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병신이라는 말을 두고 장애인이라 부르기 시작한 이유인 것이다. 장님 귀머거리 대신 맹인과 농아라는 말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병으로 불편하니 병신이라 했는데 이 말이 비하의 표현으로 쓰인다. 그 인식을 바꾸기 어려우니 장애인이란 말을 굳이 만들고 나아가 장애우라 부르게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표현은 세계 공통이다. 미쳤다 돌았다 같은 말은 정신질환자들의 상태를 빗댄 것이고, 지랄이라는 말은 간질환자의 증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미쳤다 돌았다 지랄 같은 말들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라는 걸 알지 않는가. 그래서 대신할 수 있는 용어를 만들어 그 의미를 분리하는 것이다.

 

씨팔놈의 원뜻은 니애미씨팔이다. 니 어미랑 붙어먹을 놈이란 뜻이다. 지미, 니미 모두 지 애미 니 애미란 뜻이니 그 뜻이 같다. 염병은 장티푸스 걸려 뒈지란 뜻이고, 우라질은 관청에 끌려가서 고문 좀 당해보라는 뜻이고, 육실할은 몸을 여섯 조각으로 쪼개 죽일 놈이란 뜻이다. 그런 말뜻 일일이 신경쓰며 욕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누가 나한테 씨팔 했다고 내 엄마 모욕했다며 싸움걸면 사람들이 뭐라 생각할까?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제대로 똑바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절름발이라 말하는 것은 대개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의 걸음이 그렇기 때문인 것이다. 아예 앞을 못 보는 듯 뻔히 보이는 상황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장님이라 부르는 것이고, 말했는데 듣지 못하고 해야 할 말도 제대로 못하면 귀머거리니 벙어리니 하는 말도 쓰게 되는 것이다. 손발이 없냐는 표현도 그래서 실제 손발이 없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나오게 된 것이다. 하는 행동이 정상에서 벗어나 있다. 

 

물론 차이는 있다. 저런 표현을 듣는 대부분은 몸에 전혀 아무 이상이 없는, 최소한 그렇게 보이는 이들이란 것이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걸음이 이상한 사람에게 절름발이냐고 물었다가 진짜 절름발이면 차마 더이상 절름발이란 말은 못하고 어디 도와 줄 것은 없는가 찾게 된다. 앞에 장애물이 있는데도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사람에게 눈 멀었냐고 물었다가도 진짜 앞이 안 보이면 앞장서서 앞에 장애물을 대신 치워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 부분이 중요하다. 원래 불편해서 불편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야 마땅히 주위에서 돕기도 하고 배려도 해 주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 자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손발이 멀쩡히 있는데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실제 없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지 않겠는가.

 

외눈박이란 그런 의미다. 어차피 선천이든 후천이든 눈이 하나 밖에 없으면 그 하나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전부인 것이다. 그것을 탓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눈이 두 개인데 한 쪽 눈에 보이는 풍경을 아예 무시하고 다닌다면 그것은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진짜 아무것도 없어서 구걸한다면 불쌍한 것이지만 그냥 재미로 구걸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속여서 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말 그대로 관용구인 것이다. 눈이 두 개인데 하나 없는 사람처럼 한 쪽만 보고 다닌다.

 

장애인 비유 표현들은 대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표현을 쓰는 대부분이 진짜 장애인을 앞에 두고서는 차마 그런 말을 대놓고 쓰지는 못한다. 괜히 앞장서서 도와주려는 것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 하지만 그럼에도 뭐라도 돕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실제 선량한 속내인 것이다. 그와 별개로 멀쩡한데 장애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이지 않겠는가. 두 다리 멀쩡한데 한 쪽 다리가 불편한 것처럼, 아예 다리가 없는 것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간질이 있는 것처럼,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만일 진짜 그런 장애가 있다면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한다.

 

하긴 정의당이니까. 오세훈이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렸을 당시 정의당은 박주민이 월세를 올려받은 것만을 문제삼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논평을 내고 있었다. 오세훈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공약을 내놨을 때도 장혜영이 직접 나서서 비판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다. 원래 자칭 진보의 속성이다. 자칭 진보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판했다면 국민의힘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작은 잘못은 아예 비판도 하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만 따로 비판할 때는 진짜 민주당이 잘못했을 때인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힘만 비판했을 때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큰 잘못보다는 자칭 진보 개인에 대한 잘못에 대한 감정적 대응인 경우가 많다. 결론은 뭔가?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모두 취사선택해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들을 비난하는 것처럼 들려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물론 장애인도 정치를 할 수 있다. 눈이 하나라고 정당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귀가 한 쪽 만 들린다고 기자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럴 경우 사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한 쪽이 안 보이고 안 들린다. 그러니 한 쪽 만 보고 정치하고 기사쓰겠다. 배려 정도는 해 줄 수 있는데.

 

다른 정당도 아닌 국민의힘을 노동존중의 정당이라 부르는 년놈들이란 것이다. 김학의 출국금지시켰다고 장관청문회에서 묻겠다고 떠들던 년놈들이란 것이다. 국민의힘의 성추문에는 아예 못 본 척 못 들은 척 입을 다문다. LH사태도 이전 정부와는 상관없는 지금 정부만의 문제다. 장혜영이 장혜영한 게 아니라 정의당이 정의당한 것이다. 너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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