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했다. 원래 경비보안은 최저임금만 겨우 받는 자리다. 정규직이든 뭐든 경비보안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경우른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같은 매우 중요도가 높은 예외적인 경우만 조금 더 높은 급여를 받게 된다. 물론 이들은 특수경비라고 일반경비와 구분되는 경우들이다. 그런데 그런 일반경비가, 그것도 아파트 경비의 임금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온 것을 보게 된다. 어떻게?

 

사실 저 말에 답이 있다. 경비보안은 무조건 최저임금만 받는다. 급여가 높다면 근무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다만 법적으로 주 40시간 노동을 강제하고 있으니 구인공고에는 주 40시간만 일한다고 적어놓는다. 그런데 정작 찾아가 보면 법으로 정한 최소 휴게시간 이외에는 모두 근무시간인 경우가 많다. 무려 18시간이다. 밥 먹는 시간 각각 점심과 저녁 1시간씩, 그리고 야간 수면시간 4시간 해서 6시간 휴게시간에 18시간 근무다. 이게 얼마나 무지막지한 거냐면 아파트든 어디든 경비가 주말이나 휴일이라고 집에서 쉴 수 있을 리 없으므로 이틀에 18시간씩 하루 9시간을 일주일 내내 일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주간 근무시간이 무려 63시간에 이르게 된다. 주 60시간이면 산재규정에서 과로로 인정되는 시간이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나마 알량한 6시간 휴게시간까지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란 것이다. 식사시간에도 대기해야 한다. 수면시간에도 대기해야 한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 지 알 수 없기에 항상 아파트 경내에 머물며 대기하면서 식사하고 수면도 취해야 한다. 뭔 말이냐면 당비 24시간 근무시강동안 아파트 경내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집이 바로 근처라서 집에서 밥먹고 오겠다 해도 그마저 허락해주지 않는다. 원래 휴게시간이란 노동자로서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모두 회복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휴게시간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노동자는 자연인으로서 사용자와의 계약관계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조차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경내에서 대기하기를 강요하네? 사실상 근무 아닌가.

 

솔직히 조금 혹했다. 급여가 좀 세더라. 그런데 고양이 밥 줘야 한다. 물도 챙겨줘야 한다. 누가 버릇을 들인 것인지 밥 먹을 때 되서 새로 밥과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그냥 못먹을 것 취급하며 아예 굶어 버리는 배에 기름낀 고양이 녀석이다. 다른 건 다 참겠는데 고양이 밥도 못 주게 하는 건 도저히 못 참겠더라. 그 전에 저런 식으로 일하면 휴게시간까지 포함 오히려 최저임금 이하로 내려가게 된다. 무엇보다 24시간 내내 아파트 경내에서 대기해야 하는데 내 성격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아파트 경비를 60대 넘은 할아버지들이 대부분 하게 되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국민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일부러 사용자들이 60대 이상만 고르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60대 이상 고용률이 상당히 괜찮게 나오는 것도 바로 그 국민연금이 기여한 바가 제법 클 것이다. 아무튼 아직 몸 건강한데 이런 일 하는 건 너무 아니지 않은가.

 

아직도 이런 식으로 일시키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대충 급여 계산해 보면 얼마인지 나온다. 야간은 1.5배로 야간수당 붙는다. 감시단속직은 저강도노동이라 해서 주휴수당이나 주말휴일수당이 따로 붙지 않는다. 그나마 법이 바뀌며 야간에는 최대한 재워주도록 되어 있으니 그것 하나는 제대로 지켜줄 듯하다. 자는 것 깨우면 사람이 사나워진다. 그래도 역시 아직도 이런 식으로 일하는 곳도 존재한다. 아파트 경비분들 잘 대해주기 바란다. 참 힘든 일이다. 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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