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느닷없이 수시를 비판하며 정시를 띄우고 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얼핏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전자는 교육의 문제고 조국 장관 의혹에서 파생된 사안이다. 후자는 경제지표의 해석에서 비롯된 문제제기다. 그러면 진짜 이 둘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사안일까?

수시 대신 정시를 늘리면 과연 누구에게 더 좋을까? 일단 공부 잘하는 놈들만 모아서 있는대로 돈을 쳐발라 오로지 좋은 대학 가기 위한 모든 시설과 체계를 갖춘 입시명문교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입시에 최적화된 학습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교육 업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 입시명문고와 전문사교육업체들은 주로 어디에 밀집해 있는가.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그렇게 미친 듯 뛰기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이제는 빛이 많이 바랬지만 여전히 8학군은 일반고 가운데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들 가운데 포함된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니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란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에게 돈을 쥐어주는 소득주도성장은 안되니까 생산자와 판매자들에게 돈을 쥐어주어야 한다. 바로 최경환이 경제부총리가 되어 했었던 초이노믹스 -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정책을 펴란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물가도 오르고, 부동산 건설이 활성화되면 건설투자가 늘며 경제성장률도 수치상 높아진다. 오로지 그것 하나만 바라보며 모든 경제기사를 쏟아내는 것이다. 오죽하면 되도 않는 리디노미네이션까지 기정사실화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겠는가.

언론들이 경제기사를 쓰는 목적 가운데 가장 우선하는 것이 바로 아파트 값 올려 팔아 돈버는 것이다. 최경영 기자가 고발한 바 있지만 언론사의 주요 임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강남에 부동산을 몇 채나 가진 이해당사자들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특히 신문사에 들어가는 광고 가운데 상당수가 또한 부동산과 관련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야 자신들도 돈을 벌고 광고주들도 이익을 본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부동산 가격을 올려야 한다. 그래서 자빠지면 기회라고 조국 장관 의혹 논란은 물론 물가하락까지도 디플레이션과 연결지어 강남 아파트를 위핸 호재로 만들려 한다. 그러니까 사교육 비중이 높아지게 지금보다 정시도 늘리고,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어 아파트 가격도 올려달라. 아주 나라 망하게 하겠다는 수작이다.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돈 앞에 이념따윈 없다.

정시야 말로 공정하다 믿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언제부터 정시가 공정했을까? 수시 이전 정시만 있을 때는 경제적 격차와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여 오로지 실력에 의해서만 결과가 나왔었을까? 8학군에 위치한 강남 아파트 가격과 당시 사교육에 쏟아부은 비용들을 생각하면 절대 그런 주장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학교는 입시학원이 되고, 대학입시에 특화된 입시학원들이 공교육을 대신하게 된다. 사교육에 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느냐에 따라 입시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는 그만큼 돈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을 뿐이다.

언론이 정의로워서 갑자기 수시를 비판하며 정시를 띄우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원래 정시를 비판하며 수시를 강화하자고 주장한 것도 바로 언론이었었다. 이해에 따라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다. 그러면 그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번 정부 들어 한결같다. 그래서 병신들이란 것이다. 차라리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했으면 자연스럽게 양적완화도 일어나며 부동산 가격도 따라서 올라갔을 텐데. 지적했어야 할 부분은 그것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면서 돈을 너무 적게 쓰고 있었다. 소득이 늘고 저축이 늘고 그래서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런데 그건 또 죽어도 싫다.

원래 그런 것들이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토록 수시를 찬양하며 인턴십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던 언론들이 갑자기 돌아서서 인턴십을 악마화하며 정시야 말로 공정이고 정의라고 주장하며 나서고 있다. 그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 너무 뻔해서 이제는 웃기지도 않는다. 경제신문 첫머리 기사가 바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반대기사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속는 사람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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