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소련이 붕괴하고 대부분 주사파들이 전향하는 와중에도 꿋꿋이 종북의 신념을 지켰던 이가 있다. 더불어 출신성분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북한에서 영사까지 지낸 고위관료 또한 같은 당에 몸담고 있는 중이다. 진정 이념을 의심해야 한다면 누구를 더 의심해야겠는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마 북한이 입장문을 내면서 사실관계를 그리 정리한 것은 일단 한국의 당국에서 감청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보란 여기까지란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설혹 그 이상의 정보가 있더라도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 한 한국 정부에서 그 이상 구체적으로 드러내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북한 스스로 그렇게 사실관계를 규정하면 한국 정부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그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려 한다면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감청만으로는 불가능한 고급정보를 전달한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다.

 

무슨 말이냐면 감청한 내용만으로는 누가 한국의 당국에 정보를 흘렸는가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평소 하던대로 북한군의 무전을 감청하고 있었고, 북한 해역을 감시하던 도중 우연히 어딘가에 불을 붙이는 것까지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북한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북한의 고위인사 가운데 누군가가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고급정보를 계속해서 한국 정부에 흘리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가? 북한의 내밀하고 민감한 정보들을 수집해서 한국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런 정보원이 역할을 한 것은 아닌가. 그래서 한 편으로 떠보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의 발표와 다른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혹시라도 이와 다른 내용을 한국 정부에서 발표하면 그를 통해 정보를 흘린 내부의 배신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될 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사실관계에 대해 엄격하게 따져묻지 않으면서 그저 피살되었다고 여겨지는 공무원의 시신을 찾는 데만 서로 협력하자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상은 밝혀야겠지만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이 아닌 남북한이 서로 합의 아래 협력해서 공동으로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그런 정부의 의도를 계속해서 방해하는 중이다. 월북이면 월북인 이유를 밝히라. 정부에서 그와 같이 북한이 밝힌 것과 다른 내용들을 사실로써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래서 근거들이 공개된다면? 북한은 다시 한 번 내부의 배신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되겠지.

 

나는 한국사회에 여전히 수많은 북한의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분단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이라면 북한에서 내려왔거나 처음부터 북한에 우호적이던 내부 인사가 그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누구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전향한 적 없는 전직 종북주의자와 영사까지 지냈던 북한의 고위공직자보다 더 의심스러운 대상이 존재하기는 할까. 아, 김종대가 있었다. 김종대 주장대로 했다간 그대로 한국 정부가 독박을 쓰는 것이다.

 

사실 이미 중요한 것은 피살된 공무원의 - 즉 대한민국 국민의 시신을 찾아서 가족품에 돌려주는 것이지 그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북한 영해에 있었는가 구체적인 이유까지 시시콜콜 밝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북한은 자국 영해에서 타국 국적의 시민을 살해했고 시신까지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끔찍하게 살해되었다 여겨지는 피해자가 다름아닌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에 그 책임을 묻고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에 돌려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월북에 초점을 맞추고 이유를 따져묻는 동기와 목적은 어디에 있겠는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 것일까.

 

북한 입장에서 배신자지만 우리 입장에서 소중한 협력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다. 그런데 자꾸 그 정체를 밝히라 말한다. 정체가 노출될 수 있는 단서를 내놓으라 주장하고 있다. 순수하게만 볼 수 있을까? 종북은 아직 우리 사회에 이렇게나 많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 특정할 수 있는 사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시시콜콜한 내용들이 중요한 것이 아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앞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좋을 것은 과연 어디의 누구일 것인가. 언론도 수상쩍다. 진짜 배신자는 누구일 것인가. 엄중한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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