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째서 하필 이영훈과 그를 옹호하던 진보지식인들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일까? 어떤 계시였던 것 같다. 일본군성노예는 국가, 혹은 민족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이고, 젠더의 문제다.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성노예에 직접 관여했던 한국인 개인들이 고백하고 참회하며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 역시 일본군성노예의 가해자였다.
일제강점기는 없었다. 대한제국으로부터 한반도에 대한 지배의 권리를 물려받은 조선총독부의 실제적 지배가 있었을 뿐이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대한제국에서 조선총독부로, 그리고 해방 이후 새로이 건국된 대한민국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부정한다. 영토도 없고, 국민들에 대해 아무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었던 정부가 과연 정부인가.
어째서 그들은 스스럼없이, 그것도 광복절날 독립운동가들을 공공연히 모욕할 수 있는가. 세계는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졌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남성들이 세운 남성의 나라다. 여성에게는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다. 오히려 지금 일본의 여성인권이 대한민국의 그것보다 더 높다면 독립운동가들은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추락시킨 장본인들일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굳이 존경할 필요도 없고 얼마든지 비난을 퍼부어도 정당하다.
결국 선을 넘고 만다. 그것만은 하지 말기를 바랐건만. 그럼에도 아직 많은 진보지식인과 언론들이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이유는 바로 메갈리아를 핑계로 공공연히 저질러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하, 혐오의 발언들이다. 이제는 메갈리아라는 핑계거리가 생겼기에 반대하는 이들을 모두 메갈리아로 몰아붙이면 된다. 그동안 주위의 눈때문에 꾹꾹 눌러왔던 진심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내가 여성을 혐오하고 경멸하고 차별하는 정당한 이유에 대해서. 메갈리아가 문제가 아니라 아직 그런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문제다.
아무튼 참 곤란해졌다. 이래서야 그동안 메갈리아에 우호적이던 나로서는 많이 난감하다. 그럼에도 후회는 않는다. 이런 결과를 보고서도 여전히 메갈리아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공공연히 내뱉는 인간들이 더 문제라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문제이고, 그리고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다. 무엇이 우선인가는 굳이 말할 필요 없다. 인간이 민족과 국가에 우선한다. 너무 당연하게.
결국 언젠가 터질 일이 터진 것 뿐이었다. 정의당에서 국가와 민족을 말하면 그래서 웃는다. 역시나 NL인가 의심한다. 하기는 진짜 강성 좌파들은 정의당조차 욕한다. 사회당이나 녹생당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아직 한국 진보의 주류는 정의당이다. 일본군성노예마저 젠더와 개인의 문제로 보았던 그 눈으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바라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웃음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