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미투는 익명이 아닌 자기 얼굴과 이름을 걸고서 하는 것이다.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고 자기 주장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고자 하는 각오로써 세상에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사실과 진실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과연 그 사람의 주장이 사실인지, 얼마나 그 주장의 근거들이 타당한지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주장에 신뢰성을 더해야 하는 것이다.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주장한다고 믿어주는 것은 다른 의도를 가진 얼치기들 밖에 없다. 나경원 비서출신이라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 누군지 모르니까.

 

둘째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했다면 영결식날 그런 기자회견 같은 걸 해서는 안됐었다. 아니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그렇게라도 진실을 밝혀야겠다 마음먹었다면 차라리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 기자회견장에서 모든 것을 까발렸어야 했었다. 그래야 역시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던 시민들도 마음을 정리할 것이 아니던가.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돌릴 정도도 안되는 증거를 내보이면서 그렇다고 온전히 고인을 떠나보내지도 못하게 하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악의에서 나온 행동인가. 철저히 고인을 욕보이겠다는 의도 말고 다른 어떤 의도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과연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되고 있었는가.

 

셋째 고소인도, 경찰도, 청와대도, 어느 누구도 박원순 시장에게 고소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데 박원순 시장이 고소사실을 반드시 알았을 것이란 판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반드시 알았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확신을 가질만한 다른 근거가 있는가? 그렇다면 성추행 고소와 박원순 시장의 선택 사이에 아무 연관성도 없다는 추정도 가능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그런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언론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인가? 오히려 청와대마저 의심하며 정치적인 쟁점으로 만들려는 시도마저 보인다.

 

넷째 아무튼 기껏 고인의 영결식을 훼손해가며 기자회견을 열고 제시한 증거라는 게 아무나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프로필사진과 대화명이 적힌 텔레그램 비밀방 접속화면이다. 사실 인터넷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조작이란 메신저 대화창을 이용하는 것일 게다. 대화명과 프로필사진을 이용해서 마치 진짜 당사자들이 대화한 양 화면을 꾸미고 그를 통해 사람들을 낚는다. 그러니까 도대체 뭘로 어떻게 성추행을 했다는 것인가. 속옷사진이라도 보여주던가. 성희롱한 발언이라도 보여주던가. 그것이 고인의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던가. 그냥 변죽만 울린다. 결국 목적은 하나였던 것이다. 고인의 영결식에 똥물을 끼얹자.

 

어떤 사람들은 그리 말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의 선택으로 인해 고소인만 더 곤란해지고 고통스러워졌다. 그래서 이러는 것인가. 너무 곤란하고 고통스러워서 고인이 가는 길에라도 똥물을 끼얹자. 이건 정치적인 행위다. 더구나 기자회견의 결과 청와대까지 자칫 휘말릴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정의당과 여성주의자들이 바라는 바도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저들이 미래통합당과 수구세력과 연대하는 진짜 이유일 테니. 그런데도 그냥 단지 성추행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일 뿐이라? 그러면 얼굴부터 까던가. 서지현 검사도 김지은씨도 모두 자기 얼굴과 이름을 걸고서 진실을 밝혔으니.

 

미투도 아니다. 그냥 고소다. 자기 얼굴도 이름도 숨기고 변호사를 대신해서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바라고? 진정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를 풀고 싶어서? 자기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그저 고인에게만 오물을 끼얹고 싶어서? 그런 고소인에게 동조하는 놈들도 똑같은 의도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과연 아무리 실제 성추행이 있었어도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정당한가. 인간적인 감정으로 이해할 만한 정도인가. 지금 그래서 언론도 장난질치고 있는 것이다. 성추행이 무슨 대학살급 되는 범죄인 줄 착각하게 만든다. 대단한 여성주의자들이다. 벌레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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