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며칠 전부터 매일경제에서 무려 1면에 경제관료들이 겪는 어려움 같은 것들을 연속해서 기사로 내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기사나 커뮤니티의 댓글 가운데 유능한 관료와 무능한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의 댓글들이 적잖이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유능한 공무원들이 무능한 정치인들로 인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뜻일까?

결국은 국가채무비율 논란의 연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유능하다. 특히 경제관료들은 이 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경제관료들이 주장하는 것이면 당연히 옳다. 그런 경제관료들의 주장을 비판하고 꺾으려 하는 정치인들은 무능하다. 그러므로 국채비율을 늘려서는 안된다. 재정을 확대해서는 안된다.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하자는 대로 해서는 안된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과 정치인들로 이루어진 그 보좌진, 그리고 장관들의 무능으로 생긴 일이므로 경제관료들이 책임지고 그를 막아서서 해결해야만 한다.

한 마디로 경제관료들의 항명을 독려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민주정부에 맞섰던 군부도 검찰도 심지어 사법부마저 그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 이제 믿을 것은 공무원들 뿐이다. 그것도 고위직에 있는 경제부처 공무원들 뿐이다. 이들이야 말로 지난 수 십 년 간 보수정부와 이해를 함께 해 온 이들인 것이다. 보수정부 아래에서 보수적인 경제논리에 길들여진, 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집단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청와대가 의도한 대로 경제정책이 돌아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하고 보이지 않게는 훼방놓아 실패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과연 경제관료들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능하기만 한가. 실무적으로는 유능할 지 모르겠다.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만한 이론적 토대 위에 실무적인 경험을 모두 갖추고서야 비로소 그만한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대부분의 국가와 사회가 아래로부터 무너지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들 고위공직자들의 관행과 관성인 것이다. 그래서 관료주의라는 말도 나온다.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대로 익숙한 방식만을 고수하려 고집한다. 사회는 이미 누적된 모순들로 인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데 그 길목에 선 관료들이 그를 막아서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경제관료들이 주장한대로 해서 한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었는가. 당장 많은 기업들이 가장 불만을 말하는 대상이 누구이던가.

군인들이 잘 싸운다고 그들에게만 싸움을 맡겨서는 안되는 것은 전쟁이란 그저 싸워서 이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싸워도 보급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보급이 생산량의 한계를 넘어서면 싸움에서 이겨도 사회는 붕괴하는 것이다. 이겨서 안되는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도 결국에 국가전략에 해를 가져온다. 과연 몽골의 침입 이후 끝까지 항전할 것을 주장하던 무신들의 말을 쫓았다면 고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수 십 년을 전란에 시달려야 했던 백성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그같은 결사항전의 주장에 무신들 자신들의 사적인 이유는 없었던 것일까? 그러니까 이전에 하던대로 계속 하자는 주장에는 단지 편리하고픈 자신들의 사정이나 욕심 같은 것은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인가.

하긴 기자들도 그쪽이 더 편하기는 할 것이다. 생소한 다른 무언가가 도입되면 그것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이해도 해야 하니 보통 성가신 것이 아니다. 가만 사무실에 앉아서도 쓸 수 있는 기사를 발로 뛰어 취재도 해야 하고, 쓰던대로 관성으로 쓰던 기사도 새롭게 공부해가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그냥 관성으로 비판부터 쏟아내고는 했었다. 장관은 그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질의를 통해 들려주었다는데 나온 기사는 그냥 하던 그대로의 비판기사가 전부였었다.  다른 의도가 있다기보다 언론 자체가 권력이 되어 가며 기자들 자신도 관료를 닮아 버린 것은 아닌가. 그러므로 당장 어떤 문제가 있고, 앞으로 어떤 더 큰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든 관료들이 지키고자 하는 관성과 관행들이 자신들과 더 가깝다.

물론 그나마 가장 호의적인 해석이고 더 본질은 늘어나기 시작한 댓글의 경향과 더 관계가 있지 않을까. 정부는 무능하다. 청와대와 장관들은 정치인이기에 무능하다. 관료들은 유능하다. 그러므로 관료들의 뜻을 따르라. 과거 검찰이 그랬던 것처럼. 사법부가 그랬던 것처럼. 언론이 그랬었던 것처럼. 관료들이야 말로 저들의 마지막 보루일까. 그러므로 관료들을 앞세워 청와대의 앞을 막고 마침내는 주저앉히겠다. 그 일단에 신재민이 있고 김태우가 있고 얼마전 외교부의 참사관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정부를 망칠 마지막 고리는 공무원이다. 그것도 고시출신의 고위공무원들이다.

최배근 교수의 우려가 옳은지 모르겠다. 아니 이미 예상한 바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당시와 노무현 정부 당시 공무워들이, 특히 고위공무원들이 어떻게 행동했는가 모르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정부의 앞을 막고 개혁정책들을 좌절시켰는가. 정치적 중립이란 보수정부를 기준으로서만 성립하는 것이다. 지령이 내려졌다. 과연 관료집단이 어떤 식으로 행동을 보여줄 것인가. 욕부터 튀어나오는 상황이다. 수 십 년 보수정권의 폐해가 도대체 어디까지 미치는 것인지. 그래도 믿는 수밖에. 문재인은 노무현과는 다르다. 단 하나 희망이다. 뭣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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