가 그들의 교주다. 자칭 진보도 마찬가지다. 돈 주면 주인이다. 한심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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