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고 있자니 결국 검찰이나 기자나 장관을 장관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도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 물론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 역시 그저 '빠'들로 정상적인 보통의 국민과는 다르다.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언론의 경멸과 무시를 보고 있자면 수드라를 대하는 브라만들을 보는 것 같다. 언급하기도 싫고 상대하기도 싫다. 그런데 자기들 필요할 때는 왜 그리 지지해달라 호소하고 지랄들이었는지.

 

국민이 국민이 아니고,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고, 장관이 장관이 아니며, 심지어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얻은 176석 역시 진짜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허구이고 기만인 현실에서 진짜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경향일보와 한겨레 같은 자칭 진보언론들조차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의 편에서 민주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하는 기사를 써야 했던 것이다. 차라리 그토록 반대하며 비판했어도 이명박과 박근혜는 실제이고 진짜였지만 노무현과 문재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이명박근혜 시절이 지금보다 더 좋았다. 실제 한겨레 기자가 직접 한 말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바로 내뱉었던 일갈도 '덤벼라 문빠들아!'였었다.

 

그렇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탄핵되며 대통령 자리가 비었고, 그 측근들이 모조리 재판을 받는 와중에 보수정당까지 분열되었으니 정치세력도 없는 것이다. 오로지 허깨비에 가짜들만 가득한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를 바라보고 누구를 기준으로 당장의 현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그나마 자유한국당이 보수언론과 함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할 때는 그래서 그들의 편에 함께 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윤석열이 마침내 칼을 빼들고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는 순간 마치 퇴마를 바라는 아낙마냥 그저 두 손 모으고 간절히 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조차 시원치 않은 상황에 검찰만이 진짜였던 것이다. 가짜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릴 단 하나의 가능성이었던 것이다.

 

이미 윤석열은 그래서 작년 말부터 언론에 의해 대통령과 동격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아니 대통령보다 위에 있었다. 대통령마저 윤석열에게 수사되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두에게 전염되기에 이른다. 심상정이 괜히 대통령의 탄핵을 말했을까? 총선을 전후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대하는 그들의 행보를 보라. 민주당만 빼고. 대통령만 빼고. 대통령조차 검찰총장에 함부로 명령해서도 검찰의 인사를 결정해서도 안된다. 장관이 법이 정한 지휘권과 감찰권을 행사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어쩌는가? 진짜는 대통령이 가진 헌법상의 권한이고, 장관이 가진 법률상의 권한일 텐데.

 

한 마디로 믿고 싶은 꿈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사이를 헤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고, 장관이 장관이 아니고, 국민도 국민이 아니고, 그래서 여론조사마저 무시하며 MBC를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이 미래통합당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국민이 아닐 테니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 역시 국민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도 대통령이 아니고 장관도 장관이 아니다. 국회의원도 국회의원이 아니다. 그래서 윤석열에게 기대게 된다. 윤석열이라면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금의 악몽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통령이 대통령이고 장관이 장관이며 국민이 국민이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언론의 비극이다.

 

얼마나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반대하던 이가 대통령이 되고 불편하게 여기던 이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얼핏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윤석열이고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애처롭기만 할 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미 윤석열에게 모든 것을 걸었으니.

 

아무튼 덕분에 최근 언론의 보도만 보고 있으면 윤석열은 차기 대선후보 정도가 아니라 이미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에 들어앉아 있는 느낌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을 참칭할 뿐이고 지금도 진짜 대통령은 윤석열 한 사람 뿐이다. 윤석열만이 정의롭고 합리적이며 합법적이다. 윤설열이 곧 법이고 정의고 원칙이다. 꿈에서 깰 때도 되었으련만. 일단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부터 시급히 도입하고 봐야겠다. 매를 맞아야 한다면 기꺼이 매를 드는 것도 배려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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