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아직 맥이 뛰고 있었음에도 바로 병원에 이송되지 못해 배 위에서 사망한 - 그것도 시신을 운반하는 P정 위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다. 당시 정부가 강력하게 언론을 통제해서 제대로 취재도 보도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언론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뒤늦게 당시 정부와 해경의 행동을 비판하는데 어째서 당시 언론들은 그에 대한 보도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취재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인가. 데스크에서 기사를 막으면 인터넷을 통해 익명으로라도 그런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알렸어야 했다. 도대체 당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어떤 끔찍하고 참혹한 일들이 어처구니없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어떻게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상에 알렸어야만 했다. 아니더라도 나중을 기약하고 관련자료들을 취재해서 가지고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던 것일까?

 

최근 법무부에서 심각한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을 제한한다는 조치를 발표하자 기자들이 반발한다. 검찰의 수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을 막으려는 언론통제의 수단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언제 검찰의 수사에 대해 한 번 제대로 비판한 적이 있었는가. 검찰이 흘려주면 그저 받아쓰기만 바빴지 검찰수사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인권유린들에 대해 한 번이라도 제대로 고발하고 비판해 본 적이 있는가. 같은 맥락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자란 것들은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받아쓰기만 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지금 언론이 정권에 날을 세우는 것도 시키는대로 충실히 행동하는 모범생들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도 비판할 수 있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주니 너도나도 다른 건 뒤로 하고 권력비판에만 열을 올린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아예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정권만 비판할 수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재하지 말라니 아예 취재도 하지 않고, 보도하지 말라니까 아예 보도는 생각도 않고, 그래서 당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사실과 진실들을 이제 와서 보고는 비판하는데만 열심이다. 그런 분노를 왜 당시는 느끼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 분노를 어째서 당시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과연 취재하려 했다면 취재가 아예 불가능했을까? 지금 확보할 수 있었던 동영상이나 증언들은 당시는 취재를 통해 얻을 수 없었던 것일까? 사실 당시 JTBC의 한계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JTBC의 취재력은 다른 주류언론들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러면 그 잘나신 기자들은 그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당시 언론이 보다 열심히 취재했고, 어떻게든 그런 사실들을 알리려 했다면 해경이 저리 무책임하게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냥 자기 하고픈대로 의전만 챙기려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예 사망선고도 하기 전에 사망발표부터 하고 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이다. 살리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부모도 서로 다른 소견서에 대해 의혹을 품었는데 언론은 그에 대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조국 전장관의 경우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계엄령이라는 - 사실상 친위쿠데타에 대한 관심조차 너무 희미하다. 자칫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지 모르는 범죄행위에 대해 어느 언론도 집중해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국 전장관 아들의 인턴증명서는 그리 모든 언론이 받아쓰고 있었다. 이게 바로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의 수준인 것이다.

 

사실 법무부의 지침대로라면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뭔 짓을 하든 언론이 감시하기 힘든 것은 맞다. 인권유린을 하고 사건을 덮고, 하지만 어차피 지금 이 순간에도 언론은 단 한 번도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 같은 건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편하게 받아쓰기만 하던 걸 못하게 하니 싫은 것 뿐이다. 역시나 그때나 지금이나.

 

보는 내내 어이가 없었다. 그런 사실들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더 화가 났었다. 그것을 그리 분개한 어조로 보도하는 언론인들이 그때 그 언론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들에게 과연 언론의 자유란, 언론의 양심과 사명이란 무엇일까? 어째서 기레기는 기자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되었는가. 참담한 것이다. 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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