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이런 일 생길 것 같더라니. 난 원래 인간이 비겁해서 안 될 것 같은 싸움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 해서 버티는 것조차 안 될 것 같다 여기면 바로 도망쳐 버린다. 이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피해자 자신이 직접 나서서 시작부터 과정과 결과 모두를 부정했는데 과연 정의연이 무엇으로 그 모든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그만두라 했던 것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희생자를 내고야 말았다.

 

다시 말하지만 위안부 운동에서 피해자들은 그냥 시작이고 끝이며 근원이고 결과다. 피해자들이 그렇다 하면 그런 것이다. 무라야마가 만들었던 아시아여성기금을 정대협이 부정할 수 있었던 것도 끝끝내 받기를 거부했던 피해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의 위안부협상 역시 그를 거부하는 피해자들이 있었기에 힘을 받아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피해자 자신이 위안부운동을 모조리 부정한다? 그러면 끝인 것이다. 피해자 자신은 물론 피해자를 신뢰하는 여론에 의해 정의연은 그동안의 모든 활동을 철저히 단죄당하고 있는 중이다.

 

정의연 관계자들의 지금 심정이 어떠할지 모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차라리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아마 그 가운데서도 아주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피해자들이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텨야 하는 이유란 과연 무엇인가? 사람이 너무 좋아도 때로 너무 잔인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버티며 상처입고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그것이 과연 선의이기만 한 것인가?

 

과거의 역사는 역사고, 역사의 상처는 또 역사의 상처일 테고, 그러나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현재를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과거의 역사도, 역사의 상처도 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안타까울 뿐. 나이 60에 14년을 활동해 왔으면 정말 지난 세월들이 억울할 만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 세월 동안 다른 일을 했으면 하다못해 막노동을 해도 돈은 더 벌었을 것이다. 얻은 것은 없이 부정당했다는 오욕만 남았다.

 

떠난 이를 안타까워하며. 더이상 이런 희생이 없어야 한다 더욱 다짐하면서. 그래서 무의미한 위안부운동은 이제 끝내는 것이 옳다. 수요집회도 중단하고, 정의연도 해체하고. 그동안 정의연과 함께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던 자칭 진보, 자칭 지식인 집단들마저 모든 언론과 함께 등돌린 상황이다. 그나마 믿을 것이라고는 민주당 180석 뿐인데, 정치란 때로 너무 잔혹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과연 희망이 있을 것인가. 새삼 확인하게 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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