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되고 좌우의 극렬한 이념대립에 이은 한국전쟁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혹은 실향민이 되고 이산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냥 일본의 식민지로 남았다면 그런 비극은 겪지 않아도 되었지 않은가. 과연 그런가.

과연 현재의 재판제도로 피의자의 무고함이나 억울함을 완벽하게 가릴 수 있는가. 혹은 범죄사실을 어김없이 밝혀낼 수 있는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도 때로 진짜 범죄자를 무죄로 풀어주는 결과만 만들지 모른다. 사람이 만든 제도 가운데 완벽한 것은 없다. 당장 정부가 추진하는 종부세나 근무시간단축도 그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무조건 폐지해야 하는가.

바로 이것이 경찰비례의 원칙 가운데 하나인 법익의 균형성인 것이다. 하나의 법을 제정하고 집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과 피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크고 중한가. 이를테면 성범죄가 현실에서 더 빈발하는가, 아니면 성범죄 무고가 더 많은가. 성범죄 무고에 대한 수사를 늦춤으로써 피해자들이 무고죄 역고소라는 부당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을 막는 것과 무고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것 가운데 어느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가.

물론 다수 남성들이 보기에 성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 도저히 어떤 변명도 불가능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성범죄로 인정할 수도 없다. 실제 성범죄 피해보다 무고로 인한 피해가 현실에서는 더 많고 더 심각하다. 수사나 혹은 재판과정에서의 2차가해로 혹시 신고를 취하하거나 하면 그조차 무고죄가 된다. 무고죄로 역고소해서 그 압박에 고소를 취하해도 다른 목적을 가진 무고로 단정된다. 심지어 여고생을 집단으로 강간하고도 부모가 합의했다는 이유로 돈을 노린 것이라 당당히 말하던 인간을 눈앞에서 직접 본 적도 있다. 그러므로 무고죄는 지켜져야 한다. 그로 인한 소수의 억울한 경우가 있더라도 더 큰 법익을 위해 무고죄 역시 바로 수사해야 한다.

참고로 대부분 성범죄자들은 자기가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자각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아예 자기가 저지른 것은 성범죄도 아니고, 설사 성범죄라 하더라도 자기 잘못이 아님 피해자가 그리 유도한 것이다. 피해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그것이 다시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명분이 되어 주고는 한다. 그래서 다수 남성들 사이에서 아죽 특벼한 경우가 아니면 성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서특필되는 성범죄 무고만 존재한다.

같은 이유에서다. 다수 남성들이 바로 무고죄 수사를 시작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오히려 피의자가 되어 수사받아야 하는 두려움과 수치심을 아예 무시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성범죄를 당하고도 두려움에 신고조차 못하고, 심지어 신고했다가도 합의하거나 취하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무고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한 것이다. 상대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도 말한 정도와 빈도다. 성범죄 무고만 개인의 삶과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남성 입장에서 같은 남성인 무고 피해자에 이입하기는 쉬워도 성범죄 피해자의 처지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로므로 성범죄 무고가 빈더도 정도도 심각성도 더 중대한 시급한 문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인가.

미투가 한창 이슈일 때도 다수 남성들은 말하고 있었다. 그게 왜 성범죄인가. 그런 행동들이 왜 문제가 되는가.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들이 의도를 가지고 오버하는 것은 아닌가. 참고로 그들에게 미투란 일부 여성주의자들이 의도를 가지고 키운 집단적 무고로 규정되어 있다. 사실로 밝혀진 경우도 분명 억울한 피해자일 것이다. 일부 극단적인 여성주의자들의 과격한 주장에 대해 마냥 틀렸다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평소 자기들끼리 여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으면 가끔 인용해서 공유하는 여성주의자의 주장은 그냥 우스울 뿐이다.

평소 남자들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여서 어떤 소리를 떠들어대는가를 안다. 일부 여성의 발언이나 반응들을 퍼와서 조리돌림할 때 웃음부터 나는 이유다. 자기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언제나 정당하고 아무 잘못도 없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바로 보인다. 그런 모습을 여성들은 얼마나 오래 자주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었었을까.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제는 여성들이 비난을 받는다.

성범죄 무고 수사를 나중으로 늦춰야 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논란의 핵심은 비로 법익의 균형성이다. 과연 성범죄 무고의 수사를 늦추고 바로 했을 때 구제되고 보호되는 법익은 어느 쪽이 더 큰가. 성범죄란 없다. 합의했든 취하했든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든 피해자가 포기했다면 그 또한 성범죄가 아닌 이유다. 그 때문에라도 더 성범죄 무고는 더 엄격하게 수사되고 처벌받아야 한다. 한 마디로 사는 세상이 다르고 보이는 세계가 다르다. 인식하는 현실도 다르다. 화합하기도 용납하기도 힘들다.

과연 누가 옳은가. 누구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는가. 굳이 설득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바가 다른데 말 몇 마디 보탠다고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저 왜 그러는가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성범죄와 성범죄 무고 어느 쪽이 더 시급하고 중대한 법익인가. 당연하게 내가 아는 현실은 한 쪽을 가리키고 있겠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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