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위선에 대한 혐오를 보고 있으면 강간하겠다고 말하고 실제 강간한다면 차라리 사람을 살리겠다 말하고 죽도록 내버려 둔 의사보다 더 훌륭하다 여기는 것 같은 분위기다. 

 

차라리 강간하겠다 말하고 강간했으면 위선이 아니다. 사람을 죽이겠다 말하고 죽였으면 위선보다는 나은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든 사람을 살리겠다 말해놓고 조금이라도 나태했거나 실수했다면 그런 강간범이나 살인범보다 더 나쁜 것이다. 차라리 위선보다 위악이 낫다.

 

어째서 위선보다 위악이 나은가. 최소한 위선자들은 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매력적이고, 또한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안다. 그래서 굳이 선으로 자신을 위장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악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선을 경멸하고 조롱하며 무시한다. 그래서 굳이 선으로 자신을 치장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위악이 더 위선보다 낫다는 것일까.

 

하긴 기성세대의 탓이기는 하다. 저런 걸 가르치는 것은 결국 기성세대의 몫인 때문이다. 오로지 순결한 성인같은 선이 없다면 그나마 위선이 더 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위선보다 위악을 택하겠다. 그런 것을 기성세대는 조장하고 혹은 강요한다. 그러면 그 결과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우스운 것이다. 백에 하나라도 선하면 선한 것이고 하나라도 더 악하면 악한 것이다. 선이란 정의가 아니라 실천이다. 과정이다. 그래서 얼마나 더 선한 행동을 하려 노력했는가. 순백을 원한다면 모두 더러워질 뿐이다.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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