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이 곧 권력이다. 일은 곧 자기를 확인하는 수단인 동시에 증명하는 도구다. 그래서 괜히 은퇴할 나이가 되어서도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업하네 뭐네 일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제법 번듯한 회사에서 임원까지 했던 사람이 굳이 경비원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찾아 나선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권력과 가까운 곳에 있기에 그런 것에 더 민감하다. 하나라도 더 일을 자기 부서로 가져와야 하고 하나라도 더 자기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라고 딱히 내놓을 만한 일이 얼마 없지 않은가. 대부분 다른 부처의 업무와 겹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쓸데없이 성인지교육이네 뭐네 일을 벌리는 것이다. 방송사에 보내는 가이드라인도 그런 맥락이다. 어차피 따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여성과 양성평등을 위해 이런 일도 하고 있다.

찾아 보면 이번 말고도 꽤 있을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이름이든 다른 기관이나 단체의 이름이든. 그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당연히 방송국들과 마찬가지로 대중 역시 그냥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한가한 것들이 별 헛소리를 진지하게 늘어놓는다는 이상의 인상은 없었다. 물론 가만 보면 눈여겨 볼 만한 부분티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정부부처에서 이런 강제성도 없는 공문까지 보낼 일인가. 말 그대로다. 강제성따위 1마이크로그램도 없다. 법제화된 것도 아니고 그것을 강제할 권한 따위 여가부에는 애초부터 주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걸 누가 눈여겨 보고 귀담아 듣겠는가.

현정부와 특히 여가부, 그리고 장관 진선미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그러니까 더이상 강제성따위 없는 습관적인 헛소리로 여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저것들은 한다면 하는 것들이다. 어떻게든 그 내용을 강제하려 수단을 찾을 것이다. 이건 더 이상 대충 지나쳐서는 안되는 현실의 문제가 된 것이다. 왜? 그동안 진선미 등 현정부의 여성주의자들이 내놓은 헌법마저 무시하는 듯한 과격한 주장들 때문이다. 여가부 말고는 정부에 다른 부처도 없고 여성 말고 이 나라에 다른 인간도 없다. 그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듯한 안하무인의 태도가 심지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연상시키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위험하다. 진짜 이렇게 하려고 들지도 모른다.

정치를 모르는 것이다. 전에 말했다. 여성주의자 대부분이 좋은 집안에서 자라 세상 무서운 걸 잘 모른다고. 캐어나면서부터 남성들의 보호 아래 어떻게 저 무서운 세상과 타협하며 어우러져 살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을 것이라고. 말이 그냥 말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진선미 장관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은 전혀 생각지 않는 일방적인 진심이다. 박근혜와 다르지 않다.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넌는 찰떡처럼 알아들으라. 못알아들으면 네가 나쁜 것이다. 내가 장관인데. 내가 국회의원인데. 어디 너희들이 감히. 아니라 장담할 수 있는가?

그래서 결국 항상 하던 가이드 놀음마저 방해받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은 앞뒤 가리지 않는 무모함과 오만함의 대가다. 다른 정책들은 어떨까? 여가부 이름으로 추진했거나 추진하려는 여러 정책들에 대해서는 어떨까? 페미니즘에 대해 우호적이던 언론들마저 더이상 여가부의 편만 들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누구 때문인가? 그래서 말했지 않은가? 자기 실력도 아닌 빌린 권력으로 위세를 부려봐야 결국 화무십일홍일 것이라고. 더이상 여가부 하는대로 놓아두지 않겠다. 남성들의 경계와 적의가 여가부의 행태에 질린 일부 여성들의 지지까지 받고 있다. 원래는 다수 남성들의 지지에 힘입어 여성을 위한 양성평등을 이루고자 했을 텐데. 그 남성들의 손을 먼저 뿌리친 것은 누구일까?

현정부의 여성정책으로 말미암아 여성들이 더 곤란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벌써 오래전부터 들고 있었다. 몇 번 그에 대해 쓴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효과가 나타날 줄이야. 이제는 남성들도 더이상 참고만 있지 않는다. 여성주의자들이 외면한 보편적 가치를 앞세운 남성들의 반격은 거세다. 여성주의에 우호적이던 언론마저 돌려세울 정도로. 정치권은 어떨까? 단지 그런 반감이 여성주의를 넘어 여성들에게 직접 미치는 경우만을 걱정할 뿐. 그럴 실력도 없는 주제에 쓸 데 없이 너무 자극만 하고 있었다. 소를 잡을 때도 설잡으면 자칫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그냥 헤프닝이다. 그런데 그 헤프닝을 헤프닝이 아니게 만든 주체가 있었다. 아무리 따져 봐도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은 대책없이 무모하고 오만한 발언을 쏟아낸 진서미 장관과 그에 보조를 맞춘 여가부에 있다 하겠다. 덕분에 다른 부처도 일하기 어려워졌다. 저런 주제조차 할당제 덕분에 장관까지 되었으니 여성할당제란 또 얼마나 쓸데없는 짓일 것인가. 여성할당제의 취지에 동의하고 있음에도 이 순간 만큼은 반대가 옳다고 여기게 만들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물론 자신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저 못배우고 무식해서 자신들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원망이나 안 하면 다행일 뿐. 몇 번이나 말하지만 보는 세상이 좁으면 아무리 많이 배우고 똑똑해도 결국 멍청해진다. 극단이란 원래 멍청이들을 위한 선택일 것이다. 한 마디 변호하는 말이라도 덧붙여 볼까 했지만 지금으로선 그마저도 의미없다. 정말 병신같다. 박근혜가 차라리 저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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