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한 번호로 10년 넘게 써 오다 보니 고객등급이 매우 높다. 당연히 혜택도 많아서 뭐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하지만 그 가운데 정작 써먹는 것은 가끔 편의점에서 술안주 사면서 할인받는 정도가 고작이다. 일단 첫째 내 소비방식과 맞지 않는 것들이 많고, 둘째 일부러 찾아서 이용하기에는 메리트에 비해 번거로움이 더 크다. 심지어 혜택 좀 더 보겠다고 불필요한 소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알고서도 안쓰고 몰라서 못썼다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통신사로부터 차별을 당했다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보험약관을 꼼꼼히 읽고는 자기에게 유리한 것이 있으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용하려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부분을 그냥 지나치고는 한다. 사실 그래서 콜센터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모든 약관을 꿰고 있을 수 없기에 혹시라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교육받은 상담원에게 질문을 하고 답도 듣는 것이다. 아마 나도 그런 부지런함이 있으면 여러가지 면에서 다양한 혜택들을 누릴 수 있었을 테지만 워낙 천성이 게을러 놔서. 그러니까 혹시라도 필요하고 그래서 궁금해지면 먼저 묻고 상담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일단 알아보기는 해야 한다.

 

하태경이 재미있는 말 했더만. 추미애 장관 아들은 누렸던 그런 현행제도의 이점들을 다른 병사들은 누리지 못했으니 차별받은 것이다. 첫째 건강한 병사들이야 굳이 병가를 쓸 이유가 없으니 상황이 같다 할 수 없을 것이고, 아프더라도 군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경우라면 역시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모씨와 사정이 다른 것이다. 그러면 한 해에 군대에서 민간병원에서 치료해야만 하는 병사의 수는 몇 명이나 될 것인가? 그 가운데서도 특히 병가를 써서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도 연장까지 해야 하는 경우는 또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비슷하게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고도 휴가를 연장하지 못해 도중에 복귀한 경우가 있다면 과연 휴가연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보려 시도는 해 본 것인가?

 

한 때 육군 장성이었다는 현역 국회의원이 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일선의 장교들도 세세한 규정에 대해서까지 모두 꿰뚫고 있는 건 아니란 것이다. 그리 규정이 되어 있는데 당사자도 모르고 권한을 가진 장교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거기서 끝나버린 사람과 굳이 찾아보고 알아내어 이용한 사람 사이에 차이가 벌어졌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가. 아니 사전에 제대로 전파하고 교육하지 않은 책임이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용의 여부를 두고 차별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상을 가려서 그리한 것이 아니라 우연의 결과로 그리된 것이다.

 

하여튼 웃긴다. 정작 하태경의 말처럼 추장관의 아들 서모씨만 이용할 수 있었던 규정도 아니었다. 전화로 휴가연장한 사람이 한 해에만 여러 명이 된다. 그런 동료를 주변에서 봤다는 증언도 끊이지 않는다. 단지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굳이 알아볼 만큼 절박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차별이다. 직접 민원을 넣어 문의하고 답을 듣고 그대로 따랐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문의하라는 것이다. 하긴 그러니까 자신이 직접 하기보다 익숙한 보좌관의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일 게다. 가능한지 확신이 아직 없었다.

 

질문의 수준이 너무 저열한 것이다. 그런 것도 잘한다고 어이없어 당황한 국방부장관의 태도를 의심스럽게 제목까지 달아 보도하는 언론의 수준도 딱 그 정도인 것이다., 사람을 가려가며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병사들이 누릴 수 있지만 스스로 찾아서 누리지 않으면 강제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능동적으로 찾아와서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문의하고 이용하라. 추장관 가족처럼 누구를 통해서든 먼저 문의하고서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이용하라. 저런 정치인이 한국 20대 남성의 희망이다. 내가 20대 남성을 우습게 여기는 이유다. 저따위가. 정말 병신같아. 아무렇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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