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을 우습게 봤다. 그러고보면 뭔 이슈가 있을 때마다 토론프로그램에 대표로 출연해서 나름 선전을 벌이던 인물이다. 그래서 초선 나부랭이들이 근본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조국과 거리를 분명히 하던 이낙연조차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는 열심히 조국을 팔아먹고 있는 중이다.

 

지지자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 수십만 진정당원이 있기에 민주당은 지금과 같은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열린우리당과 과거의 민주당을 모두 경험했던 중진이기에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더구나 송영길은 확고한 지역기반을 가진 토호가 아닌 대중적인 인기와 지지에 기대 정치를 하는 대중정치인이다. 당대표가 되었다고 마음대로 하기에는 그 기반이 많이 취약하다. 송영길과 가까운 이른바 86들의 성향을 보더라도 혼자 튀기에 어려움이 있다.

 

아직까지 무난하다. 욕심이 애매하게 크고 애매하게 작다. 자기 정치를 하고 싶은데 그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 같은 것은 없다. 그러니까 언론이 좋게 써주고 대중이 좋게 봐주는 정도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애매함이 아직까지 적당한 정도에서 크게 실수하지 않으며 정도를 지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난다. 소인배의 정치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역시 잘만 유도하면 송영길 덕분에 숙원인 개혁들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내 입장에서 민주당 지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기껏 해고가 어려운 무기직이 되었는데 민주당이 힘을 잃으면 그마저 의미를 잃을 수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근로조건도 좋아지고 급여도 올랐으며 기간제들까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정년 맞을 때까지는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는 게 낫지 않겠는가. 이준석이 노동자에 대해 발언한 것을 떠올려 보면 자칭 진보가 노동을 포기했다는 사실만 더 확실해지고 만다. 지금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정의당의 가장 큰 차이다. 그래도 노동자를 생각해주는 정당은 지금으로선 민주당밖에 없다. 정의당은 여성 임원들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어쨌거나 일단 지켜보자고 비판을 자제하고 송영길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는 사이 기자회견이 끝난 모양인데 매우 적절한 수준의 발언이었다. 사실 조국의 자녀가 누린 특혜라는 게 별 대수로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마저도 배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 이해시켜주는 것도 방법이다. 바보가 되더라도 미친 놈은 되지 마라. 내가 항상 하던 소리다.

 

생각보다 언론의 보도와 달리 송영길 대표체제에서 민주당이 크게 무리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소인배이기는 한데 그래도 지지자의 눈치는 볼 줄 아는 근본있는 소인배다. 경륜을 무시할 수 없다. 아직까지 잘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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