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재명은 그릇이 작다. 이를테면 자수성가의 함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에 대한 경험과 확신이 단단한 껍질처럼 자신을 가두고 만다. 누구도 자신을 넘볼 수도 욕보일 수도 없다. 그 명제를 거스르는 순간 통제를 잃게 된다. 일세를 풍미한 영웅들도 아주 짧은 순간 절제를 잃은 것으로 패망하고는 하는데 하물며 이재명정도야.

가장 좋운 방법은 납죽 엎드린 채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아내의 잘못을 스스로 질책하고 반성하면서도 그렇다고 아내를 버려야 하는가 되물을 수도 있다. 잘못인 것은 알았지만 아내이고 아이들 엄마이기에 남편이고 가장으로서 그동안 감쌀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부부가 함께 사회봉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하면 극렬 문빠를 제외하고 아주 용서 못할 것도 아니다. 아니 하기에 따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가. 이제는 아내를 지키겠다고 자기당 대통령까지 상처입히려 하고 있다.

이건 분명 해당행위이며 자신을 도지사로까지 만들어 준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지방선거에서 정치인 이재명에게 표를 주었던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는 그의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보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을 것이다. 이재명 자신도 약속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남북대화합시대에 경기도의 발전을 이끌겠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당차원에서 거짓된 흑색선전으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취업과 관련한 의혹을 아내를 향한 수사기관과 여론의 압력을 돌려보겠다고 새삼 들쑤시려 하고 있다. 아내 김혜경을 수사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도 수사해야 한다. 누구를 향한 것이겠는가?

새삼 문준용씨와 관련한 의혹을 들춰서 좋아할 사람은 최소한 민주당 안에는 없어야 한다. 아예 미치지 않고서야 자기당 이름으로 당선된 대통령의 정당성을 스스로 나서서 훼손하려 할 리 없기 때문이다. 막장의 끝을 달리던 그 열린우리당조차도 최소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정당성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었다. 그럼 누가 좋아라 이재명 측 주장을 받아서 의도한대로 크게 키우려 들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이재명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된 대통령과 정부에 어떤 영향을 주겠는가. 이해찬도 판단을 잘해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면 친문지지자에 대한 비문의 두려움과 반발을 마냥 다독이기만 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과 민주당 정권에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위해를 가하려 하고 있다. 거짓이며 흑색선전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어찌해야 옳겠는가.

인내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이다. 그래도 같은 당이니까 최소한 당내 균열과 내분을 막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눈감고 귀막고 모른 척 다독이며 넘어갈 수도 있었다. 자칫 문제를 키워 민주당과 정부에 부담을 지우기보다 그저 그런 작은 이슈로 그치기를 의도적으로 바란다. 그런데 당원으로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를 받아 도지사까지 된 한때 유력 대선주자로서 그런 최소한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그는 당원도 당의 유력정치인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지독한 자기애에 사로잡힌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 더이상 그를 봐주고 지킨다는 것은 당 차원에서도 의미가 없다. 여기까지 와서도 여전히 이재명의 편을 드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당원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재명이 그런 인간인 것 몰라서 인내한 것이 아니다. 혹시라도 겨우 집권한 문재인의 민주당 정부에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 앞으로 수십년을 집권해야 할 여당 민주당에게 피해가 돌아가지는 않을까. 어찌되었거나 민주당 소속이고 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되 현직 도지사니까. 바보라서 모른 척 참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최소한의 믿음과 유대마저 저버렸다. 더이상의 인내는 민주당에도 문재인 정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다하다 이렇게까지 인간이 썩었고 멍청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 자신을 후회한다. 항상 당하면서도 쓸데없이 사람을 믿고 기대를 가진다. 그럴 리 없음을 알면서도 기대와 사실을 혼동한다. 사악해도 아주 멍청하지만 않았다면. 그것밖에 안되는 인간이다. 한 가지는 맞았다. 거물이 되기에 이재명은 한없이 작고 얇고 가볍다. 새삼 확인한다. 그것도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설사덩어리다. 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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