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라는 사람들까지 그리 말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최저임금을 올리기보다 규제를 완화하고 고용을 유연화해야 한다. 세금 들여 복지를 늘리기보다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솔직히 조금 웃었다. 지금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하는 것일까.

 

대충 언론이 주장하는 규제완화의 대상을 보면 몇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가 의료민영화, 둘째가 부동산, 셋째가 환경과 안전, 그 다음이 대기업의 사업영역에 대한 규제들이다. 뭔 말이냐면 다른 것이야 어찌되었거나 마지막의 경우 바로 자신이 하는 업종에서도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밀고 들어와 자본력을 앞세워 영업해도 다 풀어주자는 소리다. 그나마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 보호하자고 대기업의 진출을 막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그마저도 모두 풀어주어 대기업이 마음놓고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도대체 그런 규제완화가 자영업자를 위해 좋을 것이 뭐가 있는가.

 

의료민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과 안전에 대한 것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나 제천화재 참사 등을 통해 그 중요성이 입증된 바 있다. 아무 대책없이 기업의 편의만 생각해서 규제를 푼 결과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 했었다. 얼마전에는 한화의 화학탱크에서 유증기가 새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그나마 규제가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도 이렇다. 그런데 그런 환경과 안전에 대한 규제마저 풀어야 한다? 여기에 대기업이 보유한 건설회사들이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 더불어 언론사 관계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더 비싸게 팔아치울 수 있게 부동산 관련 규제도 풀어야 한다. 자영업자 자신에게도 물론 크게 도움이 안되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도 과연 그렇게 규제만 푼다고 얼마나 더 나아지는 것이 있을 것인가. 그보다 부작용은 없을 것인가.

 

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 당연히 저축이 줄어들며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자본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 복지 역시 줄이고 - 마찬가지로 당장 먹고 살 길도 막막하니 모아 놓은 돈도 없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영세자영업자로 변신해야 한다 - 무엇보다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장 어이없는 부분이다. 한국 경제에서 지금처럼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 것이 언제부터이고 무엇이 계기였는지 잊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 영세자영업자가 정년을 맞았거나 명예퇴직을 한 직장인들이다. 그냥 자기들 같은 경쟁자들만 더 늘리자는 소리다. 아무 준비도 없이 한 번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자영업에 어제까지 넥타이 매고 출근하던 퇴직자들이 뛰어들어야 한다. 그냥 나이도 먹고 일도 할 만큼 했으니 연금만으로 먹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장사가 잘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쓸데없이 신문이며 TV며 너무 많이 본다. 그래서 되도 않는 소리들에 세뇌당하듯 속아넘어가게 된다. 무엇을 위한 규제이고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과연 정부의 규제가 사라졌을 때 자신들이 하는 사업이나 장사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우리 동네에 10분 거리 안에 편의점만 7개다. 같은 이름을 가진 편의점이 서로 길을 마주보고 영업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본다. 무엇을 얼마나 더 규제를 풀어야 자영업자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일까. 통큰치킨의 예를 통해서도 겪었을 것이다. 가장 영세한 자영업자보다도 더 많은 이익을 내면서 더 싼 값에 더 많은 량의 상품을 팔 수 있는 것이 대기업의 자본력이라는 사실을. 그나마 골목상권을,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대자본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마저 거두자 주장한다.

 

대기업에게는 카드수수료도 적게 받고, 영세자영업자에게는 카드수수료를 더 많이 받고,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된 결과들이다. 정부가 규제해서 차라리 대기업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받으며 영세자영업자들의 수수료를 면제코자 한다. 그것도 규제다. 그래서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냥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이 싫다. 단순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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