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란 달리 번역하자면 비의주의라 일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불완전한 이 세계에 오로지 완전한 진리를 소수의 선각자, 혹은 선지자들만이 알고 있으며 비밀리에 다양한 암호를 통해 전하고 있다. 그래서 로마 교회를 가톨릭이라 부르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를 이끌던 소수의 주교들에 의해 제각기 해석되고 전승되던 교리를 로마에서 공의회를 통해 정리하고 통일함으로써 그를 보편적인 교리로 삼은 것이 바로 로마교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어느 놈은 땅굴파고 들어가자 하고, 어느 놈은 죽음을 체험하자 하고, 어느 놈은 자해나 일삼고, 그런 자의적 해석보다 보편적인 성경의 이해를 통해 교회를 하나로 통합해 보자. 

 

문제는 그런 로마교회의 보편성이라는 것도 성경을 해석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여기에 세속적인 이해까지 더해지면 면죄부라는 되도 않는 것들까지 나오게 된다. 로마 교황은 베드로의 후예로써 예수의 대리인이고 주교와 신부들은 그를 대신하여 신의 말씀을 전하는 신의 대변자, 대행자들이다. 그래서 성직자다. 가톨릭의 사제란 일반 신도들과 차별되는 존재이고, 따라서 종교적으로 일반 신도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다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고해성사 같은 것이다. 오로지 신부이기에 죄를 듣고 용서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도를 위해 신께 기도하는 것이 허락된다. 그래서 루터가 나선 것이다. 어차피 교황도 사람이고 신부도 사람이니 그딴 헛짓거리 말고 성경 자체로 돌아가자. 오로지 성경만이 신의 말씀이다.

 

그래서 개신교에서 목사는 성직자가 아닌 것이다. 목회자이지 성직자가 아니다. 성직이 아니고, 따라서 일반 신도와 차별화되지도 않는다. 감히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성경은 오로지 그 자체로 올곧고 바르며 진실이고 진리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감히 개인이 그에 대해 일점 일획도 더하거나 뺄 수 없으며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단이다. 보편의 상식과 가치 안에서 용납될 수 있는 이해를 넘어선 자의적 해석에 대한 종교적인 판단이다. 개신교가 로마교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황이 뭔데 우주창조든 진화론이든 이러쿵저러쿵 판단을 말하고 그를 신도들에게 전하려 하는가. 성경은 성경 그 자체로 존엄하므로 교황의 해석이나 이해는 오히려 그 존엄을 해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성경의 해석을 목사들이 시도한다.

 

감히 성직자도 아닌, 단지 신자들의 신앙을 이끌 뿐인 목사가 성경에 자기 생각을 더하고, 심지어 나아가 자신을 예수와 비견한다. 신에 갖다 붙인다. 아마 이쯤에서 이상하다 여기는 개신교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건 이단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한국 기독교에서 주류교회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아니 아예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나님 나한테 죽어'라 외칠 수 있는 목사가 한국 기독교의 대표처럼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신천지의 선거개입에도 개신교가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아니 나아가 잘하면 신천지도 이번에 주류교단으로 인정받을 가능성까지도 생각하는 중이다. 다르지 않다. 지금 한국 교회와 신천지는 태생부터 크게 다르지 않다.

 

목사는 신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이가 아니다. 신의 뜻을 대신 행하는 존재도 아니다. 그건 과거 사제들이 하던 역할이었다. 그래서 성직이었다. 오로지 그들에게만 허락된 성스런 직분이었다. 목사 또한 그러한가? 그렇기에 지금 개신교 목사들이란 이만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그 자체로 과거 영지주의의 사제들과 다르지 않은 불측한 존재들이란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해석했으니 이 교리가 옳다. 그러므로 내가 예수이고, 예수의 재림이고 예수의 대행자다. 내가 하는 말이 예수의 그것과 같다. 이 글을 읽고 이단이라 여기면 그나마 제정신인 것이고 아니면 그 자체로 한국 개신교의 현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천지와 한국 개신교가 다른가. 글쎄... JMS와도 차이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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