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보았다. 어느 경찰이 배우 이선균의 죽음을 동정하지 않는다며 올린 글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당연히 글을 보는 사람들마다 경찰을 욕하는 반응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글에서 아주 흥미로운 맥락을 보았다. 결국은 위에서 성과를 재촉했기 때문이라는 것 아닌가.

 

원래 월급쟁이들 일이라는 게 그렇다.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더 빠른 일처리를 원하는가? 더 정확한 일처리를 요구하는가? 더 안전하게 사고없이 일하는 것을 바라는가? 더 빠른 일처리를 원하면 중간과정 생략하고 그냥 빠르게만 움직이면 된다. 정확한 일처리를 바라면 그때는 일이 밀리더라도 철두철미하게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진행한다. 더 안전하게 사고없이 일하기를 바라면 그런 와중에도 자기 몸 사려가며 일하게 된다. 그래야 윗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배치든 급여든 승진이든 혜택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경찰이라고 다를까?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경찰이 일하는 방식도 당연히 바뀌게 된다. 인권을 무엇보다 중요시여기는 정권 아래에서는 아무래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려 조심하게 된다. 인권따위 상관없고 실적만 중요시여기면 무리한 수사로 적잖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 무리한 수사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들의 사례는 대개 그런 배경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더구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방향까지 제시해가며 실적을 요구한다면 아예 승진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심지어 이미 그를 실적삼아 승진까지 했다면 더이상 되돌리지 못한다. 어떻게든 그것을 실제 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긴 경찰만일까? 다른 대부분 공무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윗사람의 성향이 어떠한가에 따라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여기거나, 혹은 융통성을 더 크게 열어주거나, 아니면 자기 욕심부터 채우게 된다. 오죽하면 검찰마저 정권이 바뀌면 갑자기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게 봐주던 이들을 앞장서서 수사해서 처벌받게 하는 경우마저 심심찮게 일어나겠는가? 지금 대통령이 바뀐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검찰총장의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물며 법무부 안에 검찰국을 만들어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넘어 직접적인 통제까지 가능케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법무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치적으로 만들고자 사활을 걸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일선 경찰 입장에서 어떻겠는가?

 

그냥저냥한 잡범 수준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떨어울릴만한 유명인과 관련한 사건인 것이다. 혐의만 입증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더 높은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는 대단한 실적이 될 터였다. 아마 그렇게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퍼뜨리고 아예 기자들 앞에 유명인들을 세우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그런 실적을 바탕으로 상당수 관계자들이 승진까지 했었다. 그런 상황에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 수사한 당사자들이나 경찰의 입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 국민의 비난이야 그동안 수도 없이 받아온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마약과의 전쟁을 밀어붙인 윗선의 심기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하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더라도 하나를 잡아야 한다.

 

그동안 수사기관들이 흔히 써오던 수법이다. 별건을 통해 주변을 압박해서 피의자 자신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까지 몰아붙여 어쩔 수 없이 체념 끝에 자신들이 원하는 자백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공범으로써 항상 동참하는 것이 바로 언론들이다. 내가 이런 수사기관의 몰이사냥에 2찍 진보들이 하다못해 중립이라도 지키는 것을 그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오히려 진보랍시고 정의와 상식과 윤리를 앞세워 더 지독하게 몰아갔으면 몰아갔지. 2찍 진보들의 인권타령이 얼마나 썩은내나는 개구라인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래서 피의자인 배우 이선균으로부터 어떤 증거도 자백도 확보하지 못하자 그를 안으로부터 무너뜨리려 그동안 써오던 방식을 답습해 온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 언론들 역시 충실히 수사기관의 의도에 호응해 주었고. 개인의 인권이야 알 바 없이 수사기관이 원하는대로 된다면 자신들도 특종거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흥미롭다는 것은 원래 기자들이 검찰은 자기 윗사람이라 여겨 철저히 복종하고 따르더라도 경찰은 자기보다 아래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검찰과 달리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받아쓰기보다 적당히 어깃장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과 경찰의 위상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경우일 텐데 이선균의 경우는 전혀 달랐다. 마지막까지 언론은 철저히 경찰의 입장에서만 보도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어느 경찰의 자백은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어 준다 할 수 있다. 어째서 경찰은 그렇게까지 해야 했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런데도 어째서 그나마 경찰에는 가끔 비판도 하던 언론들이 하나같이 침묵하며 따라쓰기에 바빴었는가? 무엇보다 괜히 상관없는 검찰을 옹호한다고 바쁜 언론들의 태도에서 의심은 확신이 된다. 결국은 그놈의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실적을 밀어붙인 주체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 않은가. 피의자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경찰을 감시해야 한다면서 결국 그런 상황을 조장한 주체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정권을 다시 가져와야 하는가? 아무리 개새끼 씹새끼 버러지새끼 욕해도 최소한 민주당 당적을 가진 인사들은 저런 상황을 태생적으로 용납하지 못한다. 용납한다면 그 새끼는 진짜 당적을 다시 찾아 온 것이다. 최소한 위선일지라도 피의자의 인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만큼은 동의하는 이들인 것이다. 당연히 2찍 진보들이 지지하는 보수정당은 그 반대의 위치에 있다. 2찍 진보들이 재소자의 인권은 말해도 피의자의 인권은 말하지 않는 이유다. 일반 재소자의 인권은 말하더라도 민주당 관련 인사들의 인권을 말하지 않는다. 저들의 인권이란 선별적인 인권이다. 그래서 민주당이어야 하는 것이다. 2찍 진보들조차 더이상 대안이 되지 못한다.

 

아무튼 어째서 이런 참혹한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 공무원다웠다. 아니 월급쟁이 다웠다. 내 책임이 아니다. 나야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이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해야 하는 입장이다. 피의자의 인권따위 인사까지 틀어쥔 상급자의 지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라도 그랬겠다. 먹고 산다는 게 그렇게 힘들다. 그냥 승진이 아니다. 받는 월급과 가족들에 대한 대우까지 달라진다. 동정하지 않을 만하다. 인간은 나약해서 악한 존재다. 슬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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