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이나 검찰, 혹은 기업들이 언론이나 기자들에 대해 고소고발을 일삼아도 조용한 이유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그래왔기 때문이었다. 원래 평소 힘으로 언론과 기자들을 찍어누르던 존재이기에 새삼 채이고 밟히고 굴려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길들여져 온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어째서 안되는 것인가? 역시 그래왔기 때문인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어지간해서는 언론이나 기자들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해 왔었다. 기껏해야 말 몇 마디 험하게 하는 정도였지 고소고발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말 몇 마디 한 것도 여론이 뭐라 하기라도 하면 바로 철회하고 사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언론이 뭐라 보도를 하든 반응않는 것이 정상이고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도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기에 참는 것이 상식인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당은 언론과 기자를 상대로 고소고발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자칭 진보언론들조차 보수정당과 보수정권을 상대로 비판할 때는 표현 하나까지 세심하게 주의해 쓰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최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혹시라도 사실과 다른 것이 있으면 바로 무릎꿇고 사과한다. 아예 머리를 조아리고 바닥을 찧으며 용서를 구하는 경우마저 있다. 보수정당보다도 이 사회의 실세 중의 실세라는 검찰총장이라면 벌거벗고 누워서 배가르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 아니면 다치니까.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가는 크게 곤란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되는 상대에게는 그래도 되고 그래야 하는 상대에게는 그래야 한다. 언론의 속성이기 이전에 소인배들의 속성이다. 양심도 신념도 지조도 절개도 없는 놈들에게는 그런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지난 1월 아예 대놓고 선거법을 위반하는 칼럼을 임미리가 쓰고 경향이 게재한 것도 그런 연장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과연 보수정당을 향한 것이었으면 가능하기는 했을까. 이명박근혜 정부에서였다면 감히 엄두라도 낼 수 있었을까. 그러나 민주당이니까. 그래도 되는 정당일 테니까. 그래서 나경원이며 홍준표가 기자를 고소하고 아예 회견장에서 내쫓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민주당에서 기자 고소하고 혹은 비판적인 논평을 내니 온 언론이 들썩인다. 오히려 검언유착의 의혹을 묻기 위해 알릴레오 패널 하나의 성희롱성 발언을 크게 키우는 경우마저 생긴다. 유시민이 사과할 것을 알았으니까. 가세연이나 홍카콜라라면 사과할 일 같은 것 없다. 그러니까 조국 전장관의 고소고발에는 반발하면서 윤석열의 기자고발과 송치에는 침묵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대로 두고만 봐야 하는가.

 

조국 전장관이 따박따박 하나하나 언론에 대해 악의적 오보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 그래서 민주당과 지지자들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는 이유인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언론이 자칫 선을 넘거나 하면 보수정당이 그랬던 것처럼 얼마든지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실 명분도 좋았다. 너무 봐주기만 했더나 언론이 넘어서는 안되는 선까지 넘고 말았다. 가족을 걸고 넘어졌다. 공직자 개인에 대해서는 공인이니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사인에 지나지 않는 공직자 가족들을 대상으로도 온간 악의적인 비방과 모욕과 조롱이 일상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 개인에 대해서는 무어라 주장해도 용인하겠지만 가족에 대해서만은 아니다.

 

그래서 윤미향 의원의 경우도 남편이 나서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고 있는 것이다. 윤미향 의원 자신은 시민단체의 대표로서 공인이기도 하기에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냥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의 경우는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도 그래서 아들이 나서서 언론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는 중이다. 김용민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아예 진중권을 대상으로 모욕죄로 고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결국 뭐냐면 빌미를 준 것은 어디까지나 언론이며, 공직자의 검증에 가족까지 끌어들인 보수정당이란 것이다. 그것이 왜 문제인지도 모르고 비판의식없이 받아쓴 것도 언론의 너무나 큰 잘못일 수 있다. 그러니까 민주당도 더 이상 참지는 않겠다. 그래서 그 첫발을 조국이 여전히 수많은 언론의 비난 속에 내딛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 또다른 조국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드라마 송곳에서 구고신은 외쳤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온라인에서만 사람들이 열사가 되고 투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런다고 누군가에게 실제로 쳐맞을 위험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온라인에서 대단히 열정적이고 정의로운 사람일수록 그래서 자신을 향한 작은 비판조차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누군가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으로 고소고발당하면 그때부터는 오만 우는 소리를 쏟아내기도 한다. 쳐맞아보면 안다. 제대로 아파보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를 몸으로 깨닫고 그때부터 조심하게 된다. 민주당도 잘못 건드리면 좆되는 수가 있다. 민주정부도 괜히 잘못 선을 넘었더가는 진짜 인생 조지는 수가 있다. 이동재가 그 대표적인 예 아니던가.

 

그러니까 더 반발하는 것일 게다. 아니면 진짜 제대로 취재해서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대충 걸리는대로 비틀고 키워서 정부와 여당만 욕할 수 있으면 권력과 싸우는 기사행세도 제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일일이 취재해서 확인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이다. 어디 감히 민주당따위가. 마치 하루종일 술쳐먹고 놀다가 공사가 아직 안 끝났냐는 집주인의 말에 화부터 내는 인부들 꼬라지인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가족까지 걸고 넘어지는 기자들을 더이상 봐줄 생각이 민주당은 없을 텐데. 더이상 그래도 되는 민주당은 없다. 그래야 되는 민주당도 없다. 존중없이는 존중도 없다. 언론의 자유를 먼저 짓밟은 것은 선을 너무 넘어버린 언론 자신이다.

 

이제부터 기자들도 몸으로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민주정부에 대해 기사를 쓸 때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발로 뛰어 취재한 뒤 표현을 조심해가며 써야만 한다. 보수정당에 그러는 것처럼. 검찰에 대해 그러는 것처럼. 그토록 현정부와 여당에 날을 세우는 자칭 진보들이 검찰을 향해 조심하는 것을 보면 어찌나 안쓰러운지. 정의도 신념도 진실도 용기도 무엇도 없는 그 비루함이란. 댓가를 치러야겠지.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려 했다면 대가는 엄중한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언론 자신의 책임인 것이다. 언론이 그동안 해 온 일들의 결과다.

 

조국 전장관을 지지하는 이유다. 하나하나 따박따박. 조국 전장관 하나로는 부족하니 윤미향 의원의 가족들도 한 번 나서봐도 좋을 것이다. 추미애 장관 가족들도 절대 언론을 그대로 두고 봐서는 안된다. 징벌적손해배상제는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이낙연에 거는 기대다. 이마저 못하면 대통령은 포기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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