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남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자칭 진보들은, 어쩌면 민주당 다수도 잊고 있는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성별과 더불어 신분과 계급이라는 게 있었다. 대부분 약소한 개인들은 그런 구조의 말단에 존재하게 된다. 이를테면 중소기업 사장에게 갑질하는 대기업 직원이란 그런 말단의 일부인 셈이다.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갑을관계가 워낙 강고하니 개인들조차 그 안에서 그 구조의 일부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편의점 시급제 직원은 대기업 임원보다 사회적으로 우월한 존재인가? 겨우 월세나 내며 사는 독신자 50대 남성은 월세를 받으며 사는 30대 젊은 여성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한 위치에 있는가? 민주당의 여성주의 정책이 가진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정확히 주류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가진 가장 큰 모순이다. 그런 현실의 차이를 무시하며 오로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의 차이만 강조하며 강요한다. 당장 하루를 버티기도 힘든 젊은 남성들에게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내와 양보만을 강요한다. 내가 당장 죽을 지경이란 것이다.

 

물류센터에서 일해보면 더 확실히 느끼게 된다. 어차피 최저시급이다. 그런데 하는 일이 다르다. 여성이라고 더 쉽고 더 편한 일을 더 짧은 시간만 하게 된다. 물론 그 결과 받는 돈은 남성이 더 많다. 밤늦게 일하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니 수당도 더 붙어서 급여차이는 상당한 편이다. 그래서 과연 남성이 여성보다 우대받는가? 남성들과 똑같이 힘든 일을 하는 여성들은 그래서 같은 여성들에 대한 불만이 대단하다. 자기는 그렇게 힘들게 일하며 돈을 버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편하게 일하며 여전히 적지 않은 받아가고 있다. 그만큼 남성들은 그 편한 일을 할 기회를 잃게 된다.

 

남성들도 더 편해지고 싶다. 더 안전해지고 싶다. 더 수월한 일을 하며 더 여유롭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그런 일들이 독점적으로 돌아간다. 예전에는 그래도 되었다. 그만큼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컸으니. 어렵게 사는 동생을 도와주는데 내가 도와준 덕에 내 재산의 한 30%정도는 되는 수준이 되었다면 그래도 여전히 어렵다고 더 도와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30%만 되어도 굉장히 형제간에 정이 깊은 경우이고 그 이하에서도 괜히 내가 손해보는 것 같아 본전생각이 나는 것이 사람의 심리란 것이다. 하물며 현실에 보면 나보다 더 잘살고 잘나가는 여성들도 많은데 어디까지 자신은 여성들에 양보하고 인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불편하게 힘들고 위험한 일만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도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으라 한다면 어디까지 남성들은 참아야 하는 것인가.

 

정히 여성주의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겠으면 그런 남성들의 의견을 듣기라도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모여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듣고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여성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강요했고 젊은 남성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 물론 여성들에 대한 불만만은 아니다. 이미 사회의 주류가 되어 있는 4,50대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다. 그러면 정당차원에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그러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 최소한 설득할 수 있는 결과라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어떠했는가. 사실 박원순 시장 논란은 여성보다 남성들 사이에서 더 치명적이었다. 평소 여성주의자를 자처했던 박원순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기들도 지키지 못하면서. 그래서 위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옳기에 여성주의를 강요하고 강제할 것인가. 아니면 이쯤에서 한 번 숨을 고르고 넘어갈 것인가. 그래서 저 씨발년들이 조국을 걸고넘어지는 것이겠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분명해졌다. 여성주의자들은 반여성주의 정책을 펴더라도 철저히 보수정당의 편에 설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잡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성주의 정책을 펴도 반대하는 여성주의자들인가? 여성주의 정책만 포기하면 다시 지지해 줄 지 모르는 젊은 남성들일 것인가? 메시지는 차기 유력 대선주자를 통해 나와야 한다. 아니면 박주민 정도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거나. 고민할 시점이다. 과연 모든 남성은 여성보다 강하고 우월한가. 좆까라는 소리다.

 

현장에서 더욱 느끼게 되는 사실이다. 남성과 다름없이 힘든 일을 하는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쉽고 편하고 안전한 일만 하려는 같은 여성들을 더 혐오하고 증오한다. 남성들은 그래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할 말도 못하고 그냥 참고만 있는데 여성들은 그런 여성들을 향해 자기가 하고픈 말을 다 쏟아낸다. 그 여성들이 틀려서? 그게 바로 사회의 구조란 것이다. 하긴 류호정이 보좌관 자른 과정을 보면 자칭 여성주의자들도 모르는 것은 아닌 모양이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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