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언론에서 금리인하 이야기를 슬슬 흘리고 있다.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출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대출을 쉽게 받아서 뭘 해야 할까? 내가 사놓은 아파트 비싸게 사달라는 뜻이다. 그러면 아파트 더 지어서 더 많이 비싸게 팔 수 있으니 경제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원래 한국 보수언론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 밖에 없다.

말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를. IMF 이후 바닥을 뚫고 들어갔던 한국경제가 어떻게 다시 지금까지 일어설 수 있었는가. 물론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다시금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도 컸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한국경제는 기업들이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경제다. 그런데 과연 한국 기업들이 모두 수출로만 먹고사는가. 아니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조차 내수시장에서의 매출은 중요하다. 문제는 내수를 키우려면 특히 임금노동자의 소득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곧 인건비의 상승과 수출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도 성장해야 하고 수출원가도 낮춰야 하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빚을 내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카드빚을,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는 부동산대출을. 그래서 지금 가계부채의 규모가 거의 GDP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이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에 반대하는 대부분 언론들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에 적대적이다.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서는 안된다.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줄려서도 안된다. 더 적은 임금만 받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수출경쟁력을 잃은 기업들도 내수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이란 무엇이 있겠는가. 빚을 내라. 더 많은 빚을 내서 임금은 올리지 말고 소득만 많이 해라. 그래서 금리인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낮추고 대출규제를 풀어서 임금같은 거 올리지 말고 경기를 부양하라.

그러니까 대부분 언론들이 감추고 하지 않는 말일 것이다. 정확히 대중을 속이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동안에도 경재성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로 내수였었다.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업들이 내수에라도 기대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 빚을 내가며 소비하던 국민들 자신이었다. 그마저 가계부채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었다. 소비는 계속 해야 하는데 더이상 빚은 낼 수 없다. 언제는 아니었던 것처럼. 그리고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임금소득보다는 빚으로 내수를 살리자. 물론 최저임금을 다시 낮추고 부동산으로 내수를 살려도 바로 내가 지금 하는 말 그대로 정부를 비판하는데 쓰고 있을 것이다. 원래 그런 언론들이니까.

경제성장률에서 정부지출의 비중이 너무 크다. 역시나 이번 정부 들어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제성장률을 떠받치던 것은 빚내서까지 사라고 등떠밀었던 아파트 건설이었었다. 건설투자의 비중이 GDP성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토록 대기업 중심의 기존의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기업들은 오히려 경쟁력을 잃으며 오히려 경제에 짐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었다. 지금 과연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못하는 것이 최저임금이 올라서인가? 아니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서인가? 그렇지 않아도 국제무역 자체가 둔화되며 대외여건까지 좋지 않다.

역시 언론이 교묘하게 거짓말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한국경제는 여전히 수출주도형 경제다. 소득주도성장 한다고 하루아침에 한국경제의 체질까지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전히 수출의존도가 높고 내수의 비중은 적다. 그런데 정작 수출해야 할 대상인 세계의 경기와 무역상황이 좋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조선일보는 당당히 1면에 썼더라. 저 독일마저도 휘청일 정도로 국제무역환경이 좋지 않은데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의 경쟁력마저 바닥인 한국의 경제는 어떨까? 그렇게 이명박근혜의 경제정책이 좋았다면 오히려 당시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 높아졌어야 하건만 지난 수 년 간 반도체와 자동차 말고 내세울만한 변변한 수출품조차 얼마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잘하는데 정부가 못해서 수출을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원래 기업이 못해서 수출이 안되는 것인가.

오래전 기업은 1류 정치는 3류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그런 시절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런가. 한진해운이 어떻게 망했으며, 현대상선이 어떻게 위기로 내몰렸고, 아시아나는 어떻게 저렇게 급하게 매물로 나오게 되었는가. 매번 언론이 하는 말도 딱히 내세울만한 상품이 없다. 경쟁력을 말할만한 제품이 없다. 그동안 임금도 억제하고 노동자의 권리까지 희생해가며, 더구나 빚내서 소비해가며 떠받치는 동안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전적으로 노동자들에 돌리려 한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 권리를 그나마 전부도 아닌 일부만 겨우 누리게 된 노동자들에 대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같은 지면에 신용카드도 연체되는 가계에 대한 기사와 더불어 가계지출에 대해서도 쓰여져 있는데 최저임금만 낮추면 해결되는 문제인 것인가.

언론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따라서 어떻게 대안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궁리와 고민이 부족하다. 아니 아예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단기적인 반응이 아닌 장기적인 대책과 정책들에 대한 방향제시가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대외상황은 어떨 것이고 그러자면 정책을 어떻게 세우고 운용해야 하는가. 각각의 경제주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그냥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편한 익숙한 방법으로 돌아가려 한다. 반도체 없이는 수출도 없고 경제도 없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아침부터 언론보도를 보며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경제 망하니 오히려 자신들은 좋다. 웃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한국 언론의 수준이다. 경제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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