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성주의자들을 그토록 싫어하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대로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의하고 그를 지지하는 글도 쓰는 이유는 별 것 없다. 그냥 설득당했기 때문이다. 아예 쌍욕까지 하며 멱살잡고 싸우다가도 상대가 하는 말의 논거가 탄탄하고 주장이 타당하면 그렇구나 인정하게 된다. 인정하면 당연히 동의하는 것이고 동의했으니 지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나 자신의 감정과 다른 이성의 판단이다.


내가 지금 여성가족부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사실 나는 얼마전까지 여성가족부에 대해 그다지 나쁜 감정이 없었다. 정부에 여성가족부 같은 것 하나 있어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 어차피 대부분 정책들이 남성위주로 돌아가는데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펴는 부처가 당장 있어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겠다. 단, 전제가 필요하다. 잘한다면. 그래서 모두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그래도 여성가족부의 필요를 인정할만한 것이었다면.


그래서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현정부가 페미니즘 정부가 아닌 고도의 안티페미니즘 정부일 것이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성주의자들에게서 보았던 내적 모순들이 오히려 더 많은 재량을 쥐어주었을 때 더 크게 노골적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여성에게 하면 차별이지만 남성에게 하면 차별이 아니다. 여성은 그래도 되지만 남성은 그러면 안된다. 더 나아가 여성은 이렇고 남성은 이렇고, 여성은 이래야 하고 남성은 이래야 하고. 이런 게 차별 아닌가. 대상을 단정짓고 행동까지 강제하는 것이야 말로 억압이고 혐오이지 않는가.


여자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싶으면 그러는 것이다. 남자아이가 로보트를 가지고 싶어 하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것들마저 자신들의 선입견에 맞춰 아이들에게 강제하려 한다. 아이들이 하고싶은대로 최대한 자유롭게 놓아두는 것. 그럼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지향이나 희망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서로 다른 차이가 드러나게 되면 그마저도 선선히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억지로 무언가를 틀린 것으로, 그러므로 모든 것을 하나로 획일적으로 만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권력을 가질 수 없으니까. 기득권을 지킬 수 없을 테니까. 아니 나아가 다른 가능성은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 그것만이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정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들의 좁은 시야와 세계에서 비롯된 얕은 편견들이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난다. 차라리 적의라면 낫다. 차라리 여성주의자들을 적으로 여기고 그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면 그나마 낫다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여성주의자가 아니라 민주당이다. 저것들은 그냥 병신이다. 찌그레기들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비호만 없으면 그대로 스러질 허깨비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여성주의자들이 저렇게 설칠 수 있는 것도 저들의 주장이 어떤 타당성을 갖춰서가 아닌 그저 권력이 그들의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시당하는데도 그저 대통령과 여당이 방패막이가 되어 주니 뒤에 숨어 어깨에 힘만 잔뜩 준다. 이래서 여자와 소인들은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일까.


잘했으면. 그래서 비판하던 남성들도 설득할 수 있었더라면. 쉽지는 않다. 그런데 그 쉽지 않은 일을 바로 잘 해내는 것이 능력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실력이 부족하니 억지를 부리고 통하지 않으면 악쓰고 윽박지르고 그래도 자기들만 옳다 자기위안에 빠지는 것이다. 과연 여론의 비판에 대해 저들은 무엇이 어떻게 틀렸고 잘못되었는지 반성이라는 것을 할까. 또다시 자기들 안으로 파고들어 정신승리나 지껄여댈까.


그래도 이번 정부 전에는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래도 때로 옳은 말도 했으니까. 귀기울여 들을만한 가치있는 말들도 적잖이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정부서는 그런 것 없다. 저것들은 그냥 병신들이구나. 쓰레기들이구나.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보장해 줬을 때 그 실체가 드러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는 안된다. 여성주의는 그냥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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