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득주도성장이란 자체가 양적완화의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이해했었다. 어차피 내수가 침체되었으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돈을 풀어야 하는데 위에서부터 풀 것인가, 아니면 아래에서부터 풀 것인가. 중국이나 일본이나 주로 자본투자 형태로 위에서 돈을 쏟아부었었다. 미국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당시 막대한 돈을 금융기업들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는가?


이미 세계의 소비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생산이 늘어나는 속도를 소비가 아주 오래전부터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갈수록 생산은 느는데 시장의 소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어떻게 현상황을 타개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정부가 나서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한다.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그래서 우리 정부가 선택한 것이 바로 노동자에게 소득을 늘려주는 소득주도성장인 것이다. 처음부터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은 정부재정에서의 지원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장하성의 실책이 드러나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노동자의 소득을 중심으로 내수를 늘리려 했다면 그만한 재정의 확대가 동반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위해 기업들에 풀고, 한 편으로 기업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정부주도의 공공사업들을 더 많이 벌린다. SOC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분명 더 많은 투자가 시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냥 노동자의 최저임금만 올려주면 되겠거니. 그 말을 그대로 믿은 문재인 대통령도 잘못이 아주 없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예타면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SOC에 투자하고 경기를 불러일으키겠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더 많은 토목공사를 일으킴으로써 그만큼의 고용과 수요를 불러일으키겠다. IMF의 경고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세계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오른 최저임금이 든든하게 소비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경제수준에 맞는 적극적인 재정정책들을 펼치라. 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라. 그런데 언론들은 거꾸로 말하고 있다. 내가 경제지 기자들을 무당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의사가 있는데 혼자서 귀신들린 소리나 하고 있다.


더 많은 공무원을 고용하고, 더 많은 공공사업을 일으키고, 더 많은 토목과 건설을 계획하고, 그를 통해 어떻게든 정부가 재정을 통해 통화를 늘리고 시장에 돈이 돌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어느 정도 경기를 부양하고 나면 그때부터 고용개혁이든 뭐든 가능해질 것이다. 1년을 허송세월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최근 내린 결론이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소득주도성장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 잘못되었을까.


작은 정부란 신자유주의의 실패 이후 흘러간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시장을 지탱하며 엇나가지 않도록 이끌어야만 한다. 부동산 규제도 그런 맥락이다. 개인들에게만 맡겨 놓았을 때 시장은 때로 거대자본에 의해 너무 쉽게 왜곡될 수 있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거대한 국가라는 자본 뿐이다. 아직도 철지난 이야기를 부여잡고 죽은 아기에 젖을 물리고 있다. 대단한 대한민국 언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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