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들어가는 소재나 구현되는 기능도 같다면 그냥 더 싼 곳에 맡겨서 만들면 이문도 더 남지 않겠는가. 

 

흔히 숫자만 보는 경영진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다. 실제 그렇게 망한 회사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보잉이 있다. 그야말로 온세계의 하늘을 지배했다 해도 좋을 정도로 가장 많이 팔린 최고의 여객기를 제작하던 회사가 이제는 비행기 문짝이 떨어져나가고, 아예 잘 날던 비행이가 알아서 추락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어째서? 자기네 비행기 잘 만들어주던 공장 팔아치우고 숙련된 노동자들마저 죄다 해고해 버렸으니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소리 하는 놈들이 적지 않았다. 최저임금 올릴 때 쯤 되면 자기 돈 잘 번다고 하거나, 아니면 돈이라고는 벌어 본 적 없는 놈들이 주로 떠들던 소리였다. 그깟 나사 박는 일에 뭔 최저임금씩이나 받는가? 그깟 용접 좀 하고, 아귀 맞춰 조립 정도 하는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돈 덜 받고 더 오래 일하고 처우도 낮은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런 새끼들이 아마도 아무나 해도 괜찮은 구내식당에서 밥 조금 맛없게 나오면 지랄들 하겠지. 실제 서울교통공사 구내식당 직원들 정규직 전환해준다 하니 지랄하던 새끼들이 자기들 구내식당 밥 맛없고 위생 어떻고 지랄들은 무지 하더라. 그래서 돈 더 주고 해고의 위험 없이 안정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그런 공돌이 새끼들에게 돈 주는 게 아까워져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기 중국 어디 가면 비슷한 물건을 더 싸게 만들어 주는 곳이 있다더라. 그렇게 한국에서도 많은 제조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을 대신해서 물건 생산해 팔면서 기술을 획득하고 판로를 개척하고 마침내는 독자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하기도 했었다. 이게 문제다. 말 그대로 어차피 들어가는 재료도 같고, 구현되는 기능도 같다면, 결국 누가 생산하든 크게 차이가 없어진다. 그런데 생산의 숙련도는 정작 실제 제조하는 업체에서 쌓이게 된다. 설계야 어차피 생산하는 쪽에서 그 설계를 가져다 쓸 테니 역시나 실제 제조업체 쪽에 넘어간다 할 수 있다. 그렇게 한국 기업들도 원청의 기술을 받아서 성장한 것 아니던가. 그리고 이제는 중국쪽 업체들이 한국 기업들로부터 하청을 받다가 그를 넘어서서 세계시장에서 지분을 다 가져가고 있다.

 

원래 브랜드 가치라는 게 그만큼 물건을 잘 만들었기에 생겨나는 것이다. 이 브랜드의 물건은 그냥 상표만 보고 사도 후회는 없더라. 만족감이 크더라. 그런 만큼 브랜드 가치에 걸맞는 제품을 계속해서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도 한 것이다. 브랜드가치라는 게 한 번 추락하면 다시 되돌리기가 힘들 테니. 그래서 명품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일수록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더 큰 비용과 수고를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데 단순히 비용을 더 아끼겠다고 그런 부분들에 소홀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실제 프렌차이즈 가운데 그런 경우가 있다. 부모가 열심히 일해서 가게 이름을 널리 알려 놨더니 자식인지 사위인지가 그를 물려받아 프렌차이즈로 만들어 돈을 크게 벌려 한다. 문제는 부모들은 더 맛있게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었지만 그 후대는 그런 것들따위 아예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쓸데없는 낭비고 고생이라 여겼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모두 배제한 채 상표만 만들어 프렌차이즈로 만들었다. 그래서 과연 그렇게 만든 프렌차이즈들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겠는가? 재료도 싼 것을 쓰고, 그나마도 아낀다고 제대로 쓰지 않고, 그래서 맛도 이전과 전혀 다른 것들인데. 모르는 사람만 속고 먹는다.

 

삼성의 위기란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싸게, 비용을 아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돈 많이 드는 직원은 자르거나 아니면 대우를 더 낮춰서. 그보다는 돈을 더 많이 벌어다 주는 자기들이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 제품이 아닌 돈을 버는 것이다. 자기들이 지금까지 무엇으로 돈을 벌었는가는 관심도 없이 그저 들어오고 나가는 돈들만 보려 한다. 그 결과 삼성의 스마트폰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삼성 스마트폰이라면 그래도 안드로이드 쪽에서는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중저가 제품 팔아서 겨우 이익만 보는 중이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마저 그 지경이다. 세상에 삼성 메모리가 불량 많이 나와서 반품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메모리 구입할 때 삼성 거냐 아니냐를 가장 먼저 따졌었다. 당연히 삼성 메모리가 값도 더 비쌌었다. 돈 없으면 아낀다고 하이닉스 쓰고 그랬지 - 아니 차라리 술 좀 덜 먹고 그냥 삼성 메모리고 사고 그랬었다. 그만큼 믿고 써도 좋은 신뢰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삼성 메모리가 그렇게 잘 팔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기술력이 삼성을 지배적인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었고. 하지만 기술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재무담당자가 보기에는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다 비용이다. 어차피 그래봐야 메모리인데 좀 더 싸게 만들어서 팔면 그쪽이 이익이 아닌가. 인건비도 아끼고 개발비용도 아끼고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도 아낀다. 그래서 만들고 있는 게 지금 삼성 메모리들이다. 설계결함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엔지니어들은 아는데 경영진은 아예 알려고도 않았다. 그리고 그런 엔지니어들에 대한 대우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오너경영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나마 하나만 잘하면 되는 기업들은 다를 수 있다. 맥주만 죽어라 만들고, 컴퓨터만 죽어라 만들고, 혹은 가방만 죽어라 만들고. 그런데 삼성은 이것저것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삼성을 물려받은 후계자는 정작 다른 쪽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있다. 한 마디로 메모리가 어떻게 되든 스마트폰이 어떻게 되든 정작 삼성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후계자라는 놈은 아예 관심도 없는 것이다.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았다고 반드시 자신의 나라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자가 아예 관심이 없으니 그 밑에서 호가호위하는 놈들이 지 꼴리는대로 하다가 결국 회사마저 말아먹고 마는 것이다. 컴퓨터 업그레이드한다고 삼성 메모리 알아보고 있으려니 주위에서 뜯어말리는 것 보고 아, 진짜 삼성 망해가는가 보구나 깨닫고 만다. 어쩌다 그 삼성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삼성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한때 외계인을 납치해 고문하고 있다던 인텔이 저 모양이 된 것도 숫자만 보고 경영하던 전문경영인 때문이었다. 크르니자크였던가? 그런데 그 인간 지금 다른 회사에서도 CEO로 잘 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회사의 미래보다는 당장의 배당금에 더 관심이 있던 주주들의 판단이 가져 온 결과인 것이다. 지금 삼성의 지배주주인 오너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이유일 것이다. 경영자가 판단을 잘못했을 때, 그래서 정작 중요한 기술과 현장을 외면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돌아오는지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확실히 최근들어 삼성 제품 가운데 OEM이다 심지어 ODM의 비중이 늘고 있기는 했었다. 삼성 제품이라고 믿고 사보려 했더니만 정작 제조사는 중국의 다른 회사다. 아예 제품개발부터 중국쪽 회사가 다 하고 그냥 상표만 삼성이라 붙여서 파는 것들이 거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제품들이 가지는 경쟁력은 삼성의 경쟁력인가? 실제 제품을 제조한 제조사들의 경쟁력인가? 그러고 10년이 지나면 삼성이라는 기업에 남는 것이란 과연 무엇일 것인가? 한성이 아무리 잘나가봐야 결국 중국 전자제품의 한국쪽 도매상을 넘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한성이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제품 가운데 좋은 제품을 값싸게 잘 들여와 파는 것이다. 삼성이 그래서 한성보다 나은 게 애프터서비스 말고 무엇이 있는가. 그런데 그런 변화들마저 삼성이 추락하는 이유 중 하나였었으니. 더이상 삼성에 기술의 축적이나 발전이란 없다. 그런데도 기업상속을 못하게 막는다고 민주당더러 경제 망친다 어쩐다 하는 새끼들이라니. 

 

아, 참고로 연구개발과 제조 쪽은 또 다르기도 하다. 원래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다수가 현재 대통령과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봉도 꽤 많이 받는 모양인데 고작 나사나 조이고 기름이나 칠하는 공장노동자들이 돈 많이 받는 게 그리 거슬렸던 모양이다. 세대문제라기보다는 원래 우리 세대들부터도 그랬었다. 현대자동차나 중공업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뭐 저런 일 하면서 돈도 저리 많이 받는가고 비웃고는 했었다. 서울대 출신 가운데 하나는 기껏 고등학교 나와서 공장에서 일하는데 연봉 2, 3천도 많지 않겠는가 대놓고 말하기도 했었다. 물론 한 10여 년 전 이야기다. 아마 주 52시간 예외도 그쪽에서 나온 주장들일 텐데, 판교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에게 주 120시간을 건의한 것도 IT쪽 인사들이었다. 그래서 이 꼬라지가 난 것이기도 하다. 저놈들은 자기들과 상관없다고 손 놓고 있다가 돈계산이나 하는 놈들에게 죄다 휩쓸리고 말았다. 결국 망하면 같이 망한다. 그래봐야 지들도 돈받고 일하는 임금노동자들이니.

 

그런 것이다. 어째 진짜 삼성 제품 좀 사보려 하면 죄다 제조사가 다르더라. 삼성이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상표만 붙여 파는 물건들이 그리 많았다. 그래서 또 편하기도 하다. 삼성이 파는 물건과 거의 비슷한 물건을 다른 상표로, 혹은 해외구매로 더 싸게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냥 디자인만 다르고 상표만 다르다. 심지어 디자인마저 비슷할 때가 있다. 삼성은 그냥 브랜드 뿐이다.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LG의 그램도 그냥 일부 모델만 ODM하는 것인데 브랜드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굳이 LG 노트북을 비싼 돈 주고 사고 싶지는 않다. 당연한 심리다.

 

그게 추세다. 다만 돈만 헤아리는 저놈들만 모를 뿐이다. 똑똑한 데 병신이다. 의외로 흔한 이야기다.

+ Recent posts