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는가. 피해자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가해자를 단정짓거나 응징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피해자라 주장하는 그 말에 어떤 거짓도 없다 할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그가 지목한 상대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일단 사실관계가 명확히 입증되기 전까지 모든 피의자는 무죄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해사실이 입증될 때까지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것이 미투의 핵심이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 미투가 터져나왔을 때부터 주장해 온 것이었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당시 모두가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동안에도 정작 그들을 비판하거나 하는 내용의 글을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다만 혹시라도 피해자일지 모르는 사람들을 무작정 의심하거나 비난하려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몇 마디 보태기는 했었다. 바로 이것이다.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것. 긍정해주며 위로해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실입증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다. 혼자서는 어려운 여러 과정들을 주위에서 직간접으로 도움을 줌으로써 피해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뭐 하나 의혹이 터지면 당장 누가 나쁜 놈인지부터 가리기 바쁘니. 아니 그런 판단을 하기 전에 입과 손은 비난부터 퍼부어대고 있다. 하나의 게임이다. 누가 나쁜 놈인가. 누가 죽일 놈인가. 그러니까 나는 누구를 욕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가. 그래서 오히려 모두가 비난할 때 뒤로 한 걸음 물러서 있기를 즐긴다. 당장은 오히려 냉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오늘은 이쪽에서 열심히 비난을 퍼붓다가 내일은 또 저쪽에서 열심히 욕설을 퍼부어대다가 그런 과정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정의롭다.

 

그냥 좀 냉정히 그저 지지만 해주면서 지켜만 봐도 좋으련만. 하긴 그게 더 어렵기는 하다. 워낙 티가 안나는 일이니까. 뭐라도 옆에서 목소리라도 높여야 주위에서 아무거라도 한다고 알아줄 것이다. 너는 왜 남들과 함께 비난하지 않고 침묵하는가.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았으니까. 판단이 섰을 때는 다들 알겠지만 말이 꽤 험하다. 고집도 무지 세다. 그래서 더 신중하다. 과연 눈앞의 사실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세상에 옳은 일 가운데 쉬운 것은 없다. 항상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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