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50보 도망치나 100보 도망치나 같다. 그러므로 모두 도망친 것이니 똑같이 처벌하겠다. 그래도 어떻게 돌아가는 것도 살피고 되돌아 반격할 궁리도 하면서 50보 도망쳤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100보를 도망친 사람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러면 과연 다음 싸움에서 불리해지면 병사들은 50보를 도망칠까? 100보를 도망치게 될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펴면 그저 모자르다고만 아우성이다. 여당도 과반에 못미치고 기성 권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데 그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비난부터 쏟아낸다. 당연히 반대쳔에서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 여론몰이에 나설 것이다. 한 마디로 현정부의 정책은 모두가 받아들이지 않는 잘못된 것이다. 거기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 쉬울까? 뒤로 물러서는 것이 더 쉬울까?

당장 최저임금만 해도 그렇다. 기존의 사용자들과 자영업자들의 저항이 거셌다. 그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도 상당했다. 그런데 자기들 원한 대로 안 됐다고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춰 비난을 퍼부어댄 결과가 무엇이던가? 이미 대중은 최저임금인상이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고 정부는 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토록 꺼리던 soc 재벌을 위한 규제완화로 노선을 수정한 것이다. 그래야지만 어렵더라도 기존에 추진하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진보언론이나 지식인 시민사회단체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며 그저 정부를 밀어네려고만 하고 있다.

차라리 성에 차지 않더라도 그래도 오른 최저임금 덕분에 삶이 나아진 이들을 적극 알리려 했으면 어땠을까? 최저임금 인상이 어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내었는지 대중이 알게 했으면 어땠을까? 진보언론에서도 나처럼 최저임금이 올라 다행인 사람들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정책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들의 불만만을 내보냈을 뿐이었다. 하긴 권력을 비판하는 것만이 언론의 존재이율라는 이들이니. 더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정부 쪽이 그들에게는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명말 명의 국력이 결코 여진의 후금보다 약하지 않았었다. 군사력도 더 강했다. 문제는 너무 엄벌을 남발했다. 차라리 조정의 처벌을 피해 한 번의 패배에도 그대로 항복해버리는 장수들이 너무 많았다. 빚도 자산이도 패배도 전과다. 잠시의 후퇴와 양보에도 하물며 더 나아진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전부가 아니면 전무다. 내가 원한 대로가 아니면 이명박근혜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명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또다시 그들은 패장도 아닌 단지 더 큰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뿐인 대장의 목을 베려 한다.

자살도 권리다.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깨달음처럼 되뇌게 된 화두다. 그러고 싶다면 그럴 밖에. 모두가 바란다면 그리 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니까. 자유한국당이 안타까울 것이다. 선명하게 싸울 수 있을 때 그들은 누구보다 정의로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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