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은 오히려 막기가 쉽다. 발병하면 주위 일정 거리를 모두 봉쇄하고 그 안에 있는 가축들을 모두 죽이면 된다. 전염병이란 자체가 살아있어야 감염이 되는 것이기에 모두 죽으면 감염될 대상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축전염병이 돌면 바로 살처분 이야기부터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 가축들이 분실과 절도를 우려해서 축사에 갇힌 채 엄격하게 관리되기에 굳이 살처분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사람에 비해 통제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마음대로 사육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가둬두고 묶어두는데 자기 마음대로 나가 돌아다니다 병에 걸려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의라기보다는 아예라 보는 것이 옳다. 차라리 병이 옮는다면 살처분당해야 하는 가축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주인이나 주위 관계자들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축사에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검역도 엄격히 시행되어야 한다.
사람의 전염병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는 가축 전염병을 막기 쉬운 이유와 딱 대칭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오래전에는 전염병에 걸리면 감염을 막는다는 이유로 마을 밖에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죽으라고 격리시키고는 했었다. 지금도 최대한 감염경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환자들을 따로 격리시켜 더이상의 감염을 막기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 멋대로 밖을 돌아다니며 감염시킨 상대까지 모두 파악해서 함께 격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게 감염된 사람들조차 그 사실을 모른 채 거리를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면 전염병은 더 겉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대처에 모두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국 한계가 명확하다고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행동을 질병관리본부나 중앙사고수습본부, 혹은 청와대가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증상이 있는데도 숨기고 있으면 어떻게 병에 걸린 것을 알겠는가 말이다. 자기 증상을 감춘 채 수 천 명이 모이는 종교행사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기도를 하면 그것마저 일일이 찾아가서 뜯어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껏 감염의 우려가 있는 접촉자라고 자가격리 시켜놨더니 처제 집에 가서 함께 밥먹고 그 딸까지 감염시키는 것을 정부가 모두 감시하고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행정에는 국민의 자발적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이 스스로 돕지 않는데 정부 혼자만 미친 듯 날뛰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손도 자주 씻고, 사람 모이는 장소에 가면 반드시 마스크를 하고, 혹시라도 기침을 하게 되면 더욱 필수적으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고. 그래서 정부에서도 다양한 수단을 통해 그런 개인위생에 대한 내용들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한 편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너무 두려워하지만 말고 일상도 최대한 평온하게 누리면서 다만 개인의 위생이는 철저하라. 잘못인가? 정부에서 어느 정도 코로나19의 감염에 대해 관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도 더이상 일상에 지장이 없는 정도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렇더라도 정부가 권고한 개인위생만큼은 철저히 지켜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던 집단들이 있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처음 코로나19 발병 초기 어디선가 종교단체들에 예배를 자제해달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예배를 하더라도 위생에 신경써달라 요청하기도 했었다. 바로 돌아온 것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다. 신천지 교회를 긴급하게 폐쇄하겠다 결정했을 때도 바로 같은 비판이 돌아오고 있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다. 신천지교회가 그런 식으로 감염에 취약한 방식의 종교활동을 하더라도 정부가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단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 전에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신천지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신천지만 아니었어도 지금 코로나19 발병자는 정부에서 관리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하루에 한두 명, 많아야 열 명 이내면 얼마든지 정부의 역량으로 추적과 관리가 가능하다. 그것을 넘어선 것은 거의 대부분 신천지 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이들로 인한 것이다.
중국인의 유입을 아직도 걱정하며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보면 알겠지만 지금 발생 중인 대부분 확진자들은 내국인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경우들인 것이다. 설사 신천지 신자들에게 감염시킨 최초의 감염자가 중국인이었다 할지라도 신천지 교회 자신이 사전에 철저히 조심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수가 감염될 일도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하루에 몇 명 정도 나오는 정도는 정부의 시스템 안에서 얼마든지 감시와 관리가 가능하다. 중국인 입국자 가운데 환자가 있어도 추적해서 더이상의 감염을 막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정도다. 그러지 못한 것은 그 이상의 감염이 특정 종교의 종교행사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감염경로에 대한 정보까지 정부에 제공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더이상의 추적과 감시를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가둬서 고문할까? 아니면 소나 돼지처럼 살처분할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비판하는 이들도 모두 알고 있다.
정부가 방역을 소홀히해서 이렇게까지 되었다고 하는 주장은 정부의 방역에 종교에 대한 감시와 통제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전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일상까지 정부가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가 긴장을 놓지 않고 여전히 방역에 힘쓰고 있었기에 추가적인 확진자들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부하가 커졌다고 하는 말들 역시 그만큼 지나칠 정도로 정부가 대처하며 감염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정부가 지금 뭘 그렇게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병만 치료하면 끝이 아니다. 부모가 병들어 누웠는데 자식이 간병은 않고 태연히 직장에 출근하고 있다. 심지어 거래처와 만나서 웃으며 술까지 먹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동료직원들과 농담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서는 부모를 문병하고 의사와도 상의하면서 병원비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만 막고 굶어 죽을까? 마치 자기들이 한국에 수출해 준다고 믿는 일본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끊기면 가장 크게 피해보는 것은 바로 한국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전염력이 상당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하면 양성반응이 나오는데 증상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스스로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병이란 뜻이기도 하다. 사망자 두 사람도 원래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중환자들이었다. 치료위주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오게 된다. 치료만 적절히 조기에 해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은 듯하다. 언론만 아니면 벌써 그래도 되었을 것이다. 기회다 싶은 언론의 소란만 아니면. 언론보도만 보면 바로 죽을 병일 것 같은데 아직 사망자도 원래 중증환자였던 두 사람 밖에 없다.
아마 대부분 국민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기업인들을 찾고 재래시장을 찾으며 어떻게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노력한 선의와, 지금 상황에서도 더이상의 감염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담당 공무원과 의료진들의 수고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나오는 정치적인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속을 사람도 아마 없을 듯하다. 역겨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