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다. 괜히 기자나 판사, 혹은 검사들 욕하면서 그 부모까지 싸잡아 욕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부모에게는 자식을 올바르게 잘 기르고 가르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가장 먼저 야단치고 바로잡을 책임이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식을 망치는 것은 그래서 대부분 부모다. 양승태가 자랑스럽고, 우병우가 자랑스럽고, 이명박이 자랑스럽다.

어째서 일부 목사들의 문제로 기독교 전체가 욕먹는가. 그런 문제 많은 목사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심지어 유력한 인사로 만들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그런 목사들이 있는 교회가 더 커지고 신도들도 많은 것은 무엇때문이겠는가. 가장 먼저 문제를 일으킨 목사들을 징계하고 퇴출시켰어야 할, 무엇보다 그런 목사들을 거르고 더 훌륭한 목사를 찾아 스스로 움직였어야 할 신도들이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해도 아무렇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러면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과연 워마드의 극단적인 남성혐오와 그로 인한 반사회적인 행동들에 여성주의자들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무엇보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워마드를 옹호해 온 것이 바로 그들 여성주의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정부의 여성부장관마저 국정농단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현을 살고 있는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며 자신을 임명한 현대통령에 대한 저주를 퍼붓고 있는 저들 집단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었다. 여성이라면 좋다. 더구나 조직화된 여성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없다. 오히려 그마저도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폐해로 보듬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더욱 여성권력까지 등에 업고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의 구분조차 없이 저리 날뛰고 있는 것이다.

누가 여성주의를 욕먹이고 있을까? 누가 여성주의를 넘어 여성에 대한 혐오까지 부추기고 있을까? 처음 미투를 지지하던 남성들을 돌아서게 만든 것은 앞뒤 가리지 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여성들 자신이었다. 여성만이 오로지 옳고 남성은 단지 적일 뿐이다. 오히려 여성주의를 바르게 이끌어야 할 여성계 인사들이. 여성주의가 바른 길로 가도록 경계하고 가르쳤어야 할 이른바 여성계 주요인사들이. 그래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러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아예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병사를 모욕하다가 사이트가 잠시 잠기는 상황까지 불러오고 말았다. 일베에 대한 분노로 시작되었다는 미러링이 상관없는 다수 남성들까지 대상으로 삼았던 것처럼 워마드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일반여성에게까지 미칠 지 모른다. 아니 실제 그러고 있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을 우습게 여겼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남성들이 지지하는 여성주의란 자체가 모순적이기는 하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어째서 남성의 동의를 구하는가.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자는데 어째서 남성의 지지까지 받아야 하는가. 여성운동을 하는데도 남성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 그 점은 나 역시 전부터 비판해 온 바이기도 하다. 착한 여성이란 그 자체가 여성혐오다. 착한 여성을 전제한 순간 그것은 여성 전체에 대한 대상화로 객관화로 폄하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도대체 착하다는 기준이 무엇인가. 남성이 보기에 착한 여성이란 어떤 여성을 말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더라도 남성이고 여성이고를 떠나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보편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리지 않고 남성을 폄하하고 모욕한다. 비하하고 조롱한다. 그것과 여성주의와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러고보면 다수 남성들이 여성주의에 대해 심지어 적개심마저 느끼게 된 계기가 군가산점논란을 전후로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남성들의 병역 자체를 부정하고 폄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병역은 남성들에게 아주 깊은 트라우마이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과도 같다. 그래도 나라를 위해 2년 넘는 - 지금은 2년 가까운 - 시간을 희생하고 헌신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조롱과 모욕 뿐이라니. 제대로 대가도 못받고 오히려 인격적으로 상당한 상처까지 입었음에도 그 위에 아예 소금까지 뿌리려 하고 있었다. 군인이란 것이 그렇게 여성들 멋대로 폄하하고 비하하고 모욕하고 조롱할 그런 대상이었던 것인가. 자신들의 아버지고, 오라비고, 혹은 남편이거나 자식일 그들이. 하긴 대부분 여성주의자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는 있는 집 자식들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또한 한국의 여성주의는 계급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지 모른다.

같은 계급에 속하지 않으면 사람으로도 여기지 않는 그같은 계급의식이 자신들과 다른 처지의 남성들에 대한 혐오와 멸시로 나타난다. 그런 남성들의 불우하고 열악한 현실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독립유공자나 역사의 위인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모욕의 발언들이 이어진다. 그들의 선조가 누구인가 알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김활란이 누구던가. 모윤숙은 또 누구던가. 같은 조선의 여성들을 정신대로 팔아넘기는데 앞장섰던 여성운동의 리더들 아닌가. 그래도 되었던 이유는 자신들과 같은 계급에 속하지 않으면 같은 여성조차 아니었기 때문이다. 워마드를 대하는 그들의 입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그것을 워마드를 자신들의 전위대로 여기는 인식 때문이라 말하기도 하던데. 자신들이 바르게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동료나 후배로보다 단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단으로만 본다. 자신의 사병이 어디 가서 강간을 하고 약탈을 저지르든 필요한 때 와서 칼만 잘 휘두르면 된다.

아무튼 갈수록 도를 넘어가는데 여성계 가운데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 하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거나 한심하다기보다 그냥 우스울 뿐이다. 저들의 여성주의는 남성위주의 한국사회가 아닌 다른 곳에 밀착해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남성으로서 나 자신이 살고 있는 이곳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그들이 바라는 나라로 떠나서 마음대로 하며 살아줬으면. 더이상 참고 봐주기 힘들 지경에 와 버렸다. 임계점은 이미 한참 전에 넘었다. 다만 그로 인해 다른 여성주의와 관련한 이슈들까지 함께 싸잡혀 버린다. 한 마디 끼어들 의욕조차 사라진다. 짜증만 난다. 여성주의가 여성주의를 망친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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